행복기금 4개월째 표류…학자금 연체자 6만여명 ‘발동동’

2013. 8. 7. 21:58이슈 뉴스스크랩

행복기금 4개월째 표류…학자금 연체자 6만여명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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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장학재단 채권 매각 개정안 미비

6개월 연체 중 일부만 매입 예정

‘카드 대란’ 당시 연체자 30만명은

금융기관서 난색…구제 어려움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채무 탕감을 기다리는 6만3000여명의 학자금 대출 연체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국민행복기금에 연체 채권을 넘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03년 만들어진 배드뱅크의 일종인 ‘상록수제1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 쪽도 국민행복기금에 채권을 매각하는 데 난색을 보이면서 30여만명이 행복기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행복기금은 채무자에게 이자는 전액 면제하고 원금도 50%까지 탕감해주는 민간 협약이다.

5일 금융위원회와 교육부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교육부는 한국장학재단의 채권 매각 근거 마련을 위한 관련 법률(한국장학재단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행복기금 운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학재단의 채권 매각 근거를 마련하는 대로 학자금 대출 연체자의 채무조정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행복기금을 조성한 지 4개월이 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애초 매입 대상 채권을 지난 2월 말 현재 6개월 연체된 채권 3207억원(대상자 6만3000여명)으로 추산했지만, 법령 개정이 늦어지면서 일단 6개월 연체 채권 가운데 이미 장부에서 떨어낸 상각 채권(약 115억원)만 우선 매입할 예정이다. 상각채권은 장학재단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매각할 수 있다.

이형주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이날 “한국장학재단법만 개정되면 예정대로 채권 매입이 진행될 수 있다. 오늘 조속히 근거 법령을 마련하기로 교육부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위전 교육부 대학장학과 사무관은 “휴가철 등으로 법률 개정안 준비가 늦춰졌다. 이르면 이달 중순께 의원 발의 형태로 개정안이 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유동화회사인 상록수가 들고 있는 2조5000여억원(대상자 30여만명)의 연체 채권도 행복기금으로 넘어오지 않고 있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국민은행·기업은행·우리카드 등 10개 금융기관이 채무조정을 위해 출자해 만든 배드뱅크로, 자산관리는 엠지(MG)신용정보가 맡고 있다.

엠지신용정보 관계자는 “잠정적으로 채권을 행복기금에 매각하지 않는 쪽으로 출자사들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행복기금에 채권을 넘길 경우 자체 회수보다 손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셈법으로, 결과적으로 카드대란 때 다중채무 늪에 빠진 뒤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30여만명은 행복기금 수혜를 입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행복기금 관계자는 “상록수는 완전한 민간 회사인데다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해서 채권 매각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대한 설득해서 카드대란 당시 연체자도 행복기금의 구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