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한반도… 곤충의 습격
2013. 8. 15. 20:49ㆍ이슈 뉴스스크랩
뜨거워진 한반도… 곤충의 습격
[최근 잠자리·매미 개체 수 급증… "온난화에 번식 늘고 활동력 왕성해져"]
동남아서 살던 된장잠자리… 더워지며 3개월 일찍 번식
도심 속 매미는 천적 없어… 가로등 불빛에 낮으로 착각, 밤낮없이 울어 소음도 심각
장마때 비 적었던 남부 지방… 작년보다 벼멸구 30배 늘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성곽 숙정문 앞 약 20㎡ 좁은 풀밭에 잠자리 70여 마리가 낮게 날아다녔다. 다닥다닥 붙어서 잠자리들이 마치 뭉쳐서 떠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날 낮 서울 성동구 서울숲 원형광장 잔디밭에도 잠자리 100마리 정도가 촘촘하게 분포했고, 서울 중구의 가로수에는 나무 하나당 매미가 5~6마리씩 붙어 있었다. 지구온난화 등의 여파로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한반도에 곤충이 크게 늘고 있다. '곤충의 역습(逆襲)'이 시작됐다는 게 환경 당국 설명이다.
◇동남아에서 날아온 된장잠자리
잠자리는 최근 날이 더워지면서 개체 수도 증가하고 활동력도 왕성해졌다. 특히 '된장잠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게 한국잠자리연구회 설명이다. 된장잠자리는 주(主) 서식지가 적도와 동남아 등 열대지방인데, 기류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한반도까지 날아온다. 몸 전체 색이 된장색과 비슷한 등황색이라 된장잠자리라고 이름 붙었다. 원래 7월 하순쯤 많이 볼 수 있던 이 된장잠자리를 최근에는 4월 하순부터 관찰할 수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잠자리가 일찍 한반도로 날아오고, 따뜻한 기온에 죽지 않고 왕성하게 번식하는 것이다. 일단 한반도까지 날아온 잠자리는 국내에서도 35~40일 주기로 번식할 수 있다.
8월 현재 관찰되는 잠자리는 지난 4월 하순부터 건너온 된장잠자리의 자식·손자 세대에, 계속 기류를 타고 동남아에서 추가로 들어오는 된장잠자리, 그리고 국내에 원래 사는 고추좀잠자리·깃동잠자리 등 토종 잠자리까지 합쳐진 것이다. 손자 세대까지 국내에서 번식하며 마릿수가 늘기 때문에 전체 잠자리 숫자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잠자리연구회 정광수 고문은 "잠자리의 밀도를 조사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지만, 마릿수가 전보다 많이 늘어난 건 맞는다"며 "더구나 된장잠자리는 원래 살던 곳이 동남아 지역이기 때문에 날이 더울수록 더 활발하게 움직여 실제 개체 수보다 더 많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미 소음에, 논에는 벼멸구
그나마 잠자리는 모기나 작은 날벌레를 잡아먹어 익충(益蟲)으로 분류되지만,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는 매미나 논에 생기는 벼멸구 등까지 크게 늘면서 새로운 근심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모든 곤충은 기온이 상승할수록 생애주기가 빨라진다. 더구나 도심에 사는 매미는 천적도 거의 없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립수목원 김일권 임업연구사는 "매미는 유충 땐 두더지, 성충 땐 새 종류가 천적인데, 도시에서는 천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미가 기승을 부리면서 매미 울음소리는 이제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소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나무에서 약 7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매미 울음소리는 평균 72.7㏈(데시벨·소음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같은 장소에서 측정된 자동차 주행 소음(평균 67.9㏈)보다 컸다. 더구나 요즘 매미는 밤낮없이 울음소리를 낸다. 원래 매미는 밤에는 울지 않는데, 도시에 사는 매미는 가로등 불빛 등으로 인해 밤을 낮으로 착각해 밤에도 계속 울어댄다는 것이다.
농촌에는 벼멸구 비상도 걸렸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7월 말 경남·충남·전남·전북 지역 19개 시·군의 논 342곳을 조사해 보니, 192곳(56.1%)에서 벼멸구가 발견됐다. 작년 같은 시기(1.9%)보다 30배 가까이 늘었다. 농촌진흥청은 남부 지방은 △장마 기간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고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도 정도 올랐으며 △일조 시간도 203시간으로 작년보다 22시간 많아지는 등 벼멸구 발생 서식조건에 딱 맞아 개체 수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연자원연구과 박성준 박사는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 사는 곤충 종(種)이 바뀌거나 개체수 변동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동남아에서 날아온 된장잠자리
잠자리는 최근 날이 더워지면서 개체 수도 증가하고 활동력도 왕성해졌다. 특히 '된장잠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게 한국잠자리연구회 설명이다. 된장잠자리는 주(主) 서식지가 적도와 동남아 등 열대지방인데, 기류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한반도까지 날아온다. 몸 전체 색이 된장색과 비슷한 등황색이라 된장잠자리라고 이름 붙었다. 원래 7월 하순쯤 많이 볼 수 있던 이 된장잠자리를 최근에는 4월 하순부터 관찰할 수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잠자리가 일찍 한반도로 날아오고, 따뜻한 기온에 죽지 않고 왕성하게 번식하는 것이다. 일단 한반도까지 날아온 잠자리는 국내에서도 35~40일 주기로 번식할 수 있다.
8월 현재 관찰되는 잠자리는 지난 4월 하순부터 건너온 된장잠자리의 자식·손자 세대에, 계속 기류를 타고 동남아에서 추가로 들어오는 된장잠자리, 그리고 국내에 원래 사는 고추좀잠자리·깃동잠자리 등 토종 잠자리까지 합쳐진 것이다. 손자 세대까지 국내에서 번식하며 마릿수가 늘기 때문에 전체 잠자리 숫자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잠자리연구회 정광수 고문은 "잠자리의 밀도를 조사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지만, 마릿수가 전보다 많이 늘어난 건 맞는다"며 "더구나 된장잠자리는 원래 살던 곳이 동남아 지역이기 때문에 날이 더울수록 더 활발하게 움직여 실제 개체 수보다 더 많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미 소음에, 논에는 벼멸구
그나마 잠자리는 모기나 작은 날벌레를 잡아먹어 익충(益蟲)으로 분류되지만,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는 매미나 논에 생기는 벼멸구 등까지 크게 늘면서 새로운 근심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모든 곤충은 기온이 상승할수록 생애주기가 빨라진다. 더구나 도심에 사는 매미는 천적도 거의 없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립수목원 김일권 임업연구사는 "매미는 유충 땐 두더지, 성충 땐 새 종류가 천적인데, 도시에서는 천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미가 기승을 부리면서 매미 울음소리는 이제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소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나무에서 약 7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매미 울음소리는 평균 72.7㏈(데시벨·소음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같은 장소에서 측정된 자동차 주행 소음(평균 67.9㏈)보다 컸다. 더구나 요즘 매미는 밤낮없이 울음소리를 낸다. 원래 매미는 밤에는 울지 않는데, 도시에 사는 매미는 가로등 불빛 등으로 인해 밤을 낮으로 착각해 밤에도 계속 울어댄다는 것이다.
농촌에는 벼멸구 비상도 걸렸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7월 말 경남·충남·전남·전북 지역 19개 시·군의 논 342곳을 조사해 보니, 192곳(56.1%)에서 벼멸구가 발견됐다. 작년 같은 시기(1.9%)보다 30배 가까이 늘었다. 농촌진흥청은 남부 지방은 △장마 기간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고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도 정도 올랐으며 △일조 시간도 203시간으로 작년보다 22시간 많아지는 등 벼멸구 발생 서식조건에 딱 맞아 개체 수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연자원연구과 박성준 박사는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 사는 곤충 종(種)이 바뀌거나 개체수 변동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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