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보증금 대출하면 집주인에게 해가 되나요?"

"세입자가 보증금 대출하면 집주인에게 해가 되나요?"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서혜진 주무관 인터뷰 매일경제 | 입력 2013.08.28 15:25

 

 

화요일 오전에 찾아간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하는 집수리 문제부터 보증금 같은 굵직한 사안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다보니 문을 닫을 필요가 없어보였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만나기로 약속한 서혜진 주무관(43)을 찾았다.

"기자님, 오셨어요?" 서 주무관은 여유롭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그의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는 인사하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많이 바빠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하루에 180건에서 200건이 넘는 상담을 접수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센터 안은 전쟁터와 다름이 없었다. 수천만원의 보증금 대출에 대해 논의하자니 상담자와 대출자 모두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서 주무관은 "집주인 때문에 전월세보증금대출이 일반 대출보다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이 종료되기 전에 세입자가 보증금 대출을 받으려면 집주인의 협조가 필요해요. 왜냐면 집주인이 IBK신용정보에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한 것이 맞는지 사실을 확인해 줘야 대출이 가능하거든요." 하지만 일부 집주인이 신용정보 업체를 만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껴 사실 확인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집주인이 IBK신용정보를 만나서 도장을 찍거나 동의서를 작성할 필요는 없어요. 단지 신분증을 보여주고 임대차 계약을 했다고 확인만 해주면 되지만 협조를 안 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실제로 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던 세입자 중에는 몇 차례 청약 끝에 SH공사 임대아파트에 당첨됐지만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과 진성계약 확인을 모두 거절해 입주를 포기한 경우가 있었다.

서 주무관은 "지금은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기 위해 SH임대아파트 당첨자에게 대출 서비스에 대한 안내장을 발송하고 집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월세보증금을 대출받도록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 깡통 주택, 깡통 전세가 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을 때 보증금 대출을 고려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 센터에서는 세입자는 보증금 대출을 받아 이사를 가고 이자는 집주인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근 70대 할머니 두 분이 대출 받으려고 오신 적이 있어요. 한 분은 서대문에 단독주택을 소유한 집주인이었고 한 분은 세입자셨죠. 그런데 세입자 할머니가 연세도 있고 하니까 반지하를 떠나서 따님 거주하는 주변으로 이사하려고 하셨어요. 보증금은 4000만원 정도였는데 집주인 할머니가 여유가 없다고 하셔서 이쪽으로 찾아오셨죠." 발품을 팔며 대책을 마련하던 두 할머니는 그날 센터에서 세입자 할머니 성함으로 3600만원을 대출받았다고 한다. 이자는 집주인 할머니가 부담하기로 했다.

개소 1주년을 맞은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한 해 동안 8000건의 전세보증금 상담을 해결했다. 서 주무원은 1년 동안의 성과는 뿌듯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수의 상담을 했지만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특히 경기도나 인천에서 보증금과 관련해 상담 전화가 많이 오지만 지원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분쟁 조정부터 전월세보증금대출 지원까지 주택 임대차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처리하고 있다. 공인중계사와 변호사를 포함해 9명의 전문가가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개소 이후 4만5000여건의 분쟁을 해결했다.

[이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