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류를 구하라 .. 첨단로봇이 몰려온다.

2013. 8. 29. 21:45C.E.O 경영 자료

위기의 인류를 구하라 .. 첨단로봇이 몰려온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 주최 '재난구조 로봇대회' 중앙일보 | 김한별 | 입력 2013.08.29 00:47 | 수정 2013.08.29 08:

 

 

1 토르(THOR)(휴머노이드-인간형)140㎝(※THOR-OP 기준) 49㎏, 손가락 3개, 특징: 티타늄 스프링으로 된 인공근육을 사용해 사람처럼 보행. 팀 구성: 미국 버지니어텍ㆍ펜실베니아대ㆍ해리스(방산업체), 한국 로보티즈(로봇기업) 지난달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퍼시픽 림'은 로봇을 소재로 삼았다. 2025년 거대한 외계 괴물 '카이주'가 지구를 공격하자, 위기에 빠진 인류가 초대형 로봇 '예거'를 만들어 반격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SF영화다운 설정이지만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까지 제작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는 대부분 성인 남성보다 작고, 힘은 그 10분의 1 수준이었다. 싸워야 할 적도 다르다. 당장 시급한 상대는 외계 괴물이 아니라 인류 스스로 불러낸 '괴물'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일본인들은 방호복 한 벌에 의지해 방사능 물질을 내뿜는 사고 원전과 사투를 벌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저것이야말로 로봇이 대신할 일 아닌가'라고 물었다.

올해 그 답을 찾는 국제 로봇대회가 한창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하는 재난구조로봇대회(DRC)다. DARPA는 상금 200만 달러(약 22억원)를 걸고 후쿠시마 사고 같은 상황에 쓸 수 있는 로봇을 공모했다. ▶자동차 운전 ▶울퉁불퉁한 '자갈밭' 통과 ▶장애물 제거 ▶문 열고 건물 진입 ▶사다리 오르기 ▶전기톱·드릴 등을 사용해 벽에 구멍 뚫기 ▶밸브 잠그기 ▶소방호스 연결이란 8개 과제를 내걸었다. 인간이 사는 환경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장비와 도구를 사용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 사다리 타고 밸브 잠그고

2 DRC-휴보 (휴머노이드)148㎝ , 50㎏, 손가락 4개, 특징 : 손이 뒤로 돌아가 4족보행 모드로 변신 가능. 팀구성 : 미국 트렉셀·조지아·델라웨어대, 한국 KAIST 대회는 개발팀의 실력에 따라 공용 로봇을 제공받아 구동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는 그룹(B·C트랙)과 로봇·소프트웨어 둘 다 개발하는 그룹(A트랙)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지난달 서류심사 결과 각 그룹에서 7팀·6팀이 가려졌다. 올해 이들간의 1차 본선, 내년 말 최종 결선이 치러진다.

 출전 로봇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B·C트랙 공용로봇인 아틀라스(ATLAS)는 미국의 군용로봇 '빅독' '펫맨' 등으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사가 만들었다. 키 1m87㎝, 무게 149㎏의 덩치에 유압펌프로 움직여 힘이 '장사'다.

 '메이저리그' 격인 A트랙에는 일본 샤프트(SHAFT), 미국의 로보시미언(Robosimian)·TBD·침프(CHIMP)가 출전한다. 샤프트는 지금까지 개발된 휴머노이드 가운데 가장 앞선 기종으로 꼽히는 HRP 시리즈를 개발한 일본 도쿄대 JSK랩 연구진이 만든다. 로보시미언과 TBD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제임스우주센터(JSC)의 로봇이다. 각각 화성탐사로버 큐리아서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활동한 반신 휴머노이드 '로보넛'을 만든 곳이다. 침프는 DARPA의 무인자동차대회 우승팀인 미 카네기멜런대 NREC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다.

 나머지 둘은 한국의 '피'가 흐르는 다국적군 로봇이다. 토르(THOR)는 미국의 버지니아텍·펜실베이니아대와 방산업체인 해리스, 한국의 로봇기업 로보티즈 연합팀이 만든다. 팀을 이끄는 버지니아텍의 데니스 홍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의 댄 리, 마크 임 교수가 모두 한국계다.

 DRC-휴보(HUBO)는 한국의 KAIST가 개발한 휴보를 플랫폼으로 미국의 드렉셀·조지아대 등 총 10개 대학 연구진이 힘을 합쳐 개발하고 있다. 역시 한국계인 드렉셀대의 폴오 교수와 '휴보의 아버지'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특훈교수(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장)가 팀을 이끌고 있다.

# '근육질' 토르, 네발 휴보

 각 팀의 구체적인 전력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그나마 대략적인 모습이 공개된 건 토르와 DRC-휴보, 침프, 로보시미언 정도다.

 토르의 '핵심 무기'는 티타늄 스프링을 이용한 인공 근육이다. 정식 명칭은 연속 탄성 선형 액추에이터(Series Elastic Linear Actuator). 이 '근육' 덕에 토르의 발걸음은 사람처럼 유연하다. 사전에 프로그램된 위치 제어 알고리즘에 따라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움직이는 여느 로봇과 딴판이다. 또 발목이 내는 힘이 트럭 한 대와 맞먹는다. 최근 방한한 데니스 홍 교수는 "인공근육 기술을 이용해 울퉁불퉁한 자갈밭이나 푹신푹신한 잔디밭을 가리지 않고 척척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하체용만 개발된 상태라, 연말 대회에는 로보티즈가 개발한 기본 모델(THOR-OP, 한국명 똘망) 상체를 사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DRC-휴보는 기존의 휴보1·2의 모습과 180도 달라졌다. 키가 1m28㎝에서 1m48㎝로 커졌고, 복잡한 미션 수행을 위해 팔·다리도 각각 10㎝, 25㎝씩 길어졌다. 사람 모습을 그대로 본떠 5개로 만들었던 손가락을 4개로 줄이는 대신 각각의 힘을 키웠다. 무거운 공구를 들어 사용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뼈대를 덮고 있던 플라스틱 케이스를 벗기고 전신에 알루미늄을 덮어 보호했다. 가장 큰 특징은 2족 보행 모드에서 4족 보행 모드로 변신이 가능하게 된 점. 필요할 땐 긴 팔을 돌려 '앞발'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침프는 손·발에 무한궤도를 달아, 사람처럼 걷는 게 힘들 땐 로버처럼 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로보시미언은 참가팀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아닌 원숭이 혹은 거미 같은 형태다.

 오준호 교수는 이들 중 "샤프트와 NASA팀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고 말했다. 데니스 홍 교수와 로봇티즈 한재권 수석 연구원의 생각도 비슷했다. "샤프트의 모델인 HRP는 당장이라도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고, NASA팀은 지구보다 가혹한 우주 환경에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어본 경험이 풍부하다"는 이유다.

# 지구를 살리는 로봇

 각 팀의 경쟁이 뜨겁긴 하지만 DRC의 과제는 쉽지 않다. "현재 수준으로는 솔직히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과제)'에 가깝다"는 의견도 많다. 모든 분야의 모든 기술이 다 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의 로봇 공학자들이 이 대회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데니스 홍 교수는 "상금은 문제가 아니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미래에 한 사람이라도 정말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역사상 가장 크고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대회"라는 게 홍 교수 얘기다.

김한별 기자 < idstarjoongang.co.kr >

아틀라스(ATLAS)

● 휴머노이드 ● 구동 소프트웨어만 만드는 B·C트랙 출전자를 위해 제공되는 공용 로봇. 군용로봇 '빅독' '펫맨' 등을 만든 보스턴다이내믹스사 제작. 큰 키(180㎝)에 유압펌프를 사용해 괴력을 자랑.

김한별 기자idst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