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마트 반값 TV, 반값 맞아?…소비자 속이는 상술

2013. 9. 9. 20:2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롯데·이마트 반값 TV, 반값 맞아?…소비자 속이는 상술

  • 조선비즈 유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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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9.09 15:48 | 수정 : 2013.09.09 18:27

    롯데마트 반값 TV
    롯데마트 반값 TV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반값’ 마케팅을 펼치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 가격을 기존 판매가격의 반값에 파는 것 아니라 다른 온·오픈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들과 비슷한 가격이어서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서울역, 송파 등 전국 95개 점포에서 40형(인치) 풀(Full) HD LED TV(모델명 SD40AW)를 반값(1500대 한정)으로 판매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제품 가격은 40만원.

    이 제품은 영상음향 전문업체인 인켈이 만든 TV제품이다. 이 제품은 최근 인켈이 TV시장에 진출하면서 처음으로 출시한 모델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인켈은 닷새 전에 ‘TV시장 출사표’를 보도자료를 내고 전자랜드와 롯데마트에서 이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켈이 자체적으로 책정한 가격은 40만원. 요약하면 롯데마트가 기존의 80만원 제품을 40만원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책정된 소비자 가격이 40만원인 셈이다. 이 제품은 전자랜드에서도 동일한 가격에 팔릴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비가 침체되자 올초부터 ‘반값’이라는 마케팅 용어를 남발해 왔다. 최근에는 웰치의 3구 하이라이트 방식 전기레인지를 4개월간의 노력 끝에 반값(56만9000원)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그럼 이 제품의 기존 시중가는 110만원이 넘었던 걸까? 대답은 ‘NO’다. 이 제품 역시 시중가가 비슷한 가격이다. 옥션과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는 56만9630원에, 인터파크는 58만원대에 11번가에서도 60만원에 팔리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이 제품이 기존에 판매되는 비슷한 사양의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50% 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반값’이라는 용어를 붙였다고 해명했다. 이 역시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비슷한 사양의 제품인 ‘동양매직 3구 하이라이트 전기레인지’의 경우 62만원, 린나이 65만원 , 국내기업 씨코의 3구 전기레인지는 37만원대다.

    또 롯데마트가 내놨던 ‘반값 짜장면’(2인분 4000원)은 반값의 비교대상이 중국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짜장면이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짜장면의 경우 ‘조리전’ 상태의 가공 짜장면이고, 중국집의 경우 완성된 짜장면이라 비교 자체가 어려운데, 이 역시 ‘반값’이라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롯데마트가 출시한 반값 학생가구도 시중가와 별반 가격이 다르지 않다. 롯데마트는 2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포천 가구단지의 중소생산업체인 삼일가구, 퓨전 퍼니쳐 등의 가구를 반값이라며 팔아왔다. 5단 책장이 8만9000원, 학생책상이 9만9000원이다. 제품마다 가격이 틀리지만 한샘과 리바트의 5단 책장이 7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상 장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롯데마트가 판매한 반값 타월도 시중가와 큰 가격차이가 없었다.

    다만 ‘반값 삼겹살’의 경우 다른 마트보다는 30% 가량 저렴했다. 롯데마트는 제주돼지 삼겹살(100g)을 1350원, 녹돈 삼겹살(100g)을 1200원에 팔았었다.

    이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마트가 올해 골프대전에 반값(53만원)이라며 내놓은 젝시오 7 드라이버는 기존 다른 오픈마켓, 매장에서도 50만원대에 팔리고 있고 우드(36만원)도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그라파이트 아이언세트(135만원)도 인터파크에선 12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반값 안경테’를 내놨다가 대한안경사협의회가 항의집회를 벌이는 등 항의가 빗발쳤었다. 대한안경사협의회는 이마트가 시중안경원에서 4만원에도 공급할 수 있는 이마트표 안경테를 기획상품이라고 만들어 4만9900원에 공급하면서도 반값이란 미명아래 소비자를 기만하고, 선량한 안경사들을 도둑으로 내몰았다고 비난했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반값TV를 내놨다가 실제론 반값이 아니라 5만원 싼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반값’이라는 용어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용어 자제’에 나선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