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연쇄부도…한국경제 리스크로 부상

2013. 10. 10. 22:00C.E.O 경영 자료

중견기업 연쇄부도…한국경제 리스크로 부상

 

 

한은 내년 성장률 3.8%로 하향

매일경제

웅진그룹과 STX그룹, 동양그룹을 좌절케 한 자금 부족이라는 '한파'가 한국경제호를 침몰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앞두고 자금난을 겪은 중견 기업들이 차례로 쓰러지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빨간등이 켜진 것처럼 2013년 오늘날 비슷한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상징인 대우그룹 부도 사태는 외환위기 직후이지만, 그 이전에 이미 중견그룹의 줄부도 사태가 있었다"면서 "이는 당시 상당수 기업들이 투자 대비 수익 면에서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향후 조선과 건설 등 취약 산업들이 휘청이면 국내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올해 들어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이래 건설업 중공업 해운업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조달 금리가 크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추가 조달금리를 뜻하는 신용스프레드(국고채 3년물 대비)를 살펴보면 건설업은 올 1월 55bp에서 8월 현재 96bp로 상승했고, 중공업은 255bp에서 303bp, 해운업은 171bp에서 204bp로 각각 치솟았다.

매일경제

문제는 이들 취약 업종에서 발행한 회사채 중 상당 부분은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는다는 점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도래분이 총 8조3000억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83%는 신용등급이 A 이하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일반 기업들의 자금사정도 다시 악화되고 있다. 한은이 조사하는 자금사정 BSI는 2010년 6월 95를 기록한 이래 올 8월 현재 82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조정과 맞물려 자금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 내년 상반기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줄도산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발발 이전을 살펴보면 그해 1월 한보철강, 3월 삼미그룹, 4월 진로그룹, 5월 대농그룹, 6월 한신공영그룹, 7월 기아그룹 등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부도 사태를 겪었다.

물론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경상수지가 82억9000만달러로 적자인 상태에서 외환보유액이 300억달러 안팎으로 낮았고, 이에 더해 원화값 방어를 위해 없는 돈을 쥐어짜 풀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외환보유액이 3369억2000만달러로 10배 이상 많아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외환위기 직전에도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고 있었다"며 "국내 산업구조가 붕괴되는 징후가 있는 이 시점에서 한은과 정부가 우리 경제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상덕 기자 / 전범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