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진 한반도, 10월 태풍까지.. 21세기 말 '겨울 태풍' 올 수도

2013. 10. 12. 20:1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오늘의 세상] 더워진 한반도, 10월 태풍까지.. 21세기 말 '겨울 태풍' 올 수도

[아열대화 가속… 호우·폭염 등 극한 기후 가능성 커져]

2070년대쯤에는 남한 전역이 아열대 기후… 평양기온, 서귀포와 비슷해져
중국 공장서 내뿜는 이산화탄소… 한반도 아열대화에 기름 부어

 

 

조선일보 | 김성모 기자 | 입력 2013.10.12 03:22 | 수정 2013.10.12 05:29

 

 

한반도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경남·전남 등에선 용과·망고·파파야 등 이름도 낯선 아열대 과일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바다에선 독가시치 등 아열대 어종이 줄줄이 그물에 잡혀 올라온다.

지난 8일 1998년 이후 15년 만에 10월 태풍 '다나스'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쳤다. 이 태풍 외에도 23호 태풍 '피토', 25·26호 태풍 '나리' '위파' 등 10월 태풍들이 여러 개 출몰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지구 온난화 영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수면 온도가 10월이 지나도록 식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이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태풍은 더 강하고 더 늦게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세기 말에는 '겨울 태풍'까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수퍼 태풍'의 도래… 독해지는 자연재해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는 아열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 기후가 지금 동남아 기후와 비슷해지는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기상청이 펴낸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와 부산~목포 지역을 연결하는 아열대 지역은 21세기 말쯤 강원도 산간 지역을 제외한 남한 전 지역과 황해도 연안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1세기 말 평양 기온은 현재 서귀포 기온(연평균 기온 16.6도)과 비슷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아열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수퍼 태풍'이나 가뭄, 집중호우, 폭염과 같은 극한 기후 발생 가능성이 함께 커진다. 1910년대 한반도 평균 기온은 섭씨 12.1도인 데 반해, 최근엔 13.3도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지난 40년(1970~2010년) 동안 폭염 일수는 2.6일, 열대야 일수는 1.8일 늘었다. 시간당 30㎜ 이상 폭우 횟수도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남부 지방 열대야 일수(18.8일)는 사상 두 번째를 기록했다.

앞으로 기온이 5.7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 후반에는 피해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 기상청 윤원태 기후정책과장은 "기온 상승으로 건조한 지역은 더 바짝 바르고, 습윤한 지역은 수증기가 늘어 폭우가 쏟아지는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최대풍속이 초속 60m가 넘는 '수퍼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 중국 영향도…

우리나라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이웃해 아열대화가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리와 중국은 같은 편서풍대에 속해 있어 중국에서 우리 쪽으로 바람이 분다. 이 때문에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₂)가 고스란히 한국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 태안관측소는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지난해 401.2PPM으로, 처음으로 400PPM을 넘긴 것으로 관측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표준 측정점인 하와이 마우나로아 산은 올 5월에야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을 돌파했는데, 이보다 빠른 것이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정용승 소장은 "한반도 상공의 온실가스 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중국의 영향이 대단히 크며, 이로 인한 한반도 아열대화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