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2. 19:28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농민들 "창고 가득한 농산물, 企業이 사줘 숨통"
[가격 폭락 '풍년의 역설' 시름 더는 農家에 가보니…] NH생명, 일반 도매가로 매입 롯데마트, 가격 10% 더 쳐줘 "물량 해소해주는 건 물론 비싸게 사줘 큰 도움" "근본적인 가격 안정 위해선 농협이 적극적 수급 조절해야" 조선비즈 박유연 기자 입력 2013.11.11 03:
경남 창녕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우상락(56)씨는 최근까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우씨는 1만6000㎡ 규모로 마늘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 20t가량의 마늘을 수확했는데 그중 절반을 팔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풍년이 들면서 마늘 생산량이 급증한 게 화근이었다. 올해 마늘 생산량은 1년 전보다 21.5% 늘었다. 전국적으로 마늘이 남아돌고 있으며 가격도 깐마늘 1㎏이 도매가격 기준으로 28.7% 하락했다.
↑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에 있는‘서귀포 감귤 거점 산지 유통센터’직원들이 감귤 선별 작업으로 분주하다. 이 감귤은‘풍년’으로 가격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농가들을 돕기 위해 NH생명이 자체 예산을 투입해 구매하는 10만박스(5㎏) 규모 물량의 일부이다. /서귀포=이종현 객원기자
그런데 지난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경남 창녕의 흑마늘진액 업체가 우씨에게 대량 주문을 해왔다. 재고 중 3분의 1을 해결할 수 있는 물량이었다. 우씨는 "롯데마트가 흑마늘진액 공장에 새로 납품 주문을 내면서 그 수혜를 입었다"며 "당장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7년 만의 대풍(大豊)으로 농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농가의 잉여농산물을 사주는 방식으로 십시일반 농민 돕기에 나서고 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는 못하지만 당장 급박하게 닥친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늘 가격 5~10% 더 높게 농민들로부터 구입
롯데마트는 지난 6일 전국 각지의 마늘·양파 가공 업체에 원재료 기준 15t 규모의 제품 주문을 내면서 농민들이 기존 유통 경로에 판매할 때보다 5~10% 정도 가격을 더 받도록 했다.
농민 우상락씨는 "롯데마트가 주문한 흑마늘진액용 마늘을 공급할 때는 도매시장에 직접 물건을 내놓을 때보다 5~10% 가격을 더 받고 있다"며 "물량을 해소해 주는 것은 물론 가격도 더 쳐줘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렇게 들여온 흑마늘진액과 양파즙을 시중 가격보다 30% 정도 싸게 판매하고 있다. 손해를 보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그만큼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가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며 "호응도에 따라 규모를 더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NH생명은 10만박스 규모로 감귤을 매입하면서 가격 자체는 일반 도매가격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간접적인 가격 상승효과를 노리고 있다. NH생명 관계자는 "자체 매입을 통해 물량 적체가 해소됨으로써 산지 가격이 올라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인위적인 가격 보조보다는 수급 조절을 통한 가격 상승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 토막 난 농산물 가격
기업들이 '풍년의 역설' 해소에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 농산물 가격 하락 폭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배추는 1kg 기준 도매가격이 지난 8일 기준 480원으로 1년 전 734원보다 34.6% 하락했다. 또 양배추, 건고추 등 많은 채소 가격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농민과 산지 유통상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정만기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장은 "산지에서 이익을 본 경우는 전체의 1~2%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직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고, 농산물 가격 지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천일 농림수산식품부 유통정책국장은 "배추 등 핵심 농산물에 대해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대량 수매, 산지 폐기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 농협의 역할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남양호 국립농수산대학 총장은 "기업들의 잇따른 소비 촉진책은 농가의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그러나 근본적인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생산자 단체인 농협의 수급 조절 역할을 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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