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 미루면 日에 밀린다" 동참 결정

2013. 11. 30. 18:16C.E.O 경영 자료

정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 미루면 日에 밀린다" 동참 결정

TPP는 관세 철폐뿐만 아니라 환경·노동 등 경제 규범 다뤄… '韓·美·日 경제 동맹' 성격도
중국 주도의 RCEP 참여국들, TPP 참여 도미노 현상 가능성
조선일보 | 박수찬 기자 | 입력 2013.11.30 03:12 | 수정 2013.11.30 12:09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TPP)에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것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을 무대로 짜고 있는 무역 질서에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TPP는 관세 철폐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환경·노동 등 '경제 규범'을 다룬다. TPP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과의 무역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질 수 없다는 계산도 깔렸다.

↑ [조선일보]TPP에 뛰어든 한국 그래픽

높은 수준의 경제 공동체

현재 TPP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12개국은 무역 규모 면에서 유럽연합(EU)에 육박하는 거대 경제 블록이다. 기존 지역경제 통합은 관세 인하 품목 수가 90% 수준에 머물렀지만 TPP는 93~95%까지 높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경우 우리 기업이 12국에 수출할 때 통일된 원산지 규정으로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미국·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지만, FTA마다 다른 규정에 맞추느라 기업 입장에서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원목 교수는 "여러 나라에 수출을 하는 우리 기업들이 이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TPP 참가 도미노 나타날 수도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0일 미국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TPP 협상 타결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TPP를 통해 세워진 원칙은 미래 통상 협정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또 "미국은 TPP에 참여해 이익을 나누고자 하는 모든 국가를 환영한다"며 "중국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국이 최종적으로 참여를 결정할 경우 TPP는 명실상부한 아·태 경제 통합체의 틀을 갖추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7위 무역 상대국으로 아시아에서 중국(2위), 일본(4위) 다음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TPP를 아시아 외교의 성과물로 만들려는 미국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TPP가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던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경제 블록으로 무게 추를 옮기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의 TPP 참여를 계기로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 등 RCEP 참가국과 대만 등 주요 아시아 국가가 추가로 TPP에 참여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TPP를 '대중(對中) 포위 전략'으로 봤던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경계를 풀고 수차례 관심을 표명해 왔다. 이런 분위기가 한국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허윤 교수는 "올 초만 해도 중국은 한국이 TPP에 관심을 보이는 데 대해 상당히 적대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며 "그러나 일본의 가세로 TPP 협상 속도가 빨라진 데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도 정치적 관점에서 결국 참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TPP 합류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중국도 시장 접근성 면에서 TPP의 필요성을 알지만 규범 측면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위협이라기보다 계륵(鷄肋)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통상팀장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TPP에 참여함에 따라 중국이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 협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