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이 선진국 경제 이끈다”

2013. 11. 29. 20:32C.E.O 경영 자료

“신흥시장이 선진국 경제 이끈다”

 

 

HSBC 보고서 발표 “中·印·브라질 수입규모,4년내 수출규모 증가”
“美·英·佛 2026년까지,수출규모 수입 넘어서”


세계 경제의 칼자루는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 넘어갔을까. 선진국 경제의 흥망이 이머징마켓에 좌우된다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해당 국가들의 영향력이 허풍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영국 HSBC은행에 따르면 앞으로 세계 경제는 이머징마켓이 선진국을 이끄는 형태로 변화할 공산이 크다. 국제무역에서 향후 5년 내 중국, 인도, 브라질의 수입규모는 수출규모를 능가할 것이고 이 같은 추세는 2026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수출규모는 수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출주도형 이머징마켓'이라는 상식이 깨지는 순간이다.

■신흥국 기침에 유럽경제 몸살

이미 유럽은 이머징마켓의 영향력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 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8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가 내년에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QE) 축소가 현실화되면 브라질, 터키 등 이머징마켓 경제성장률이 기대를 밑돌게 되고, 이는 유로존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S&P 파리의 유럽.중동.아프리카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장 미셸 식스는 "유로존 경제는 이머징마켓 둔화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외부충격 발생 시 성장률 감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3년째 경기침체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스는 터키,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를 '취약 5개국'으로 지목하고 이들 5개국이 유럽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세계적인 유동성 감축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들의 경기둔화가 유럽 무역수지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좌불안석 미국…산업 경쟁력 잃어

미국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같은 날 CNBC는 S&P의 유럽 전망과 더불어 프랑스 2위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 불경기 전략가 알버트 에드워즈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이 곧 불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머징마켓 제품들의 저가공세에 버틸 만한 산업 경쟁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에드워즈는 전날 공개된 보고서에서 "누구도 코앞에 와있는 불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은 거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식시세와 채권금리가 반비례하는 상황에서 주가가 불황으로 인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불황의 근거로 미국의 생산력 둔화를 꼽았다. 미 노동부가 이달 발표한 올 3.4분기 미국 비농업부문 산업 생산성은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 단위노동비용이 급격히 오르면서 미국 산업 전반에 걸쳐 이익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에드워즈는 비록 QE가 미국 경제에 활력을 줬으나 기초 산업 경쟁력 감소에 따른 위기는 미 금융당국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미국은 이머징마켓이 서방세계에 과잉설비투자의 결과물을 쏟아내면 가격결정 능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CNBC의 보도와 같은 날 미 투자은행 모간스탠리의 설문조사를 빌려 이머징마켓의 미래가 여전히 밝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기관투자가들과 자산관리사들은 이머징마켓에 앞으로 1~2년 사이 투자규모를 현재보다 1.3% 늘려 1조6000억달러(약 1695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이미징마켓의 선방에 맞서 선진국 경제가 어떤 대응책을 꺼내들 수 있을지 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