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돌아가자] (3) 건설사, 관행 깨고 '클린'을 건설하라

2014. 1. 13. 20:21건축 정보 자료실

 

파이낸셜뉴스 | 입력 2014.01.12 16

 

건설업계 '관행과의 전쟁' 필요
과거의 건설사는.. 4대강살리기 사업선 15개사, 판교신도시선 35개사 '담합'
작년 대형 건설사 어닝쇼크, 과잉 경쟁이 부른 '대참사'





국내 건설업계에 2013년은 참으로 잊기 힘든 한 해였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잇단 담합 적발에 따른 고강도 제재, 해외사업 과당경쟁으로 인한 엄청난 영업손실 등 과거 감춰졌던 치부들이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업체에서 횡령 등 단편적인 범죄가 발생한 적은 더러 있었으나 이처럼 국내 대다수 건설업체가 한꺼번에 담합 등 오명을 뒤집어쓴 적은 없다. 한마디로 건설업 전체에 대한 '모럴 쇼크'이자 '어닝 쇼크'였다.

국내 건설업계가 지난 수년간 건설경기 침체로 겨우 목숨만 이어오던 터라 그 충격파는 더욱 컸다. 물론 4대강살리기 사업 같은 경우 담합의 증거가 모호하기도 하고 정치적인 원인과도 맞물려 있다는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국내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공정한 사업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욱 투명해지고 공정해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대강살리기 등 무더기 담합 적발
1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건설업계에 '담합 회오리'가 몰아쳤다.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살리기 사업을 진행했던 대형 건설사 15개사를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입찰참가 자격제한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조달청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발주한 성남 판교신도시 아파트공사와 관련해 무려 35개사가 담합을 했다며 이들 업체를 부정당업자로 지정했다.

가뜩이나 오랜 불황으로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건설업계에 청천벽력이었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최소 3개월에서 1년간 공공공사 입찰 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에 건설사들에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건설사는 즉각 법원에 입찰제한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구제를 받았지만 아직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차원에서 담합 조사가 계속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과거 관행은 이제 '위법'
국내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담합조사 결과는 이쪽저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거의 충격적이었다"며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지만 건설업계도 이를 계기로 분명히 변해야 한다고 절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관행처럼 용인돼 오던 것들이 이제는 담합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오래전 과거 사실을 조사해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건설업계도 자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정부 측에서도 과거 사례가 큰 위법행위가 아니라면 사면 형식 등을 통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앞으로는 가벼운 위법사례라도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는 형식을 도입하는 게 어떨까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시장, 국내업체 간 도 넘은 경쟁
국내 건설업계가 서둘러 변해야 할 과제는 해외시장에도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해외발 어닝 쇼크'에 시달렸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연초부터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이후 아직도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또 다른 대형사는 영업손실이 무려 1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에 몰아친 어닝 쇼크는 국내 업체가 만든 부메랑"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서로 제살깎기식 저가수주를 감행, 결국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수주경쟁을 하면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잊은 지 오래라는 평가다. 일반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의 저가입찰은 물론 국내 업체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태에서 더 낮은 가격 제시를 통해 수주를 가로채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해외 플랜트에서 입찰이 진행되면 거의 국내 건설사끼리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낙찰예상가의 70~80% 수준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가격으로 수주하면 어떻게 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도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업계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해외에서 수주한 저가 프로젝트가 무려 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업계 '외형 우선주의' 벗어야
건설업계 전문가는 "국내 건설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일감이 부족해진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수주를 하기 때문"이라며 "해외 발주처도 이 같은 현실을 알고 국내 건설사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 으레 국내 다른 건설사에 은밀히 전화를 걸어 입찰가격을 알려주고 이보다 적은 금액으로 공사할 수 있으면 들어오라고 유혹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건설사 상당수는 이 같은 전화를 받고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까워 손해 가능성이 높은데도 덥석 수주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통상 플랜트 등 프로젝트는 수주에서 사업을 마칠 때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일부 영업 담당 임원의 경우 자리보전을 위해 수주 실적에 연연하고 결국 무분별한 수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후 회사에 엄청난 손실로 이어지는 셈. 그는 "건설사들도 수주외형만 키우는 무분별한 경쟁보다 실속을 챙기는 경쟁이 필요하다"며 "최고경영자(CEO)가 먼저 변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자정노력 총력… "사회공헌 지출 증가"
건설업계는 현 상황을 '위기'로 판단, 자정노력을 통한 대국민 이미지 쇄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사회공헌'. 건설업계는 건설경기 침체 및 주택시장 불황에도 사회공헌 관련 지출 금액을 꾸준히 늘리고 저소득층 주택 개보수, 주거시설 정비 등 '재능기부'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 및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지난해 772억8000만원 규모의 사회공헌사업을 실천했다. 전년도 722억5000억원보다 50억3000만원(7.0%) 증가한 것이다.

건설협회 등을 제외한 건설사들의 사회공헌사업은 2012년 685억6000만원 규모에서 지난해 732억8000만원 규모로 6.9% 증가했다. 반면 건설수주액은 2012년 90조6000억원에서 10.7%가량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기준 1~10위권 건설사들 활동이 두드러졌다. 이들 건설사는 지난해 333억5000만원 규모 사회공헌활동에 나서 2011년 177억8000만원 대비 87.6% 증가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의 사회공헌활동은 일회성, 전시성이 아니라 연중, 상시, 릴레이 활동으로 정착돼 가고 있으며 활동지역 역시 국내에서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업체 진출 해외까지 확대되는 추세"라며 "방법도 과거 금전지급 일변도에서 주택개보수 등 건설업체 특성을 살린 사업, 문화나눔, 노력봉사, 재능기부 등 질적으로 다양하고 풍성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침체로 수년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사회공헌사업은 건설경영에서 필수요소 중 하나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건설기업 문화로 정착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 쇄신, 기업도 업그레이드"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며 "각종 비리 등 얼룩진 이미지 쇄신을 통한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사회 공헌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 공헌활동은 대외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높이고 내부적으로는 윤리경영 의식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물산은 2000년부터 한국해비타트와 공동으로 소외 이웃의 주거 안정을 위해 보금자리를 지어주는 '사랑의 집짓기'를 진행, 최근까지 271가구를 건립했다. 또 2006년부터는 이 사업을 해외로 확대해 몽골, 필리핀, 인도 등에서 매년 집짓기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창립기념일에는 서울시,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75주년 창립기념일 의미를 담은 운동화 750켤레를 마련, 노숙인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500여건의 사회봉사활동을 벌였으며 임직원 1만3430명이 총 3만 8367시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매달 월급 끝전을 모아 기금을 마련하는 '해피투모로우(Happy Tomorrow)' 캠페인을 비롯해 문화재 보존에도 힘쓰고 있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자활 지원,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도 적극적이다.

대림산업은 '행복나눔' '사랑나눔' '맑음나눔' '문화나눔' '소망나눔'이라는 5대 나눔운동을 추진하면서 전국의 보육원, 요양원, 복지회 등과 연계,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1994년부터 한국메세나 협의회에 가입, 17년간 소외 청소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및 문화체험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2011년부터 장애인 시설 내 유휴공간에 도서관을 조성하는 '꿈에그린 도서관' 조성사업을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 금천구 금천장애인종합복지관에 28호점을 개관했고 서울시 장애인시설협회에 29호점을 개관할 계획이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