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계 통해 새로운 개인적 공동체 탄생"

2014. 1. 14. 19:5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한겨레][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사이버 세계 통해 새로운 개인적 공동체 탄생"

한겨레 | 입력 2014.01.14 12:30 | 수정 2014.01.14 12: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사진) 서울대 교수(사회학·사회발전연구소 소장)는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으로 인한 사회 변화를 두고 "공동체의 일대 전환기"라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개인을 소속과 대상으로부터 분리해온 흐름이 극대화하는 가운데, 인간은 사이버 세계를 통해 개인적 공동체 구성이라는 출구를 만났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 사이의 연결에 대해 탐구하는 네트워크 이론의 바탕에서 한국 사회의 소셜미디어와 정치 등에 대해 연구해왔다.

스마트폰·소셜미디어 등장으로
타인과 '약한 연결' 새 관계 맺어
공동체의 일대 전환기 불러와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다. 자아 또는 정체성의 형성 과정 자체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지난 200여년 자본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개인을 신과 신분 그리고 토지, 지역, 가족 등으로부터 계속 분리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타인과 연결되는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대안이 되었다."

-새로운 연결의 특성과 그에 따른 변화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맺는 관계는 '약한 연결'이라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식의 '강한 연결'(기존의 사회관계)은 정보량을 줄이고, 폐쇄성을 높인다. 신뢰와 안정감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편견과 증오를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19세기 후반 이후 사회과학의 공통된 화두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 해체 이후 빈자리를 국가나 시장이 어떻게 채워나가는지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빈자리를 채운 국가가 얼마나 합리적인지 말하면 막스 베버가 되고, 자리를 채운 시장의 효율성을 말하면 아담 스미스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사라진 공동체가 돌아오고 있다는 점에서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장 교수는 옛 공동체를 "쉽게 설명하면 <전원일기>에 나오는 양촌리"라고 말했다. 양촌리 사람들은 밥숟가락 수까지 알 정도로 서로를 잘 알았다. 구성원 누구의 관점에서 봐도 공동체의 전체 모습이 같게 보인다. 반면 새 공동체에서 개인은 각자 전체의 일부와만 연결되어 있다. 관점에 따라 공동체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장 교수는 이런 특성으로 인해 "온라인 공동체는 서로 연결이 약한 개인적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정보기술 발전과 관련해 주의할 점은?

"한국 사회의 경우 소셜미디어의 등장이 큰 정치적 잠재력과 맞물려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랜 '이중화'의 역사를 겪었다. 노동시장이 안정적인 정규직(내부자)과 불안한 비정규직(외부자)으로 둘로 나뉘고 고착화하면서 노동문제가 세대문제, 정치문제로 연결되었다. 소셜미디어는 '대표되지 않은 자의 무기'라는 성격이 있다. 때문에 외부자들의 매체가 되어 왔다. 이로 인해 내부자들은 소셜미디어를 괴담을 퍼뜨리거나 비이성적이라는 식으로 공격한다. 이 점은 주의해 살필 필요가 있다."

권오성 기자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