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틈 탄 가공식품·공공요금 인상…서민물가에 부담

2014. 2. 13. 20:42이슈 뉴스스크랩

저물가 틈 탄 가공식품·공공요금 인상…서민물가에 부담

  • 세종=연선옥 기자
  • 세종=박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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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가 사상 최장기간의 저물가 행진(15개월 연속 1%대 이하)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공식품가격과 공공요금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저물가 국면을 틈타 식품업체와 전기·가스·수도·교통 관련 업체가 슬그머니 제품 가격과 공공요금을 인상한 것이다.

    가공식품 가격과 공공요금 인상이 당장 물가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서민들의 체감(생활)물가에는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이들 물가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중장기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초코파이 가격 1년 새 50% 올라…공공요금도 인상 러시

    지난해 말 오리온(001800) (916,000원▲ 35,000 3.97%)이 초코파이 가격을 20%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연초부터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9월에도 초코파이 가격을 25% 인상했었다. 3200원이었던 초코파이 한 상자 가격은 1년 3개월 새 4800원으로 뛰었다. 롯데제과는 주요제품 빼빼로 가격을 20% 인상했고, 크라운제과 일부 제품 가격도 평균 8.5% 올랐다. 농심(004370) (294,500원▼ 500 -0.17%)은 과자와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7.5% 인상했고 롯데칠성음료 역시 사이다를 포함한 14개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6.5% 올렸다.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올해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2012년에 비해 1.3%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가공식품물가지수는 3.0% 올랐다. 생활물가지수가 0.7%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가공식품물가 상승 폭은 매우 가파르다.

    저물가 시기에 가격을 인상한 것은 민간 업체뿐이 아니다. 전기·가스·수도와 교통 등 공공요금은 이미 지난해 큰 폭으로 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수입 단가가 3.6% 하락했고, 석탄과 가스 수입단가 역시 각각 19.2%, 0.3% 떨어졌지만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는 각각 6.2%, 5.2% 올랐다. 전기요금도 3.8% 인상됐다. LPG를 연료로 하는 택시요금이 지난해 8.9% 올랐고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요금도 4.9%, 3.6% 인상됐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도 1.9~2.4% 상승했다.

    관련 업체는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물가 억제 정책이 지속돼 누적된 가격 인상 요인을 한꺼번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를 억누르는 가운데도 주요 관리 품목이었던 가공식품 가격과 공공요금은 꾸준히 올랐다. 게다가 최근 국제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낮아 수입 물가 부담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도 크지 않은 상태다.

    ◆ "저물가 틈 탄 가격·요금 인상 물가에 부담"

    문제는 슬금슬금 오르는 가공식품 가격과 공공요금이 서민생활에 당장 어려움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앞으로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1%대로 낮아 이들 가격·요금 인상에 대한 주목도가 낮고 물가 당국의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가공식품 가격과 공공요금은 한번 오르면 원가 하락 요인이 생겨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경직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기에는 국민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공공요금의 경우 최근 공공기관 부채 문제가 대두되면서 공공요금 인상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공식품은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69(1000 기준) 수준이기 때문에 당장 가격 인상이 물가 지표를 움직이지는 않지만, 가계 생활에 밀접하고 구매 빈도가 높아 체감 물가에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저소득층일수록 가공식품 소비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공식품 물가 안정은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가공식품 가격 추이는 다른 물가로 확산이 빠르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012년 서울대에 위탁해 수행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음식점과 숙박산업, 사료산업, 농림수산품 등 주요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물가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요금도 마찬가지다. 공공요금은 생활물가에 당장 영향을 줄뿐 아니라 공공요금이 오르면 다른 소비자물가의 전반적인 상승을 초래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단순히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 이상으로 전체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셈이다. 한국은행은 공공요금이 10% 오를 경우 그 파급효과로 소비자물가는 2.2%, 생산자물가는 1.8% 오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요금 인상 추이가 계속되는지 또 다른 물가 범위에 가격 인상 추세가 확산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가 커진다고 판단하면 과도한 가격·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련 업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소비자단체 활동을 통해 업체가 자발적으로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제품 가격 결정은 기업의 경영 판단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규제에 나서기보다 소비자단체 주도로 원가를 분석·공개해 민간이 과도한 가격 인상은 자율적으로 감시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