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업 괴롭히는 ‘특허괴물’ 특허관리전문회사

2014. 3. 8. 21:06C.E.O 경영 자료

전쟁기업 괴롭히는 ‘특허괴물’ 특허관리전문회사

특허 침해 가능성 있는 연구·생산조직 상대로 위협, 돈 뜯어내

‘트롤’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스코틀랜드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괴물이다. 덩치가 크고 외모는 흉측하다. 힘이 세며 생명력은 끈질기다. 특허 관리 전문회사(NPE·Non-Practicing Entity)에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NPE는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 그리고 특허권을 갖고 기업을 괴롭힌다. 2000년 이후 등장한 NPE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제품 생산 등 제조활동은 하지 않는 기업을 말한다. 특허 침해 가능성이 있는 연구나 생산 조직을 상대로 위협을 하거나 소 제기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NPE들의 특허침해 소송은 2004년 7건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지적재산권분쟁대응센터의 ‘NPEs 동향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50건에 머무르던 특허침해 소송건수는 2011년 94건, 2012년 159건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1~3분기에만 161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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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으로 넓혀보면 이들 특허괴물의 소송 규모는 더 커진다. 미국 특허조사회사 페이턴트 프리덤에 따르면 지난해 NPE들이 제기한 특허소송은 3134건으로 2012년 2652건보다 482건(18.2%) 늘었다. 업체별로 구글과 애플이 각각 42건으로 공동 1위에 올랐고, 삼성전자가 38건으로 글로벌 주요 기업들 중에서 5번째로 많았다. 2009년부터 5년간 삼성전자는 151건으로 3위, LG전자는 116건으로 10위를 차지한다.

NPE들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기업들은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컴퓨터 기술 분야 분쟁이 36.5%(355건)로 가장 많았고, 이동통신이 21.5%(209건)로 뒤를 이었다.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는 등 특허괴물 공세에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2년 미국에서 제기된 전체 특허소송 중 절반이 넘는 62%가 특허괴물과 관련된 소송이었을 정도다.

특허괴물이 불러일으키는 폐해는 막대하다. 소송비용, 손해배상, 로열티 등 비용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소송 가능성 부담으로 연구개발 활동도 위축된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특허괴물 공세에 공동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7월 반도체 특허공유(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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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정부 차원의 규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특허괴물의 무분별한 소송을 제재할 수 있는 행정명령과 입법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특허괴물 규제법안인 ‘혁신법’이 미국 하원 의회를 통과해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이다.

한국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해 말 “NPE의 지재권 남용행위를 통한 부정적 기능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내년에 경쟁 제한 가능성이 큰 NPE의 행위부터 규제해 나가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괴물이 진화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NPE간 특허 양도·양수를 통해 특허자산을 은닉하는 등 형태가 다양하다. 괴물답게 끈질긴 생명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