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3大원칙 모르면 생고생만… '법정 밖의 법정'이 더 중요하다

2014. 4. 2. 20:49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위기관리 3大원칙 모르면 생고생만… '법정 밖의 법정'이 더 중요하다

  •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 조선비즈 입력 : 2014.03.29 03:03

    한 사람의 '진짜 내공'이 발휘될 때는 언제일까? 아마도 위기 상황일 것이다. 위기가 닥치면 두 가지를 알게 된다. 그 사람이 우선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가치관),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능력은 있는지(판단력). 한마디로 개인의 '밑천'이 다 드러난다는 얘기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빠진 기업이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보면 알게 된다. 경영진은 어떤 철학, 판단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때론, 그 철학과 판단력에 따라 멀쩡하던 회사가 무너질 수도,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고 더 강한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배드 뉴스(bad news)'가 넘쳐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룹 총수는 구속되고, 고객 정보는 유출되고, 멀쩡하던 리조트는 붕괴한다. 어떻게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더 강한 회사가 될 것인가?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와타나베 겐이치(왼쪽) 노무라홀딩스 대표와 나가이 고지 노무라증권 사장이 지난 2012년 6월 주간사를 맡은 여러 기업 공모 증자 정보를 공식 발표 전 기관투자자들에게 흘려 이득을 챙겼다는 내부자 거래 혐의로 물의를 빚자 기자회견을 통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와타나베 겐이치(왼쪽) 노무라홀딩스 대표와 나가이 고지 노무라증권 사장이 지난 2012년 6월 주간사를 맡은 여러 기업 공모 증자 정보를 공식 발표 전 기관투자자들에게 흘려 이득을 챙겼다는 내부자 거래 혐의로 물의를 빚자 기자회견을 통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 블룸버그

    1. '사람들 마음 속의 법정' 여론에서 무죄를 얻어야 한다

    세상의 법정은 둘로 나뉜다. 첫째는 법정 안의 법정. 한마디로 법원에 있는 진짜 법정이다. 여기서 적용되는 원칙은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무죄 추정 원칙'이다. 피고인의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죄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세상의 둘째 법정은 법정 밖의 법정. 다시 말해 진짜 법정이 아닌 사람들 마음속의 법정, 즉 '여론'이다. 여기선 이상하리만큼 반대 원칙이 적용된다. '유죄 추정 원칙'이다. 죄가 확정되기도 전에 대중은 생각한다. '뭔가 큰 잘못이 있는 게 확실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 연예인 소문에 대해 사람들이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법정 밖의 법정이다. 법원에서 아무리 무죄판결을 얻어내도 사람들 마음속에서 유죄판결을 지워내지 못하면 기업은 위태로워진다. 과거 공업용 우지 파동으로 고초를 겪은 삼양라면을 생각해 보자. 이 회사는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 마음속의 유죄를 말끔히 지우는 데 실패했고, 오랜 기간 시장에서 고전했다.

    그래서 중요한 게 경영진의 '적극적' 행동이다. 위기 상황에서 경영진의 행동은 선제적이고, 때론 '오버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해야 한다. 2011년 현대캐피탈의 전산망이 해킹을 당해 고객 정보가 줄줄이 새나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대캐피탈 경영진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사과를 CEO가 직접 하느냐, 담당 임원이 대신 하느냐'가 이슈였다. 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회사의 좋은 소식은 내가 직접 전해 왔는데, 잘못한 일은 임원에게 대신 전하라고 한다면 여론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보겠는가?" CEO의 사과와 회사의 초동 조치가 알려지면서 여론은 점차 호전됐다.

    1994년 멀쩡하던 다리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사상자를 수십명 낸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 사건은 시공사인 동아건설을 무너지게 할 정도의 초대형 참사였다. 사고 발생 직후 당시 최원석 회장은 끊어진 다리를 직접 찾아가 유족들 분노를 직접 대면했다. 또 상심한 유족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최대한 빠른 합의를 위해 애썼다. 그 결과 최 회장은 사람을 죽여 놓고 잘못은 모두 실무자에게 떠넘기는 '나쁜 재벌'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위기 상황에 진짜 법정에서 어떤 판결을 받느냐는 나중 얘기다. 중요한 건 여론(법정 밖의 법정)에서 죄의 형량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피해자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경영진의 과감하고 빠른 행동이 중요하다는 게 과거가 말해주는 교훈이다

    2. 정보의 공백을 줄여라

    최근 들어 기업 입장에서 위기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SNS로 대표되는 '정보화' 때문이다. 이제는 나쁜 뉴스를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작년에 이슈가 됐던 남양유업 사태를 생각해 보자. 유튜브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대리점주와 본사 간의 소송으로 끝났을 일이다. 하지만 유튜브에 욕설과 폭언이 공개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는 사회적 이슈가 됐다.

    나쁜 뉴스가 수면 아래(인터넷)로 퍼져나가는 순간, 위기관리에 서투른 기업들이 신봉하는 잘못된 믿음이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맞는 얘기다. 다 지나간다. 하지만 이미 고객은 떠나고, 회사는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중요한 게 위기 상황에서 빨리 입을 여는 것이다. 위기를 만든 당사자가 침묵하면 대중은 스스로 만든 음모와 부정적인 자료로 '정보의 진공(information vacuum)'을 채운다.

    '위기에선 입을 열라'고 하면 위기에 빠진 당사자들은 하소연한다. "아니, 누구 잘못인지도, 원인도 확실히 모르는데 무슨 얘기를 하느냐"고. 오해하지 말자. 모든 것을 얘기하라는 게 아니다. 두 단계로 나눠서 말해야 한다. 위기 초기에는 무슨 일(what)이, 언제(when), 어디서(where) 일어났는지 이것만 밝혀도 된다. 위기 상황의 첫 입장 표명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간단한 메시지를 통해 '정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시간이 지난 후, 사실관계가 파악되고 난 다음에는 왜 일어났고(why), 누가 책임지며(who), 어떻게 대처할 것(how)인지 밝혀야 한다.

    3. 창의적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위기관리도 이제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위기를 수습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뭔가 더 큰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캐주얼 브랜드인 팀버랜드다. 2009년, 그린피스 회원들은 팀버랜드 CEO에게 항의 메일을 수만 통 보낸다. 팀버랜드가 납품받는 브라질산 소가죽이 비윤리적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내용이었다. 팀버랜드 임원들은 납품 비중도 얼마 안 되니까 브라질과 거래를 끊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스워츠 사장은 이걸 받아들이지 않고 그린피스에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잘못을 인정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 달라." 그린피스는 두 달 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가죽의 원산지 추적 시스템을 함께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결국 팀버랜드와 그린피스는 함께 시스템을 만들고 적이 아닌 동지가 된다.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사람이 이 말을 '그냥 하는 말' 또는 '뻔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위기는 진짜 기회가 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내공'이 있을 때만 그렇다. 위기관리의 원칙을 모르는 기업과 리더에게 위기는 그냥 '개고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