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6개월 흑자행진…3대 미스터리

2014. 5. 29. 22:29C.E.O 경영 자료

경상수지 26개월 흑자행진…3대 미스터리

매일경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6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한국은행은 4월 경상수지가 71억2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경상수지는 2012년 3월 38억1000만달러 흑자를 낸 이후 26개월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역대 두 번째 연속 흑자 기록으로 1986년 6월부터 1989년 7월까지 38개월 연속 흑자를 낸 것이 역대 최장 기록이다.

4월 경상흑자 규모는 전월에 비해 1억7000만달러가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5억7000만달러가 늘었다. 전년 대비 56.5%가 늘어난 것이다. 상품 수출입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는 106억5000만달러로 3월(79억7000만달러)에 비해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ㆍ전자제품이 148억달러로 전년 대비 4.2%가 늘었다. 석유제품 수출은 4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가 상승했고, 승용차ㆍ부품(68억1000만달러)과 철강(41억8000만달러)도 전년 대비 각각 16.1%, 15%가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계속되는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출은 증가하는 데 반해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4월 경상수지 역시 수출은 567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가 늘었지만, 수입은 460억7000만달러로 0.9% 소폭 감소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의 경상수지 흑자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로 볼 수 있다"며 "투자와 소비 등 수입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상황 자체가 하강 국면이 아니기에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를 불황형 흑자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도 0.9%로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소비와 투자가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입 물량과 단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나의 요인을 바탕으로 불황형 흑자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환율과 무역의 상관관계가 달라지는 추세를 보이는 것도 관심거리다. 지난 4월 달러에 대한 원화값은 약 3%가량이 올랐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수출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환율이 무역에 미치는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자제품 등의 분야에서 시장지배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도 그만큼 덜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환율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거래는 단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몇 개월 뒤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호조에 따라 거시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가 1%대로 낮은 수준이지만 가계는 여전히 소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가계는 아직도 불안감에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고, 임금 증가도 물가상승률보다 같거나 하회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너무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도 "기업의 사내유보금 등 현금자산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기업 배당의 확대가 민간소비의 증대를 유발하고 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