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잡지도 못하고… 깃털만 법정에

2014. 6. 6. 21:2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유병언 잡지도 못하고… 깃털만 법정에

측근 8명 16일부터 재판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을 도와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측근들에 대한 재판이 조만간 본격화한다. 하지만 재판은 모든 의혹의 출발점인 유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여 반쪽짜리가 될 공산이 커졌다.

주범이 없는 상태에서 공범들만 법의 심판대에 세워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검찰이 유 회장을 붙잡을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퍼지고 있다.

세계일보

◆측근 재판 집중 심리 방식으로 진행

6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유 회장 측근 8명에 대한 재판이 오는 16일 오전 10시 인천지법에서 형사12부(부장판사 이재욱) 심리로 열린다.

송 대표 이외에도 박승일(55)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와 이재영(62) ㈜아해 대표, 이강세(73) ㈜아해 전 대표,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오경석(53)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가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낸다.

인천지법은 횡령 및 배임 사건을 일반 사건으로 분류해 순번대로 배당, 부패사건 전담인 형사12부가 사건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가운데 가장 먼저 기소된 송 대표는 애초 오는 10일 첫 재판이 잡혔으나 비슷한 혐의를 받는 다른 피고인이 잇따라 기소됨에 따라 공판기일이 늦춰졌다. 재판부는 혐의가 같은 이들 사건의 병합 여부를 첫 공판기일 때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 8명에 대한 공판은 오는 10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이준석(68)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과 마찬가지로 집중 심리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집중 심리는 2주 간격으로 재판이 열리는 일반 사건과 달리 매주 한 차례 이상 공판을 진행해 선고까지 신속히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도 집중심리로 진행돼 1심에서 한 달 동안 11차례 공판이 열렸다.

◆수사 의지에 대한 의구심 확산

유 회장 측근들이 재판에 넘겨지긴 했지만, 이번 재판으로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의혹의 전모가 밝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몸통 격인 유 회장 일가를 전혀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근들에 대한 재판만으로는 횡령·배임 범행의 최종 윗선과 전반적인 범행 구조, 범죄 액수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자금을 제외한 유 회장 일가의 공개적인 재산 규모만 수천억원대에 달하는데도 검찰이 측근들을 기소하면서 적시한 범행액수는 1인당 수억∼수십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유 회장 일가의 천문학적 재산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유 회장을 놓치면서 지지부진하다.

검찰의 수사 의지가 강력하지 않다는 것은 체포 작전에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과 공조작전을 펼치지 않았던 검찰은 유 회장이 여전히 전남 순천 일대에 숨어 있다고 보고 이 주변을 맴돌고 있다. 체포 의사가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경기도 안성 금수원 재진입도 사실상 포기했다. 검찰은 금수원에 유 회장 일가의 도피를 총괄 기획한 구원파 신도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추정하면서도 여러 잡음을 우려, 며칠째 검토만 하다 접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