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정홍원 총리인데, 무슨 해경 해체냐?

2014. 6. 27. 19:00이슈 뉴스스크랩

도로 정홍원 총리인데, 무슨 해경 해체냐?

한겨레 | 입력 2014.06.27 17:10 | 수정 2014.06.27 17

 

 

[한겨레]해경, 정부 비판 자료 기자들에 보냈다가 회수 '소동'


40년전 863정 사건 비교하며 '해체 불만' 속내 드러내


"정부, 구조시스템 원인 조사 없이 해체부터 결정"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던 정홍원 총리를 재임명한 26일 해양경찰청이 정부의 해경 해체를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수정해 기자들에게 다시 보내는 소동을 빚었다. 해양경찰청은 대변인실 실무자의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해경이 조직 해체에 대한 속내를 표출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양경찰청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서 40년 전 인 1974년 동해 북방한계선 근처에서 북한 경비정의 포격을 받아 침몰한 해경 863정 사건을 언급하며 해경 해체 결정이 옳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해경은 보도자료에서 "40년 전 오늘은 해경 863정이 북한 경비정의 포격을 받아 침몰하고 승조원 28명 전원이 순직한 날이다. 이 사건으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해경 해체, 역할 해군 이양'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해경은 당시 내무장관(고 홍성철)이 "해상에서의 조난구조, 어로선의 안전조업 보호, 밀수방지, 대간첩 임무 수행 등으로 미뤄 해경을 해체할 수는 없다"며 해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체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해경 해체를 방어한 이 한마디는 청사 신축 확대, 노후 함정 교체, 각종 메뉴얼 제작, 교육 및 훈련 인프라 구축 등 해경의 강화로 이어졌고, 그 흐름은 오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해경은 이 보도자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에도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초기 실종자 구조 실패를 이유로 해경 해체가 논의되고 있지만 40년간 전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며 "해경의 역할은 해상테러 예방, 해양재난 대응, 해상교통관리, 수상레저, 해양범죄단속, 해양오염 예방 등으로 확대됐는데도, 구조를 포함한 안전 기능만 강조하여 해체가 결정돼 국회에서 논의중이다"고 했다.

보도자료는 40년전 863정 사건은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 그에 맞는 처방이 있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는 정확한 분석과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해경 해체가 결정됐다는 차이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40년전에 비해 해경의 역할은 해상테러 예방, 해양재난 대응, 해상교통관리, 수상레저, 해양범죄 단속, 해양오염 예방 등으로 확대됐는데도 구조를 포함한 '안전' 기능만을 강조해 해경 해체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이 보도자료는 "야당 등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경 해체에 대한 정부조직법 개정이 정부 생각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해경 구조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원인 조사 및 '안전' 이면의 해경의 역할 등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수용해야 한다"며 "40년전 그 분들의 소통의 자세에서 얻은 교훈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해경은 이 보도자료가 논란이 일자 보도자료의 예민한 내용을 수정해 재발송했다.

해경 관계자는 27일 "초안 작성 단계에서 실무자 착오로 보도자료가 잘못 배포됐다. 대변인실에 최근 배치된 실무자가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것으로 해경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경을 해체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안전행정위에 넘겨진 상태다.

인천/김영환 기자yw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