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마디에 한국기업 '초비상'

2014. 8. 9. 21:36C.E.O 경영 자료

  • 포스코건설 직원 아르빌 대피… 석유公 현장엔 정부군 무장 경계
    [美 이라크 공습 개시] ■ 현지 진출 국내기업 비상
    비상 시나리오 사실상 가동
    단계별 철수 계획도 세워
    장기화 땐 사업 차질 불가피
    입력시간 : 2014.08.08 17:53:55
    수정시간 : 2014.08.09 15:11:
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 반군 공습을 승인한 지 9시간여 만에 공격을 감행하면서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티크리스강 상류에 위치한 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 댐을 장악하는 등 북부지역으로 공세를 확대하고 있고 미군의 공습이 확산되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지침 등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모든 채널을 열어둔 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8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80여개사로 근로자는 최근 많이 철수해 현재는 1,000여명 정도다. 우선 정부는 매일 이라크 현지 상황 동향 점검을 갖고 단계별 대피 계획을 가동 중이다. 앞서 지난 7월 말 현장 인원을 필수와 미필수로 나눠 미필수 인원은 대부분 철수시킨 상태. 현재 이라크에서는 가스공사석유공사 등 에너지 기업과 한화건설·삼성엔지니어링·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광구와 공사 현장이 대체로 안전한 곳에 위치해 있지만 만일의 경우 사태 악화로 기자재 조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만반의 대비책을 세우는 중이다. 심각한 상황이면 현지 인원 전원 철수 계획도 세워놓았다.

석유·가스공사가 개발 중인 광구 7곳은 비교적 안전지대로 분류돼 반군 교전과 공습의 영향권에서는 멀다. 하지만 교전이 장기화하거나 전면 교전이 발생할 경우 사업 차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공사 하울러 현장은 반군 점령지역과 인접해 자칫하면 일시적 생산 차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현장에는 쿠르드 군인 40여명과 경호업체 직원들이 경계 중"이라며 "다각적인 정보 수집을 통해 현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 중이며 단계별 대피 계획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플랜트 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 지역도 이라크 남동부에 집중돼 있어 반군이 점령한 북서부 지역과는 거리가 있다. 미군의 공습 대상 역시 이들 반군 점령지역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장에 직접 피해가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건설 자재를 비롯한 물류 수송에 타격을 입을 경우 공사 기간이 늘어나지 않을까 고심 중이다. 또 공습을 계기로 현지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유사시 인력 이동 경로, 운송수단 등 비상 대피 계획을 점검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건설은 반군 점령지역과 가까운 카밧화력발전소 현장에 체류하던 직원 7명을 7일 새벽(현지시간 기준) 아르빌 지역으로 긴급 대피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이 반군이 점령한 모술과 가깝기 때문에 곧바로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다른 건설업체들은 아직 직접적인 철수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바그다드 인근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한화건설 관계자는 "공습은 이라크 북서부 지역의 저항세력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바그다드 남쪽에 위치한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은 아직 영향권 밖에 있다"며 "하지만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치안 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스마야신도시 공사 현장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2㎞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현장 주위는 콘크리트 방호벽과 철조망 등으로 보호받고 있다. 본사와 협력사 직원 총 400여명으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이라크 서북부 안바르주 천연가스 중앙처리시설 공사를 수주했지만 북부지역의 상황이 위험해지면서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