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임팩트, 한국의 선택>'기회의 땅' 옛말.. 高임금-기술 베낀 짝퉁.. 사업 포기

2014. 10. 7. 20:32C.E.O 경영 자료

<차이나 임팩트, 한국의 선택>'기회의 땅' 옛말.. 高임금-기술 베낀 짝퉁.. 사업 포기

⑨ 中 진출 한국기업들 ‘유턴’ 문화일보 | 임대환기자 | 입력 2014.10.07 13:51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K사.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 이제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 고심 끝에 수년 전부터 중국 시장을 두드렸다. K사는 2년 전 중국 상하이(上海) 인근에 생산공장을 세웠다. 생산공정이 한국에서 설비를 들여와 조립만 하면 되는 방식이고, 공장 인력을 채용하기만 하면 끝나는 단순한 일이었기에 진출 결정 후 공장을 세우기까지는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 신발공장 속속 철수 : 지난 1995년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해 진출했다가 최근 국내로 U턴을 결정한 아웃도어 신발업체인 트렉스타의 부산 공장 직원들이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바쁘게 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이후 K사는 마케팅 전담 인력을 고용하고 다양한 루트를 활용해 중국 시장을 개척하려고 했지만 공장 설립 후 1년 반 만에 판로 개척에 실패, 공장 문을 닫고 말았다. 중국의 전자제품 산업이 한국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동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 업체가 부지기수였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실패의 이유'로 꼽혔다.

K사 관계자는 "단순히 저임금의 노동력과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이라는 매력에 사로잡혀 투자를 결심했다"며 "그러다 보니 원가절감을 하지 못해 현지 중국 업체들과 원가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철저한 진출 전략의 부재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가구업체인 에넥스도 빠르게 변하는 중국 상황에 어려움을 겪다 발을 뺀 케이스다. 에넥스는 지난 2003년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현지 공장을 세웠다. 여기에는 각종 세제 혜택으로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였던 중국 정부의 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저렴한 인건비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현지의 상황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했다. 중국 당국은 외국 기업들이 거대시장을 보고 앞다퉈 중국에 진출하자, 그동안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했던 각종 혜택을 빠르게 걷어들였다. 중국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인건비도 급격히 상승했다.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 에넥스 중국법인의 적자폭은 날로 커져 갔다. 에넥스는 급기야 중국법인만을 남긴채 지난해 공장을 매각했다. 중국 공장을 정리한 후 에넥스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20억 원으로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했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기업들 대부분은 이처럼 현지 사정을 철저히 조사하지 못해 진출 전략을 잘못 세웠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많다. 의류업체인 B사의 경우 중국 현지 대리업자를 믿고 수출을 했다가 대리업자가 B사 몰래 B사의 상표를 등록해 버리고 이른바 '짝퉁'을 만들어 판매하는 바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현지 시장이나 중국 사업자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7일 코트라의 'U턴기업 지원센터'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U턴'해 지방자치단체들과 투자협정을 맺은 국내 기업은 2012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64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62개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김주철 코트라 해외투자지원단 차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자체가 많은 데다 중국이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 인건비 등 기업 코스트가 가장 먼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U턴 기업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중국 현지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대중국 진출 전략을 느슨하게 마련하고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 현지법인을 세운 한국 기업들의 숫자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6년 한때 2000개를 넘던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은 올 상반기 300여 개로 쪼그라든 상태다.

정부도 중국에서 U턴하는 기업들을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 주고 설비 도입 시 관세도 감면해 주는 등 관련 대책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됐다. 지난 4월에는 'U턴기업지원법'에 따른 U턴기업 14개사를 최초로 선정해 공장 부지 분양가와 설비투자금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도 해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더 이상 중국 업체들을 한국 제품을 모방하는 '3류 기업'으로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정부도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던 과거와는 입장이 매우 달라졌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를 고려한 진출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