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만 올리고 끝? 시장혼란에 ‘나몰라 정부’
2015. 1. 20. 19:25ㆍ이슈 뉴스스크랩
담뱃값만 올리고 끝? 시장혼란에 ‘나몰라 정부’
제주면세점, 담배사려 30분 장사진…편의점, 메비우스 등 여전히 텅텅
지난해 하반기 관련 법안을 부랴부랴 만들어 여야의 암묵적인 합의 속에 연말 국회를 통과한 담뱃값 2000원 인상.
새해부터 도입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이 아닌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무리수였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18일 현재 제주면세점에는 제주를 떠나며 한 갑이라도 더 담배를 사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 만들어졌다.
면세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30분 이상을 긴 줄 속에서 기다려야 함에도 누구하나 줄을 벗어나지 않고 일행들과 묵묵히 줄을 서고 있다.
한 등산객은 “시중에서 사려면 담배 1보루(10갑)에 4만 5000원에서 4만 7000원하는데 여기서는 절반도 안되는 1만 8000원에서 1만 9000원이면 살 수 있으니 참아야죠”라며 “1보루 밖에 구매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은 “예전에는 해외여행 시 담배 선물이 조금 값어치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지인들이 원하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며 “주위에서는 담배를 사려고 제주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벌어진 웃지 못 할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정부와 담배 관련 산업계의 담합 아니냐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고 비난하는 이도 있다.
아울러 이번 담뱃값 인상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제주도로 돌리기 위한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합동 전략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시중에서 구매할 때와 면세점에서 구매할 경우를 비교하면 담배 한 갑에 2700~2800원의 차이가 난다.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1인당 최대물량인 1보루(10갑)를 기준으로 하면 2만 7000~2만 8000원의 차이가 생긴다.
면세점별로 판매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면세담배를 사다가 시중에 풀면 담배 1보루에 약 3만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변칙적으로 가족들 모두에게, 같이 간 일행들에게 1보루씩 사도록 해서 판매한다면 또, 1보루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해외 면세점을 통해 구입한다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최악의 경우 미군이나 외항선 등등 별도의 루트를 통해 대량으로 구매한다면 그 차익의 규모를 볼 때 충분히 사업화할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밀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담배제조사들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직 면세점 공급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신라와 롯데 등 면세점 운영사업자들이 각 면세점별로 판매하는 가격은 본인들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국민들 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걷어낼 방법은 다양하게 고려했지만 담배 제조사나 면세 사업자 등 관련 업계와 담뱃값 인상 이후 혼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이 드러난 셈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담뱃값 인상안 마련 당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할 시간도 없었고 그런 문제를 고려한 사람도 없었다”고 밝혔다.
세수 증가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다보니 이로 인해 파생될 문제점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몇몇 제조업체들이 면세점 공급가를 25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다가 다시 거둬들인바 있다”며 “세금이 붙지 않는 만큼 시중에서는 인상된 가격을 업체가 모두 취한다는 비난이 있어 올리지도 못하고 정부에서 어떤 지침을 주기를 기다리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시중 혼란을 막기 위해 공급가를 올리자니 그렇지 않아도 세수확보를 위해 희생(?)된 흡연자들의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워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1인당 1보루(10갑)인 국내 반입 면세담배 한도를 5갑으로 줄이거나 면세 담배에 건강증진부담금과 폐기물부담금 등을 붙이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이와 함께 세수 확보를 위해 시내 면세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어서 정부가 세수 확보에만 혈안 돼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중에서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담배를 구매하려는 흡연자들을 우롱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 담배를 공급하는 KT&G와 한국필립모리스는 올 1월1일 변동된 가격 적용을 위해 지난해 12월24일까지 기획재정부 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와 재팬토바코 인터내셔널 코리아(JTI코리아)는 해를 넘기고도 인상안을 기획재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판매하는 던힐과 메비우스 등으로 흡연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정작 시중에서 이들이 판매하는 담배를 구할 수 없어 항의가 이어졌다.
BAT코리아는 13일부터 새로운 팩 디자인을 적용한 담배를 유통하기 위해 기존 담배를 웃돈 주고 거둬들였고 JTI코리아는 지난해 제조한 재고분만 시중에 유통시키고 추가 물량을 제공하지 않았다.
양사 모두 지난주까지 기획재정부에 인상된 가격안을 제출함에 따라 이번 주부터는 모든 담배가 인상된 가격에 판매돼야 한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아직도 양사의 물량이 부족해 구매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 판매업자는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는 물량이 없다면서, 인상된 후에는 국내에서 제조할 수 없어 공급을 못한다고 하니 판매할 수 없는 입장에서도 답답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담뱃값을 올리는 것에만 신경 쓰고 이로 인해 벌어질 시장의 혼란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가 향후 면세 담배와 시중 담배의 격차 해소를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업계에서 유려하고 있는 밀수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규복 기자
새해부터 도입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이 아닌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무리수였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18일 현재 제주면세점에는 제주를 떠나며 한 갑이라도 더 담배를 사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 만들어졌다.
면세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30분 이상을 긴 줄 속에서 기다려야 함에도 누구하나 줄을 벗어나지 않고 일행들과 묵묵히 줄을 서고 있다.
![]() |
18일 20시 현재 제주공항 내 면세점에 담배를 사기 위한 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 |
한 등산객은 “시중에서 사려면 담배 1보루(10갑)에 4만 5000원에서 4만 7000원하는데 여기서는 절반도 안되는 1만 8000원에서 1만 9000원이면 살 수 있으니 참아야죠”라며 “1보루 밖에 구매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은 “예전에는 해외여행 시 담배 선물이 조금 값어치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지인들이 원하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며 “주위에서는 담배를 사려고 제주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벌어진 웃지 못 할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정부와 담배 관련 산업계의 담합 아니냐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고 비난하는 이도 있다.
아울러 이번 담뱃값 인상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제주도로 돌리기 위한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합동 전략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시중에서 구매할 때와 면세점에서 구매할 경우를 비교하면 담배 한 갑에 2700~2800원의 차이가 난다.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1인당 최대물량인 1보루(10갑)를 기준으로 하면 2만 7000~2만 8000원의 차이가 생긴다.
면세점별로 판매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면세담배를 사다가 시중에 풀면 담배 1보루에 약 3만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변칙적으로 가족들 모두에게, 같이 간 일행들에게 1보루씩 사도록 해서 판매한다면 또, 1보루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해외 면세점을 통해 구입한다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 |
18일 20시 현재 제주공항 내 면세점에 담배를 사기 위한 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 |
최악의 경우 미군이나 외항선 등등 별도의 루트를 통해 대량으로 구매한다면 그 차익의 규모를 볼 때 충분히 사업화할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밀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담배제조사들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직 면세점 공급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신라와 롯데 등 면세점 운영사업자들이 각 면세점별로 판매하는 가격은 본인들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국민들 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걷어낼 방법은 다양하게 고려했지만 담배 제조사나 면세 사업자 등 관련 업계와 담뱃값 인상 이후 혼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이 드러난 셈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담뱃값 인상안 마련 당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할 시간도 없었고 그런 문제를 고려한 사람도 없었다”고 밝혔다.
세수 증가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다보니 이로 인해 파생될 문제점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몇몇 제조업체들이 면세점 공급가를 25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다가 다시 거둬들인바 있다”며 “세금이 붙지 않는 만큼 시중에서는 인상된 가격을 업체가 모두 취한다는 비난이 있어 올리지도 못하고 정부에서 어떤 지침을 주기를 기다리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시중 혼란을 막기 위해 공급가를 올리자니 그렇지 않아도 세수확보를 위해 희생(?)된 흡연자들의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워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1인당 1보루(10갑)인 국내 반입 면세담배 한도를 5갑으로 줄이거나 면세 담배에 건강증진부담금과 폐기물부담금 등을 붙이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이와 함께 세수 확보를 위해 시내 면세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어서 정부가 세수 확보에만 혈안 돼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 |
16일 현재 편의점에서 사라진 메비우스 등의 판매대 모습. 이코노믹리뷰 이규복 |
이런 가운데 시중에서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담배를 구매하려는 흡연자들을 우롱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 담배를 공급하는 KT&G와 한국필립모리스는 올 1월1일 변동된 가격 적용을 위해 지난해 12월24일까지 기획재정부 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와 재팬토바코 인터내셔널 코리아(JTI코리아)는 해를 넘기고도 인상안을 기획재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판매하는 던힐과 메비우스 등으로 흡연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정작 시중에서 이들이 판매하는 담배를 구할 수 없어 항의가 이어졌다.
BAT코리아는 13일부터 새로운 팩 디자인을 적용한 담배를 유통하기 위해 기존 담배를 웃돈 주고 거둬들였고 JTI코리아는 지난해 제조한 재고분만 시중에 유통시키고 추가 물량을 제공하지 않았다.
양사 모두 지난주까지 기획재정부에 인상된 가격안을 제출함에 따라 이번 주부터는 모든 담배가 인상된 가격에 판매돼야 한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아직도 양사의 물량이 부족해 구매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 판매업자는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는 물량이 없다면서, 인상된 후에는 국내에서 제조할 수 없어 공급을 못한다고 하니 판매할 수 없는 입장에서도 답답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담뱃값을 올리는 것에만 신경 쓰고 이로 인해 벌어질 시장의 혼란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가 향후 면세 담배와 시중 담배의 격차 해소를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업계에서 유려하고 있는 밀수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규복 기자
'이슈 뉴스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IS 공습에 IS대원 6000여명 사망 추산 (0) | 2015.01.23 |
---|---|
사상초유 연말'재'정산…사회적비용만 20조 날릴 판 (0) | 2015.01.23 |
하태경, 의원회관서 기자회견 통해 '왕재산 지령문' 공개! "새정치는 야권연대 반성해야" (0) | 2015.01.18 |
하태경, '통진당 창당과 야권 연대 개입한 북한의 사과 촉구 결의안' 발의 (0) | 2015.01.16 |
‘징역 2년’ 한명숙 상고심 늑장, 대법원 눈치 보나? (0) | 2015.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