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ㆍIS 후원자는 사우디 왕실?

2015. 2. 4. 20:29지구촌 소식

[슈퍼리치] 알카에다ㆍIS 후원자는 사우디 왕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쿠웨이트 등 일부 아랍국가의 왕실에서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를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 왕실이 9ㆍ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를 지원했다는 증언이 당시 테러 가담자에게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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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당시 테러에 가담한 죄로 미국에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인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9ㆍ11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진행 중인 민사 소송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사우디 왕실의 주요 구성원이 테러 조직의 주요 기부자였다고 증언했다.

무사위는 1990년대 후반 오사마 빈 라덴으로부터 알카에다 기부자 목록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아 2~3달 동안 매일 기부자의 이름과 기부액을 컴퓨터에 입력했으며, 그중에는 사우디 왕실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목록에는 투르키 알파이잘 알 사우드 왕자와 사우디 해외정보국 전직 국장, 주미 대사 등이 포함됐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일삼으며 비난과 공분을 사고 있는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IS에 대해서도 사우디 왕가 등이 오래 전부터 IS의 ‘돈줄’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영국의 정보기관 MI6의 국장을 지낸 리처드 디어러브(Sir Richard Dearlove)경은 지난해 7월 한 강연에서 “사우디와 카타르의 부자들이 테러단체에 돈을 지원하고, 이를 당국이 눈감아주고 있다”며 “그 돈은 IS가 세를 불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우디와 카타르, 쿠웨이트 등 수니파 국가들은 급진 수니파 세력이 주축인 IS와 종파가 같다. 그런 점에서 수니파 왕정국가들은 경쟁관계에 있는 시아파 국가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IS를 유용한 도구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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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실은 IS가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는 데 가장 큰 후원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초,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 정보국 수장인 반다르 빈 술탄(Bandar bin Sultan) 왕자에게 “시리아 반군 무장단체를 지원하지 말라”고 직접 항의했을 정도다.

반다르 왕자는 1983년부터 22년간 주미대사를 지냈을 만큼 사우디 내에서 미국과 가까운 인사로 평가되지만 IS의 주요 후원자로도 지목돼 왔다. 그의 아버지 술탄 빈 압둘아지즈(Sultan bin Abdulaziz)는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Abdulaziz) 국왕의 12번째 아들이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폭로도 사우디와 테러단체 간의 연계성을 뒷받침했다. 지난 2010년 위키리크스는 2009년 12월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쓴 “사우디는 알카에다, 탈레반, 라슈카르 에 타이바(Lashkar-e-Taiba, 파키스탄 소재) 등 테러 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해왔다”는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카타르 왕실은 앞에선 미국을 지지하고, 뒤로는 테러단체를 돕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독일의 한 장관이 카타르가 IS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카타르 왕실이 IS를 포함한 국제 테러단체들의 자금줄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연합해 전개된 IS 공습작전에서도 카타르는 정찰 비행만 할 뿐 IS에 폭격을 가하지 않고, 카타르 왕실 소유의 알자지라 방송이 최근 IS에 대해 옹호하는 뉴스를 내보내면서 이같은 우려를 부추겼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Emir Sheikh Tamim bin Hamad al-Thaniㆍ자산 추정액 최소 24억 달러) 카타르 국왕은 직접 나서 테러단체와의 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아랍 왕정국가들의 자금이 테러단체로 유입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발표한 2013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시스템이 허술할 뿐만 아니라 쿠웨이트 왕실이 규제를 느슨하게 하면서 수억 달러가 쿠웨이트를 통해 테러단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국제 사회는 이를 묵인하는 사바 알아마드 알자베르 알사바(Sabah Al-Ahmad Al-Jaber Al-Sabahㆍ자산 추정액 최소 4억 달러) 쿠웨이트 국왕을 향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편 2004년 9ㆍ11 위원회가 발행한 보고서는 사우디 정부가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한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하지만 832쪽 분량의 이 보고서 중 28쪽은 대테러 작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기밀로 지정됐다.

이후 유족들은 2009년 정보공개법에 따라 확보한 재무부 내부문서에서 사우디 왕실이 2006년까지 ‘국제이슬람구호기구’(IIRO)라는 자선단체를 통해 알카에다 등 극단 이슬람 테러집단에 재정 지원을 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사우디 왕가의 일원이 직접 나서 IS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해온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알왈리드 빈 타랄(Alwaleed bin Talal) 왕자는 지난해 10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시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IS에 돈을 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왕실 차원의 지원은 현재 중단했다고 밝혀 사우디 왕가에서도 이전까지 IS를 지원해왔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