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4. 20:33ㆍ지구촌 소식
극악무도 IS에 전세계 분노…오바마에 지상군 투입 압박
이슬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 2일 요르단 조종사인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화형시킨 동영상을 공개하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영상 속에서 복면을 한 IS 대원은 기름에 젖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채 쇠창살 안에 갇혀 있는 알카사스베 중위를 향해 일말의 주저도 없이 불을 붙였다. 화염에 싸인 알카사스베 중위는 곧바로 쓰러졌다.
극악무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IS는 그의 시신을 쇠창살과 함께 불도저로 땅에 묻어버리곤 “요르단 내 무슬림이 다른 요르단 조종사를 죽이면 100디나르(IS 자체 화폐)를 주겠다”는 적반하장식 겁박을 토해냈다.
요르단 측의 즉각적인 보복까지 겹치면서 ‘피의 윤회’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 요르단 정부는 이날 여성 테러범 사지다 알리샤위 등 2명의 사형을 집행한 데 이어 “추가로 5명의 테러범을 또 사형하겠다”고 밝혔다.
요르단 정부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IS가 이미 한 달 전 알카사스베 중위를 화형시켰으면서도 “알리샤위와 맞바꾸자”는 등의 뻔뻔스러운 요구를 해왔다는 것이다. 요르단 국영방송에 따르면 해당 동영상은 지난 1월 3일 제작됐다. IS가 일본인 인질 2명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인질극을 시작하기 17일 전이다.
강력한 보복을 경고한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은 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보복을 천명한 요르단 정부가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IS 주요 근거지에 대한 공중 타격, 특전부대를 동원한 비밀 타격 작전, 시리아 쿠르드족을 통한 대리 보복공작 등이 있지만 지금까지 IS를 뿌리 뽑는 데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는 IS와 격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금까지 “IS 척결을 위한 군사적 지원은 무기 지원과 공습뿐”이라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줄곧 부정해왔다.
그러나 IS의 이 같은 만행이 인내 수위를 점점 넘어서고 테러 대상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여론의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워싱턴DC 한 소식통은 “일본인 인질 2명이 살해된 이후 미국 내에서도 미국인 인질에 대한 염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적인 의지와 무관하게 여론이 요동을 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CNN과 인터뷰하면서 “(IS 격퇴를 위해서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지상군 파견론에 불을 지폈다.
신중론을 고수해왔던 미국 언론들도 지상군 투입론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2일 “오바마 대통령의 군사작전 고문들이 공습 공격이 부족할 경우 대통령에게 지상군 공격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지상군 투입에 신중한 자세다. 최근 백악관은 공식 성명을 통해 “IS는 오직 파괴와 죽음에만 관심 있는 조직”이라면서도 “가장 최고의 해결책은 그들이 ‘부도(bankrupt)’가 나서 와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요 시설 파괴를 공습으로 지원함으로써 전투 능력을 완전 와해시키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에 강경·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과거 조지 부시 정부가 13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상군을 불사한 군사력 투입 후 “많은 인명을 희생시키고 테러리스트들을 박멸하진 못했다”는 비난 여론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국민의 인명 피해가 계속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례로 IS가 붙잡고 있는 26세 여성 인질에게 위해가 가해지면 미국 내 여론이 급변해 지상군 투입 결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을 의식해 지상군 투입 불가 원칙을 고수했던 만큼 여론의 변화 기류가 강하면 명분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해 미국 CBS 등이 실시한 지상군 투입에 대한 여론 국민 조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상군 투입을 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늘어났다. 특히 이번 사건 직후 각국 정상들이 한목소리로 ‘반인류적 행위’라며 비난하고 나서면서 IS 척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편 IS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알카사스베 중위는 유력 가문 출신에 독실한 무슬림으로 전해졌다. 알카사스베는 1988년 요르단 중부 카라크시에서 카사스베 가문의 8남매 일원으로 태어났다. 알카사스베도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코스를 밟게 돼 2009년 킹후세인항공대학을 졸업하고 요르단왕립공군에 입대했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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