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쉬쉬하며 줄서는 '1초 완판 금융상품' 있다는데

2015. 2. 7. 22:08C.E.O 경영 자료

부자들 쉬쉬하며 줄서는 '1초 완판 금융상품' 있다는데

  • 이현승 기자
  •  

    조선비즈 입력 : 2015.02.06 15:02 | 수정 : 2015.02.06 16:24

     

    “일단 상품이 나왔다 하면 영업점 직원을 전부 컴퓨터 앞에 대기 시킵니다. 몇 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거예요. 1초에 다 팔린 일도 있죠.” (신한금융투자 PB)

    “미리 예약표를 받겠다는 고객도 있어요. 무조건 넣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분들이 많아서 물량이 나왔다는 공지가 내려오면 긴장이 될 정돕니다.” (NH투자증권 PB)

    요즘 증권사에는 판매를 했다 하면 순식간에 다 팔려나가는 상품이 있다.
    이른바 ‘1초 완판(매진) 상품’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뭉칫돈을 들고 대기하고 있는데, 증권사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번씩 50~60억원씩 깜짝 판매를 하고 있다. 품귀(品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상품은 롱숏 ELB(파생결합사채)다.

    부자들 쉬쉬하며 줄서는 '1초 완판 금융상품' 있다는데


    ◆ 원금 지키면서 연 5~8% 수익…롱숏 ELB 인기

    이 롱숏 ELB(파생결합사채)는 신한금융투자과 NH투자증권이 2012년 말부터 판매해 3조3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작년부터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영업점에서 비공개적으로 알음알음 판매한 것이 전부인데 2년여만에 3조원 넘는 자금이 몰린 것.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신한금융투자의 한 지점에서는 1초 만에 60억원이 몰려들면서 완판되기도 했다.

    만기까지 가져가면 원금이 무조건 보장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동시에 연 5~8%의 추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고 증권사에서는 설명한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일반 롱숏 펀드와 다른 점이다.

    아주 어려울 것 같은 이름이지만, 사실 상품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자금이 들어오면 증권사는 시중은행 계좌에 넣고 CD(양도성예금증서)나 채권 같은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

    이후 들어온 돈과 같은 증권사 자체 자금을 활용해 주식 매매를 한다. 롱숏 투자에 특화된 운용사나 자문사와 자문 계약을 맺고 운용한다.

    자문사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판단되는 주식은 미리 빌려서 팔아(공매도·short) 차익을 남기는 전략으로 수익을 낸다.

    만기인 2년이 지나면, 고객은 원금과 증권사가 돈을 CD와 채권에 투자해 발생한 이자 수익, 그리고 롱숏 투자로 인한 수익을 합한 것을 수익금으로 배분 받는다. 증권사는 주식 매매 수수료와 성과보수를, 자문사는 주식 운용보수와 성과 보수를 가져간다.

    롱숏 전략으로 주식을 운용하다가 손실이 나도 투자자는 원금을 까먹지 않는다. 주식 투자로 인한 손실이 4%가 되면 증권사는 투자를 중단하고 CD에 자금을 묻어 둔다. CD 금리가 2년에 4% 정도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금이 보장된다는 것이 증권사의 설명이다.

    투자 시점과 어떤 자문사와 계약을 하느냐에 따라 만기 시점의 수익률 차이가 큰 편이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원금에 연 5~8% 정도 추가 수익을 얻어간 사람들이 많았다고 증권사에서는 설명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은 경우가 24%였는데, 100억원을 투자했다면 24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관심이 없던 상품이었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일부 주식형 펀드와 비교하면 금리가 크게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기 때문. 증권사에서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싶어하는 기관 투자자들이나 수십억대 자금을 묻어둘 곳을 찾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팔았다.

    하지만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원금을 보장해주면서도 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는 상품을 찾기 시작하자 증권사에서 최소 가입금액을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 증권사 “더 받아달라”는데, 투자자문사 난색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말 이 상품의 판매를 한차례 중단했다가 올해 초부터 다시 팔기 시작했다. 자금은 계속 들어오는데 운용해주겠다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

    인기가 좋아지자 운용사와 투자자문사는 오히려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더 이상 신규 자금을 받지 않고 있다.

    타임폴리오 투자자문의 한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들어온 돈이 6000억원이 넘는다”면서 “롱숏 전략의 특성상 규모가 너무 커지면 특정 주식으로 투자가 쏠릴 수 있고 중소형주는 자유롭게 매매하기가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에서도 드러내놓고 홍보하지 않고 비정기적으로 조금씩, 깜짝 판매하고 있다. 이태윤 부장은 “운용 규모가 너무 커지면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많이 팔면 수수료 수익이 늘어서 좋지만 수익률을 생각해서 무턱대고 많이 팔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늘어나는 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롱숏 전략에 특화된 새로운 자문사를 물색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한 PB는 “롱숏 전략에 특화된 자문사들이 운용하는 상품은 최근 2년 수익률이 50%를 넘었다”면서 “고객 문의는 쏟아지는 받아주겠다는 자문사가 없어 답답하다”라고 설명했다.

    ◆ 최소가입금액 1억·중도환매 땐 원금손실 가능성

    가입문턱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억원은 있어야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다.

    중도 환매할 경우 환매 시점의 운용 수익률로 돈을 돌려주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만기 때까지 가져가지 않으면 원금 보장이 안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분리과세 등 세금 우대도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