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등골 휘게 하는 전셋값·사교육비, 소비 막는 '주범'

2015. 3. 18. 22:18C.E.O 경영 자료

 

 

서민 등골 휘게 하는 전셋값·사교육비, 소비 막는 '주범'



#. 직장인 김씨는 지난달 초 서울 월계동의 85㎡ 아파트를 3억원에 구입했다. 1억5000만원에 전세를 살던 김씨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1억원이나 올려달라는 바람에 무리해서 집을 사게 됐다. 김씨는 "언론에서나 보던 치솟는 전셋값 얘기가 내 얘기가 돼 출혈을 감수하고 집을 사버렸다"며 "정부는 금리를 내렸다고 하지만 숫자 놀음일 뿐 매월 내야 하는 이자는 크게 줄어든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 광장동에 거주하는 박모 과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평균 사교육비 소식을 전해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아홉 살 딸을 키우고 있는 박 과장의 한달 사교육비는 100만원.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겨우 20만원대라는 얘기와는 간극이 너무 컸다. 박 과장은 "초등학교 2학년 딸과 딸의 친구들은 영어와 수학 과외는 기본이고 여기에 피아노, 태권도, 창의력, 사고력 학습까지 한다"면서 "월 20만원의 사교육비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만원 넘는 돈이 사교육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외식 등에 여유롭게 지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중산층의 소비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들어가는 목돈 때문이다. 임금상승률은 줄어 구매력은 떨어지는데 치솟는 전셋값과 사교육비 등 꾸준히 드는 필수적인 목돈이 소비를 가로막는 거대 장벽이 됐다.

전셋값이나 자녀교육비는 줄이고 싶다고 줄일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중산층은 경제활동인구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계획소비 외에 소비를 진작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지는 오래됐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중산층은 무너진 지 오래라는 푸념 섞인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결국 일상적인 소비로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중산층이 극도의 소비 축소로 한국 경제 '돈맥경화'의 한 원인을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치솟는 전셋값, 외식 한두 번이면 부도"

전세 만기 시점에서 찾아오는 전셋값 인상도 중산층의 소비 욕구를 틀어막은 핵심 요인이다. 집주인이 전세 재계약 조건으로 계약금을 수천만원 올릴 경우 이 돈은 사실상 중산층에 우발부채로 작용한다. 일반적 중산층의 지출계획에 전세가 상승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금은 만기 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시장에 풀리는 현금으로 돌아오긴 어렵다. 같은 지역에서 살기 원할 경우 전셋값은 계속 오르거나 월세로 전환되는 경우가 대다수라 재계약 시점에서 현금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 물건은 품귀현상을 보이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90%를 넘는 '미친 전세'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보증부 월세까지 동이 났을 정도다.

월계동에서 지난달 집을 산 김씨와 같은 사례가 많다. 8년째 전세를 살던 직장인 조씨도 김씨와 유사한 사례다. 조씨는 최근 성동구의 아파트를 샀다. 조씨는 "최근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2년마다 전셋값 올려주는 일도 버거워 일부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며 "집을 샀기 때문에 전셋값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지만 대출금 상환으로 여윳돈이 줄면서 닥칠 자금압박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매월 140여만원의 대출금을 상환하려면 저축은커녕 한 달에 두 번가량 외식을 하거나 아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관람 같은 사치를 부리면 바로 부도가 날 것"이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월소득 350만원 이상의 중산층이 다소 과도한 자금을 대출받아 내집 마련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치솟는 전셋값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0.6%로 1998년 12월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3% 오르며 지난주(0.18%)에 비해 오름폭이 0.05%포인트 커졌다. 이 같은 전국의 전셋값은 지난해 2월(0.25%) 이후 54주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전셋값은 봄 이사철이 본격 시작되면서 매물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빚을 내야만 하는 제2의 김씨와 조씨가 또 나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 20만원? 사교육비 최소 월 100만원

치솟는 사교육비도 중산층의 소비진작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교육부가 통계청과 공동으로 실시한 '2014년 사교육비.의식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학생의 1인당 월평균 명목 사교육비는 24만2000원으로 지난 2013년(23만9000원)보다 1.1%(3000원) 늘었다.

초등학교는 23만2000원으로 전년과 동일하지만 중학교는 1.2%(26만7000원→27만원), 고등학교는 2.9%(22만3000원→23만원) 각각 2013년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교육비는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설명이다.

서울 송파에서 다섯 살과 세 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권씨는 "다섯 살 딸의 유치원비만 월 50만원 이상이 들어가고 최근에는 유치원이 끝난 후 받는 방과 후 교육을 시킬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딸이 유치원생인데도 월 수십만원이 들어가는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얼마나 더 늘어날지 걱정"이라며 "아이 학원비에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생활비를 아껴 적금을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