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제로베이스서 검토…`악` 소리 날만큼 세출 줄이기로
2015. 3. 30. 20:41ㆍC.E.O 경영 자료
내년 예산 제로베이스서 검토…`악` 소리 날만큼 세출 줄이기로
◆ 다시 짜는 국가 살림살이 ◆
개인들은 번 만큼 쓴다. 그렇지 않으면 빚이 늘어 쪽박을 차기 일쑤다. 개인들에게 상식으로 통하는 '번 만큼 쓴다'는 원칙이 그동안 국가 재정을 운용할 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국가 기능상 꼭 필요한 곳에는 돈을 써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했다. 예를 들면 국민 복지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가 득세하면서 정부가 쓸 곳을 미리 정해놨다. 다음으로 우리나라는 세금을 항상 예상보다 많이 걷었다. 정부가 '능력'을 발휘하면 세금을 몇 조 원 더 걷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쓸 곳을 다소 늘려도 세금 거둬 맞출 수 있다고 스스로 과신했다. 이를 재정 용어로 쓸 곳을 정해 놓고 세금을 거둔다는 '양출제입(量出制入)'이라 불렀다. 재정학 기본원칙으로도 통용됐다.
![]() |
이 원칙은 건국 이후 우리 정부가 예산을 짤 때 기본적으로 적용했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때 약간 흔들리기는 했지만 쓸 곳을 정한 후 세입을 맞추는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2012년부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경제 성장이 급속히 둔화했고 정부가 행정력을 아무리 동원해도 세금은 늘지 않았다. 2012년부터는 만성적인 세수 부족 국가가 됐다. 더 이상 이를 방치하면 국가 재정이 파탄날 지경이다. 정부는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해 세금을 먼저 계산하고 여기에 맞춰 지출을 정하기로 했다. 양출제입에서 '양입제출(量入制出)'로 재정 원칙을 바꾸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 부족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더 이상 지출에 세입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입을 정확히 추계하고 여기에 정부 지출을 맞추는 것이 현재로선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대규모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 |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이미 모든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과거 예산을 지원했던 사업이라 하더라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 지원을 받아 수행했던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는 '악' 소리 나는 곳이 여럿 생길 것"이라는 말로 구조조정 의지를 피력했다.
기초연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무상복지 관련 재정 지출은 국회 동의가 있어야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세출 구조조정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성 예산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재량 지출에 대해서는 최대한 증가폭을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모든 예산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4년부터 향후 5년간 재정 지출 증가율을 종전 4.5%에서 4%대로 낮출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5년간 재정 지출 규모는 당초 전망치인 1957조8000억원에서 1927조1000억원으로 30조7000억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정부 지출을 줄이더라도 세금 감소 폭이 워낙 커 재정적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재정적자 규모가 주요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올해 경제 상황 또한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재정적자 규모는 어느 정도 용인할 뜻을 내비쳤다. 정부는 지난해 관리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기금수지) 기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1%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를 2.5%까지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종전 33조6000억원에서 약 40조원으로 6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증세보다는 재정적자폭을 확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은 외국 기관들도 한국 재정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만큼 재정은 아직 여력이 있다"며 "경제 활력을 위해서는 지출을 무턱대고 줄일 수도 없는 만큼 어느 정도 적자는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영우 기자 / 최승진 기자]
'C.E.O 경영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칭찬 받고 싶다 (0) | 2015.03.30 |
---|---|
청년실업에… 명문대 나와도 워킹푸어 전락 (0) | 2015.03.30 |
셰일원유 개발, 유독 미국에서 활기 띄는 이유는? (0) | 2015.03.29 |
이 협업 로봇개미가 사람일손 대신한다 (0) | 2015.03.29 |
한·베트남 FTA 가서명…상반기 중 정식 서명 (0) | 2015.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