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9. 18:55ㆍ건축 정보 자료실
아파트 건설 현장이 늙어간다
[서울 한 아파트 공사장 가보니… 대부분 고령자·외국인 근로자들] - 도면 볼 줄 아는 '젊은 피'가 없다 60대 이상 5년만에 2배 넘어서… 외국인 근로자 최소 26만명 달해 숙련된 한국인들은 늙어가고 신규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들뿐 노련한 기술 물려주고 싶어도 물려받을 젊은 한국인 드물어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초록색 안전모를 쓴 근로자 7명이 레미콘에서 쏟아져 나온 콘크리트를 바닥에 고르게 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7명 모두 50대 이상 고령자들이었다. 공사장 한쪽에서 시멘트 폐기물을 포대에 담아 쌓는 작업을 하는 인부들도 대부분 50~60대였다. 포대 운반이 힘에 부친 듯 힘겹게 허리를 편 오모(66)씨는 "요즘 현장에선 젊은 친구를 찾을 수 없다. 힘든 일은 모두 기피하니 공사장엔 죄다 늙은이나 외국인 노동자뿐"이라고 했다.
↑ 지난 24일 서울 시내 강북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安全帽)를 쓴 현장 근로자들이 레미콘에서 쏟아진 콘크리트를 고르게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공사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중 40세 미만 연령자들은 22%에 불과하다. /이덕훈 기자
기자가 이날 찾은 현장의 전체 작업자 517명 중 내국인은 303명. 외국인은 214명이었다. 그나마 국내 근로자 중 40대 이상(236명)이 전체의 78%였고, 50대 이상(149명)이 절반을 차지했다. 근로자 관리 담당인 박모(59) 반장은 "국내 어느 건설 현장을 가도 50~60대 근로자가 가장 많다"며 "설계도면을 볼 줄 알고 현장에서 다른 근로자를 관리하는 반장들도 대부분 50대 중·후반"이라고 말했다.
건설 산업이 최근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景氣) 회복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보다는 건설 현장마다 '구인난(求人難)'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숙련된 기술자들은 계속 늙어가고, 신규 인력 유입은 더뎌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백을 메우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건설현장의 노령화와 외국인 의존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내 건설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60대 근로자만 늘어나는 건설현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기능 인력 중 40대 이상 비중은 2000년 58.8%에서 작년엔 80.8%로 급증했다"고 27일 밝혔다. 건설업의 '허리' 계층인 40대 기능공은 2009년 29만698명에서 2014년엔 28만9463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60대 이상은 4만6273명에서 11만5774명으로 5년 새, 배 이상 늘었다.
건설현장 고령화는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김충권 대한건설협회 기술정책실장은 "근로자가 고령화되면 순발력이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산업재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5년 건설 근로자 1000명당 산업재해 발생건수는 7.48건이던 것이 2013년에는 9.19건으로 늘었다.
생산성 저하(低下)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업자가 나이가 들면서 손기술이 조금씩 무뎌지고, 숙련도가 부족한 근로자들이 늘어날수록 작업의 정밀성과 완성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심규범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실장은 "스스로 도면(圖面)을 보면서 필요한 작업을 찾아서 해내는 A급 기능공이 대를 잇지 못하고 늙어가는 것이 건설 현장의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 작업자들의 미세한 실력 차이가 계속 누적되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실시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물려받을 사람이 없다"
청년층의 건설 현장 외면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약 26만명으로 추산된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여기에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까지 더하면 실제 외국인 근로자는 훨씬 더 많다는 게 업계의 정설(定說)이다. 현장 반장 김모(51)씨는 "동남아나 조선족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는 게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들이 없으면 공사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건설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작업이 많다는 사실이다. 면허를 갖고 중장비를 다루거나 섬세한 마감이 필요한 인테리어 작업, 도면을 보고 동료에게 작업 지시를 할 수 있는 중간 관리자급 근로자를 외국인이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만난 인력관리 책임자는 "외국인 노동자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니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잡일만 시킨다"며 "노련한 근로자들은 자기들 기술을 물려주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고 푸념한다"고 말했다. 심규범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숙련도가 떨어져도 인건비가 싼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국내 근로자는 건설현장에서 일자리를 못 찾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했다.
건설업계는 "외국처럼 건설 기능인을 선발해 전문성을 길러주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젊은 근로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고, 건설사가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국내 기술자를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규 한국고용정보원 박사는 "건설업 경쟁력의 핵심인 현장기술 전수(傳授)를 위해서라도 젊은 층을 건설 현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건설업이 도전할 만한 분야라는 비전을 보여주고 이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건설업계와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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