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F-35가 북한 미사일 기지를 때린다면…
2015. 6. 12. 21:44ㆍ이슈 뉴스스크랩
자위대 F-35가 북한 미사일 기지를 때린다면…
[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일본의 적 기지 공격
▶ 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고 합시다. 세계 패권국으로 자신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선제공격도 마다하지 않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합니다.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보복을 할 겁니다. 한국으로, 특히 주한미군 기지로 포탄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이 상황에서 느닷없이 자위대의 전투기가 날아올라 북한의 공격 원점을 공격합니다. 소설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 정부가 실제로 “법적으론 가능한 일”이라고 밝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항공자위대는 (2011년 12월) 최신예 전투기 F-35의 도입을 결정했다. 이 기체는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기 힘든 높은 스텔스 성능을 갖고 있다. 이 기체의 행동 반경은?”(고쿠타 게이지 의원)
“약 1100㎞다.”(나카타니 겐 방위상)
“이는 공중급유 없이도 한반도, 러시아, 동중국해까지 전투행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탑재 가능한 무기다. ‘합동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JASSM·재즘)이란 뭔가?”
“AGM-158을 말하는 것으로, 스텔스 성능을 가진 장거리 정밀유도공대지 미사일이다. 현재 미국의 F-16과 F-15에 탑재돼 있고 장래 F-35에도 탑재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항공자위대의 F-35A에 이를 탑재할 예정은 없고,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
“현재 예정에 없다는 것은 ‘미정’(향후 탑재 계획을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란 얘기로 들린다. 이 무기의 사정거리는 약 370㎞다. 도쿄에서 나고야까지 닿는 길이다. F-35는 ‘적기지 공격’을 위한 모든 요건에 들어맞는 전투기 아닌가?”
“현재 자위대는 적기지 공격에 필요한 일부 장비는 갖고 있지만, 일련의 작전을 시행하기 위한 장비 체계는 없다. F-35가 도입된다 해도 그런 사실엔 변함이 없다.”
중의원 특위, 고쿠타 의원의 질의
1일 오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안보 법제 제·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된 중의원 특별위원회. 이날 심의의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일본공산당의 고쿠타 게이지(68) 의원이 최근 아베 정권의 핵심 인사들로부터 미심쩍은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적기지 공격론’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자 파장 분위기로 흐르던 심의가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날 고쿠타 의원과 나카타니 방위상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 내용은 그동안 한국 등 일본의 주변국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져온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을 둘러싼 여러 의문을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일본이 그동안 “법 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다”고 거듭 밝혀온 적기지 공격 능력이 앞으로 항공자위대가 도입할 F-35A(42기 예정)에 의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고쿠타 의원의 질의에 다소 말려드는 모습을 보이자 아베 신조 총리까지 직접 나서 “F-35에 기대하는 주요 역할은 (적기지 공격이 아닌) 상대 전투기를 요격하는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를 둘러싼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나카타니 방위상 발언으로 파문
일본이 북한 공격 받지 않아도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북한 타격할 수 있다는
‘적기지 공격론’ 일본서 급부상
F-2 전투기에 제이댐 탑재
미국·호주 연합 사격훈련도
F-35에 재즘 등 탑재하면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은
사실상 8~9부 능선 도달한 셈
그동안 일본이 행사하게 되는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에 어떤 파급 효과를 불러올지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이 처음 가졌던 우려는 자위대가 한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 상륙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은 한국 대통령이 아닌 주한미군사령관이 행사하기 때문에 미군이 군사 작전상의 이유로 자위대의 한국 상륙을 추진할 경우 한국이 이를 거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 논란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중요영향사태법 법안에 “외국 영역에 대한 대응 조처는 당해 외국의 동의가 있을 때에 한정해 시행하는 것으로 한다”(2조4)는 내용을 집어넣으며 어느 정도 일단락된 상태다. 실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미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일본이 한국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법안에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카타니 방위상이 지난달 17일 <후지티브이>의 아침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뜻하는 ‘적기지’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이는 일본이 직접 북한의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미국이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일본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일본에서 진행중인 적기지 공격 논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을 완화하면서 동북아의 안정을 추구해 가야 하는 한국에 또다른 두통거리를 안겨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4년 만에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나카타니 방위상에게 한국의 헌법상 북한도 한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적기지 공격은 “한국과 사전 협의와 동의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나카타니 방위상은 “추후에 논의하자”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방위상을 지낸 한 인사는 최근 <한겨레>와의 만남에서 “한국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북한도 엄연한 유엔(UN) 가맹국”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 급부상한 적기지 공격론은 지난 수십년간 일본에서 진행돼온 논의와 크게 두가지 점에서 본질적으로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첫번째 쟁점은 무엇을 위한 적기지 공격이냐는 문제다.
그동안 일본에서 이뤄진 적기지 공격론 관련 논의는 어디까지나 일본이 적국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사태를 전제로 한 ‘개별적 자위권’을 둘러싼 논의였다. 일본에서 이 문제가 안보 정책상의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아온 것은 일본 방위정책의 큰 틀인 ‘전수방위 원칙’과 본질적으로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전수방위란 “일본은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만 비로소 무력을 행사한다”는 수동적인 방위전략을 뜻한다. 그러나 이를 문자 그대로 준수하다 보면, 일본이 적의 미사일 공격 등으로 피해를 받을 확률이 99.9% 확실해도 실제 공격이 이뤄지지 않는 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안보상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일 가이드라인 문구도 모호하게 바뀌어
이 문제에 대해 하토야마 이치로(1883~1959) 전 총리는 1956년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일본에 대한 긴박부정한 침해가 이뤄져 그 침해의 수단으로서 우리 국토를 향해 유도탄 등의 공격이 이뤄질 때 ‘앉아서 자멸을 기다린다는 것’이 헌법의 취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런 공격을 막기 위해 유도탄 등으로 기지를 때리는 것은 법리적으로 자위의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견해는 1959년 이노 시게지로(1901~1981), 1999년 노로타 호세이(85) 방위청 장관의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일본 정부의 확립된 원칙으로 계승되게 된다. 일본은 그러면서도 “일본이 적기지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법리적인 얘기로 실제 그 능력은 갖지 않는다”는 애매한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논의를 통해 일본 정부는 자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위한 신3요건에만 해당된다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게 법리적으로 가능하다며 적기지 공격의 행사 조건을 대폭 확장하게 된다.
두번째 변화는 일본 정부가 겉으로 내세우는 ‘레토릭’과 달리 실제 적기지 공격 능력을 상당 부분 갖췄다는 점이다. 적기지 공격론과 관련해 가장 최근의 움직임은 2013년 6월 공개된 자민당의 ‘신방위계획대강 책정’에 관한 제언이었다. 이 제언에서 자민당은 “그동안 법리상으로 가능하다고 해왔던 자위대의 적기지 공격 능력의 보유에 대해 주변국(사실상 북한)의 핵무기, 탄도 미사일 등의 개발, 배치 상황을 고려해 빠르게 결론을 낸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는 2013년 12월 발표된 방위계획대강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단계 등에 대응하는 능력도 검토한 뒤 필요한 조처를 강구한다”는 조항으로 구체화된다.
이와 동시에 일본은 2013년 10월 시작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과정에서 자위대가 미래에 적기지 공격 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미국과 물밑 교섭을 진행해 왔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10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방위성과 미 국방성 사이에 담당자 레벨에서 자위대가 이 능력을 보유할지 여부와 가능성에 대해 연구, 논의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로 인해 지난 4월 말 개정된 새 미-일 가이드라인에선 적기지 공격에 대한 언급이 기존의 “미군은 필요에 따라 타격력을 가진 부대의 사용을 고려한다”는 것에서 “탄도 미사일 공격의 징후가 있을 경우 자위대 및 미군은 일본을 향한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해 방위한다”로 바뀌었다. 1997년 개정된 기존 가이드라인이 적기지를 실제로 타격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데 견줘, 새 가이드라인은 어느 쪽이 이를 시행하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문구로 바뀐 것이다.
현재 일본은 적기지 공격을 어느 정도 갖춘 것일까. 모리야 다케마사(70) 방위청 장관은 2003년 3월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적기지를 타격할 때 필요한 능력으로 △적의 방공 레이더 파괴 능력 △항공기의 저공 진입 능력 △공대지 유도탄 또는 순항 미사일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타격할 적기지를 특정할 수 있는 인공위성 등 정보 자산, 실제 작전에 투입될 전투기, 그 전투기에 장착할 공대지 유도 미사일, 전투기의 장거리 비행을 지원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 적의 내륙에서 레이더와 요격기의 활동을 방해하는 전자전 전투기(electronic warfare aircraft), 이 모든 작업을 통제하는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의 장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 가운데 전투기에 대해선 항공자위대는 F-2 전투기에 레이저 유도형 합동정밀직격탄(제이댐·JDAM)을 탑재한 상태다. 실제 F-2는 지난해 2월 괌에서 열린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연합 군사훈련에서 실제 사격 훈련도 진행한 바 있다. 이 능력은 앞으로 F-35 전투기에 재즘 등이 탑재되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또 작전에 필요한 공중급유기(KC-767)와 공중조기경보기(E-767)도 각각 4기씩 확보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날 나카타니 방위상은 고쿠타 의원의 잇단 추궁에 현재 일본 자위대에 부족한 장비로 “타국의 방공용 레이더의 방해 무력화에 사용되는 전자전용 항공기 등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남긴 바 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이 사실상 완성의 8~9부 능선까지 도달했으며, 미국과 합동 군사작전을 통해서라면 당장이라도 북한의 기지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왜 영변 폭격 검토 때 미국 협조요청 거부했나
이러한 사실은 한국 정부에 적잖은 고민을 던지는 것이다. 물론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는 논의처럼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군사적 역할과 능력이 확대된 자위대가 북한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향후 군사적 판단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북한의 핵 시설이 밀집해 있는 영변 폭격을 검토한 적이 있다. 이를 위해 일본에 무기·탄약의 제공, 미 함선의 방어, 민간 공항·항만의 이용 등 1500여개 항목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헌법 9조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만다. 결국 미국은 군사행동을 포기하고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킨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자위대에 적기지 공격을 위한 역량과 이를 행사할 의지가 있었다면 미국의 판단이 얼마든지 달라졌을 수 있다.
고쿠타 의원은 지난 4일 <한겨레>와 한 별도 인터뷰에서 “미국은 선제공격을 하는 나라기 때문에 언제든 공격한 나라로부터 반격을 당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의 주장은 이 경우 자위대가 공격받은 미국을 위해 적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매우 위험한 논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평화헌법 정신을 통해 동아시아의 무력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공헌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사태로 가장 고통받게 될 한국을 생각하기는커녕 미국을 돕는 것만 생각하는 현재 아베 정권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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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적 기지 공격
▶ 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고 합시다. 세계 패권국으로 자신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선제공격도 마다하지 않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합니다.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보복을 할 겁니다. 한국으로, 특히 주한미군 기지로 포탄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이 상황에서 느닷없이 자위대의 전투기가 날아올라 북한의 공격 원점을 공격합니다. 소설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 정부가 실제로 “법적으론 가능한 일”이라고 밝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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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자위대는 (2011년 12월) 최신예 전투기 F-35의 도입을 결정했다. 이 기체는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기 힘든 높은 스텔스 성능을 갖고 있다. 이 기체의 행동 반경은?”(고쿠타 게이지 의원)
“약 1100㎞다.”(나카타니 겐 방위상)
“이는 공중급유 없이도 한반도, 러시아, 동중국해까지 전투행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탑재 가능한 무기다. ‘합동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JASSM·재즘)이란 뭔가?”
“AGM-158을 말하는 것으로, 스텔스 성능을 가진 장거리 정밀유도공대지 미사일이다. 현재 미국의 F-16과 F-15에 탑재돼 있고 장래 F-35에도 탑재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항공자위대의 F-35A에 이를 탑재할 예정은 없고,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
“현재 예정에 없다는 것은 ‘미정’(향후 탑재 계획을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란 얘기로 들린다. 이 무기의 사정거리는 약 370㎞다. 도쿄에서 나고야까지 닿는 길이다. F-35는 ‘적기지 공격’을 위한 모든 요건에 들어맞는 전투기 아닌가?”
“현재 자위대는 적기지 공격에 필요한 일부 장비는 갖고 있지만, 일련의 작전을 시행하기 위한 장비 체계는 없다. F-35가 도입된다 해도 그런 사실엔 변함이 없다.”
중의원 특위, 고쿠타 의원의 질의
1일 오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안보 법제 제·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된 중의원 특별위원회. 이날 심의의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일본공산당의 고쿠타 게이지(68) 의원이 최근 아베 정권의 핵심 인사들로부터 미심쩍은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적기지 공격론’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자 파장 분위기로 흐르던 심의가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날 고쿠타 의원과 나카타니 방위상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 내용은 그동안 한국 등 일본의 주변국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져온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을 둘러싼 여러 의문을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일본이 그동안 “법 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다”고 거듭 밝혀온 적기지 공격 능력이 앞으로 항공자위대가 도입할 F-35A(42기 예정)에 의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고쿠타 의원의 질의에 다소 말려드는 모습을 보이자 아베 신조 총리까지 직접 나서 “F-35에 기대하는 주요 역할은 (적기지 공격이 아닌) 상대 전투기를 요격하는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를 둘러싼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나카타니 방위상 발언으로 파문
일본이 북한 공격 받지 않아도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북한 타격할 수 있다는
‘적기지 공격론’ 일본서 급부상
F-2 전투기에 제이댐 탑재
미국·호주 연합 사격훈련도
F-35에 재즘 등 탑재하면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은
사실상 8~9부 능선 도달한 셈
그동안 일본이 행사하게 되는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에 어떤 파급 효과를 불러올지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이 처음 가졌던 우려는 자위대가 한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 상륙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은 한국 대통령이 아닌 주한미군사령관이 행사하기 때문에 미군이 군사 작전상의 이유로 자위대의 한국 상륙을 추진할 경우 한국이 이를 거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 논란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중요영향사태법 법안에 “외국 영역에 대한 대응 조처는 당해 외국의 동의가 있을 때에 한정해 시행하는 것으로 한다”(2조4)는 내용을 집어넣으며 어느 정도 일단락된 상태다. 실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미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일본이 한국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법안에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카타니 방위상이 지난달 17일 <후지티브이>의 아침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뜻하는 ‘적기지’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이는 일본이 직접 북한의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미국이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일본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일본에서 진행중인 적기지 공격 논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을 완화하면서 동북아의 안정을 추구해 가야 하는 한국에 또다른 두통거리를 안겨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4년 만에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나카타니 방위상에게 한국의 헌법상 북한도 한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적기지 공격은 “한국과 사전 협의와 동의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나카타니 방위상은 “추후에 논의하자”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방위상을 지낸 한 인사는 최근 <한겨레>와의 만남에서 “한국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북한도 엄연한 유엔(UN) 가맹국”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 급부상한 적기지 공격론은 지난 수십년간 일본에서 진행돼온 논의와 크게 두가지 점에서 본질적으로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첫번째 쟁점은 무엇을 위한 적기지 공격이냐는 문제다.
그동안 일본에서 이뤄진 적기지 공격론 관련 논의는 어디까지나 일본이 적국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사태를 전제로 한 ‘개별적 자위권’을 둘러싼 논의였다. 일본에서 이 문제가 안보 정책상의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아온 것은 일본 방위정책의 큰 틀인 ‘전수방위 원칙’과 본질적으로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전수방위란 “일본은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만 비로소 무력을 행사한다”는 수동적인 방위전략을 뜻한다. 그러나 이를 문자 그대로 준수하다 보면, 일본이 적의 미사일 공격 등으로 피해를 받을 확률이 99.9% 확실해도 실제 공격이 이뤄지지 않는 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안보상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일 가이드라인 문구도 모호하게 바뀌어
이 문제에 대해 하토야마 이치로(1883~1959) 전 총리는 1956년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일본에 대한 긴박부정한 침해가 이뤄져 그 침해의 수단으로서 우리 국토를 향해 유도탄 등의 공격이 이뤄질 때 ‘앉아서 자멸을 기다린다는 것’이 헌법의 취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런 공격을 막기 위해 유도탄 등으로 기지를 때리는 것은 법리적으로 자위의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견해는 1959년 이노 시게지로(1901~1981), 1999년 노로타 호세이(85) 방위청 장관의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일본 정부의 확립된 원칙으로 계승되게 된다. 일본은 그러면서도 “일본이 적기지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법리적인 얘기로 실제 그 능력은 갖지 않는다”는 애매한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논의를 통해 일본 정부는 자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위한 신3요건에만 해당된다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게 법리적으로 가능하다며 적기지 공격의 행사 조건을 대폭 확장하게 된다.
두번째 변화는 일본 정부가 겉으로 내세우는 ‘레토릭’과 달리 실제 적기지 공격 능력을 상당 부분 갖췄다는 점이다. 적기지 공격론과 관련해 가장 최근의 움직임은 2013년 6월 공개된 자민당의 ‘신방위계획대강 책정’에 관한 제언이었다. 이 제언에서 자민당은 “그동안 법리상으로 가능하다고 해왔던 자위대의 적기지 공격 능력의 보유에 대해 주변국(사실상 북한)의 핵무기, 탄도 미사일 등의 개발, 배치 상황을 고려해 빠르게 결론을 낸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는 2013년 12월 발표된 방위계획대강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단계 등에 대응하는 능력도 검토한 뒤 필요한 조처를 강구한다”는 조항으로 구체화된다.
이와 동시에 일본은 2013년 10월 시작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과정에서 자위대가 미래에 적기지 공격 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미국과 물밑 교섭을 진행해 왔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10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방위성과 미 국방성 사이에 담당자 레벨에서 자위대가 이 능력을 보유할지 여부와 가능성에 대해 연구, 논의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로 인해 지난 4월 말 개정된 새 미-일 가이드라인에선 적기지 공격에 대한 언급이 기존의 “미군은 필요에 따라 타격력을 가진 부대의 사용을 고려한다”는 것에서 “탄도 미사일 공격의 징후가 있을 경우 자위대 및 미군은 일본을 향한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해 방위한다”로 바뀌었다. 1997년 개정된 기존 가이드라인이 적기지를 실제로 타격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데 견줘, 새 가이드라인은 어느 쪽이 이를 시행하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문구로 바뀐 것이다.
현재 일본은 적기지 공격을 어느 정도 갖춘 것일까. 모리야 다케마사(70) 방위청 장관은 2003년 3월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적기지를 타격할 때 필요한 능력으로 △적의 방공 레이더 파괴 능력 △항공기의 저공 진입 능력 △공대지 유도탄 또는 순항 미사일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타격할 적기지를 특정할 수 있는 인공위성 등 정보 자산, 실제 작전에 투입될 전투기, 그 전투기에 장착할 공대지 유도 미사일, 전투기의 장거리 비행을 지원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 적의 내륙에서 레이더와 요격기의 활동을 방해하는 전자전 전투기(electronic warfare aircraft), 이 모든 작업을 통제하는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의 장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 가운데 전투기에 대해선 항공자위대는 F-2 전투기에 레이저 유도형 합동정밀직격탄(제이댐·JDAM)을 탑재한 상태다. 실제 F-2는 지난해 2월 괌에서 열린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연합 군사훈련에서 실제 사격 훈련도 진행한 바 있다. 이 능력은 앞으로 F-35 전투기에 재즘 등이 탑재되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또 작전에 필요한 공중급유기(KC-767)와 공중조기경보기(E-767)도 각각 4기씩 확보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날 나카타니 방위상은 고쿠타 의원의 잇단 추궁에 현재 일본 자위대에 부족한 장비로 “타국의 방공용 레이더의 방해 무력화에 사용되는 전자전용 항공기 등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남긴 바 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이 사실상 완성의 8~9부 능선까지 도달했으며, 미국과 합동 군사작전을 통해서라면 당장이라도 북한의 기지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왜 영변 폭격 검토 때 미국 협조요청 거부했나
이러한 사실은 한국 정부에 적잖은 고민을 던지는 것이다. 물론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는 논의처럼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군사적 역할과 능력이 확대된 자위대가 북한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향후 군사적 판단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북한의 핵 시설이 밀집해 있는 영변 폭격을 검토한 적이 있다. 이를 위해 일본에 무기·탄약의 제공, 미 함선의 방어, 민간 공항·항만의 이용 등 1500여개 항목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헌법 9조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만다. 결국 미국은 군사행동을 포기하고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킨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자위대에 적기지 공격을 위한 역량과 이를 행사할 의지가 있었다면 미국의 판단이 얼마든지 달라졌을 수 있다.
고쿠타 의원은 지난 4일 <한겨레>와 한 별도 인터뷰에서 “미국은 선제공격을 하는 나라기 때문에 언제든 공격한 나라로부터 반격을 당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의 주장은 이 경우 자위대가 공격받은 미국을 위해 적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매우 위험한 논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평화헌법 정신을 통해 동아시아의 무력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공헌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사태로 가장 고통받게 될 한국을 생각하기는커녕 미국을 돕는 것만 생각하는 현재 아베 정권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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