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가장 어려운 건 두 발로 걷기

2015. 8. 9. 19:13C.E.O 경영 자료

 

 

휴머노이드 기술의 현재

사람은 두 다리를 이용해 걷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무생물이 이족보행을 한다면 믿겨지나요?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보고 듣고 판단까지 합니다. 바로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입니다. 사람 대신 일하며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개발된 인간형 로봇이죠. 휴머노이드 연구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대중에 정식으로 선보인 것은 2000년 일본 혼다사의 아시모가 처음이었죠. 아시모 초기형이 발표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 사람과 휴머노이드는 얼마나 더 비슷해졌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 연구팀을 만나 2015년 현재의 휴머노이드 기술이 어디까지 왔나 살펴봤습니다.



사람의 감각기관 vs 휴머노이드의 센서

사람은 오감을 통해 정보를 읽습니다.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만지며 상황을 판단하죠. 반면 로봇은 센서를 통해 이런 정보들을 받아들입니다. 로봇의 머리·허리·관절 등에 장착된 센서가 1초당 1000번씩, 약 5만 개의 외부 정보를 수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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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다사의 2002년 형 휴머노이드 아시모. 혼다자동차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인간형 로봇 연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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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대표적 센서로는 시각센서, 관성센서, FT(Force Torque)센서, 위치센서가 있습니다. 로봇의 머리와 허리, 손·발목, 그리고 관절에 위치한 이 센서들은 각각 사람의 눈(시각, 거리측정), 귀(균형), 근육(힘 조절)을 대신합니다. 눈앞에 장애물이 있진 않은지, 몸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진 않았는지, 힘의 크기와 관절의 굴절 각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거죠. 여기에 모터와 전력, 전압을 측정하는 센서들이 곳곳에 분포돼 있어서 로봇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죠. 중증환자 몸에 의료 장비를 달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처럼 센서는 휴머노이드에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센서가 없는 휴머노이드는 고철 덩어리일 뿐이죠. 현재까지 휴머노이드의 센서는 사람 감각기관의 약 40% 정도 기능만 구현합니다. 사람의 수많은 감각세포를 대신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죠. 인체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감각기관과 세포를 센서로 구현해 세밀한 정보를 포착하는 일이 앞으로의 연구 과제 중 하나입니다.

사람의 뇌 vs 휴머노이드의 중앙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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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C에서 우승한 DRC휴보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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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기관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뇌에서 처리돼 인체 각 부위에 적절히 명령을 내립니다. 반면 휴머노이드의 뇌는 중앙컴퓨터입니다. ‘지능’을 담당하는 곳이죠. 지난 6월, 세계 최고의 로봇들이 모인 세계재난구조로봇대회(DRC)에서 우승을 한 카이스트 팀의 휴머노이드인 ‘휴보’도 가슴에 위치한 중앙컴퓨터가 뇌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각 센서에서 들어온 정보를 분석해 40여 개의 관절과 모터에 원하는 동작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형태죠. 로봇이 100% 자율 판단을 하는 지능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제한된 조건에서 사람이 입력한 알고리즘과 명령에 따라 작동하는 것이죠. 게임 속 캐릭터가 게이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듯 말입니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변수와 계산과정을 꼼꼼히 프로그래밍해야 하기 때문이죠. 20년 동안 휴머노이드가 많이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뇌와 손이 필요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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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C휴보Ⅱ의 가슴에는 인간의 뇌 역할을 하는 중앙컴퓨터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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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C에 참가한 휴보 역시 미리 저장된 알고리즘과 4명으로 구성된 박사님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대회 과제 중 하나인 ‘벽 뚫기’ 명령을 받은 휴보는 센서를 통해 벽의 두께, 넓이, 팔에 가해진 힘을 측정하고, 중앙컴퓨터에 입력돼 있던 알고리즘에 따라 동작을 수행했습니다.

사람의 뼈·근육·관절 vs 휴머노이드의 모터·관절

휴머노이드의 머리·팔·몸통·다리 등 각 부위는 40여 개의 관절로 연결돼 있습니다. 사람이 근육을 이용해 뼈와 관절을 움직이듯 휴머노이드는 모터에서 힘을 받아 관절을 움직이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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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재난로봇경진대회(DRC) 과제 중 하나인 밸브 잠그기를 수행 중인 DRC휴보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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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기 과제에선 밀어서 열기, 당겨서 열기, 당겨서 연 후 저절로 닫히는 문 3가지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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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C휴보Ⅱ는 직접 운전해 목적지에 도착한 후 스스로 하차까지 하는 자동차 과제를 모두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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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에게 가장 어려운 동작은 두 다리로 걷는 이족보행입니다. 다리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무게중심 및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힘의 크기 등의 외부 정보가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감각기관과 뇌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본능적으로 행동을 제어하지만, 로봇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죠. 또 정보인식과 처리, 명령 과정에 순서가 있기 때문에 순발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사람 관절의 5분의 1 수준인 40여 개의 관절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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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학생 기자단이 DRC휴보Ⅱ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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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보의 경우 이족보행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외부환경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상체를 180도로 돌려서 무릎을 뒤로 꺾어 걷는 조족보행 기술입니다. 여기에 변신기능도 추가했죠. 정강이와 발끝에 네 개의 바퀴를 달아 평지에서 무릎을 꿇고 움직이게 했습니다. 이처럼 휴머노이드의 자연스러운 이족보행은 앞으로 두고두고 풀어내야 할 문제입니다.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휴보' 연구팀 인터뷰

구상·조립 모두 사람 손으로 로봇 하나 만드는데 최소 1년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재난구조로봇대회(DRC)에서 대한민국 카이스트 팀 ‘휴보’의 우승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김지성(서울 신서중 2)·이주영(서울 경복초 4)·최윤서(경기도 화성 석우중 2) 학생기자가 11년간 꾸준히 로봇을 연구해온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의 오준호 교수와 허정우 박사, 배효인 연구원을 만나 휴머노이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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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은 연구팀 인터뷰를 마친 후 DRC휴보Ⅱ를 구석구석 살펴봤다. 왼쪽부터 최윤서·김지성 학생기자, 오준호 교수, 배효인 연구원, 이주영 학생기자와 허정우 박사.―로봇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최윤서)

(허정우 박사, 이하 ‘허’) “구상부터 조립까지 모든 것을 연구자가 손수 제작해요. 먼저 전체 로봇 프레임을 설계하며 전체적인 그림을 그립니다. 이후 로봇에 들어갈 부품과 전자회로 등을 설계하고 조립하죠. 센서와 중앙컴퓨터, 어플리케이션, 외형까지 모두 연구자가 작업합니다. 이렇게 프로토타입(prototype, 원형)을 완성한 후 실험을 통해 문제점을 찾고, 하나씩 고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최소 1년의 시간을 거쳐야 완전한 로봇이 만들어집니다.”

―휴보가 탄생했을 때는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이주영)

(오준호 교수, 이하 ‘오’) “제게 ‘휴보’는 애물단지예요. 끝없이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해서죠. 걷는 휴보는 수많은 실패를 통해 이뤄진 결과입니다. ‘탄생’보다는 ‘성장’이란 말에 더 가깝죠. 연구원들은 휴보가 두 발로 서고 걷고 뛸 수 있도록 열정을 다했어요. 그럼에도 지금의 휴보는 미완성이라고 생각해요. 아기가 차근차근 걸음마를 배우듯, 휴보도 끊임없이 성장시켜야 하는 거죠.”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은 무엇인가요.(김지성)

(허) “저는 휴머노이드가 쓰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가정에서도 로봇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사실 거의 모든 로봇공학자의 공통된 꿈이기도 해요. 100번 실험하면 100번 모두 성공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배효인 연구원) “저는 로봇에게 쉽게 명령 내리는 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로봇 팔이 움직이려면 힘의 방향, 세기 등 많은 정보를 구체적으로 정해줘야 해요. 로봇은 동작 한 번을 만들어내려면 수 십 번의 입력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그 과정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죠. 로봇 동작을 위한 정보입력 양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입니다.”

(오)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해요. 휴머노이드가 사람처럼 상호작용하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해요. 로봇을 구성하는 부품과 종류·강도·무게 등 다각도에서 연구해야 하죠. 연구자들의 접근 방식에 따라 해결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앞으로 휴머노이드의 개발 방향은 무궁무진할 겁니다.”

―박사님들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이주영)

(오) “호기심이 많았어요. 외국 과학잡지에 나온 로봇들을 똑같이 만들고 싶어서 부품을 하나씩 사서 모았죠. 통나무로 몸체를 만들고, 알코올램프로 납땜을 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에는 지금처럼 컴퓨터도 휴대폰도 없었어요. 직접 찾아가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알아가며 배웠죠. 정말 값진 경험이었죠. 사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고1 때까지 56명 중 52등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미적분학에 빠져 한 학기 만에 2등으로 뛰어 올랐죠. 호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허) “궁금한 문제를 끝까지 붙잡고 풀어내는 학생이었어요. 라디오의 원리가 궁금하면 분해한 후 다시 조립해 보고,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5~6시간씩 풀었죠. 친구도, 선생님도 풀지 못한 문제를 풀었을 때 더 큰 흥미를 가졌어요. 궁금증을 갖고, 능동적으로 행동했죠.”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최윤서)

(오) “호기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호기심을 채워 줄 행동을 하세요. 또 과학에 호기심이 있지만 공부를 게을리 한다면 훗날 연구에 제약을 받게 되요. 하기 싫은 공부도 끈기와 성실성으로 마칠 수 있어야 합니다. 휴머노이드가 걸을 수 있게 된 건 많은 연구자가 끝까지 도전한 결과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허) “청소년 시기에는 진로·성적 등 고민이 많은 때죠. 그렇다고 걱정만 하지는 마세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글=이민정 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도움말=KAIST 오준호 교수 연구팀, 참고도서=휴보이즘(M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