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뒤…日 도시 절반이 소멸한다

2015. 9. 6. 19:49C.E.O 경영 자료

25년 뒤…日 도시 절반이 소멸한다
지방소멸 / 마스다 히로야 지음 / 김정환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저출산에 대도시로 사람 몰리는 `인구 블랙홀` 현상 갈수록 심화
버거운 육아환경·청년소득 감소…중소도시 위기, 韓도 남의 일 아냐
기사입력 2015.09.04 16:16:25 | 최종수정 2015.09.06 14: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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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일본 사회에 지난해 5월 큰 충격을 준 보고서가 발표됐다. 총무장관을 지낸 '일본 창성회의' 좌장 마스다 히로야가 발표한 보고서는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대로라면 2040년 일본의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의 자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2008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2010년 1억2806만명이던 인구는 2050년에 9708만명, 2100년에는 4959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불과 한 세기 만에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 사회가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을 '인구 치환 수준'이라 한다. 일본의 현재 인구 치환 수준은 2.07명이지만, 실제 출산율은 1.43명에 그치고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대책은 주로 '고령화'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마스다 보고서'를 보완하고, 그간의 논문을 재구성해 발표한 이 책은 고령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인구 이동'을 꼽는다. 전 일본 인구가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에 집중되는 '극점(極點) 사회'가 되면서 인구 감소가 더 가속도를 얻는 '인구의 블랙홀 현상'이 일어날 거라는 설명이다.

그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것은 인구 문제의 열쇠를 쥔 20~39세 여성 인구의 분포다. 이들 인구의 사회적 증감은 지역별 편차가 극심했다. 도쿄지역은 약 30%, 오사카와 나고야시는 10%, 후쿠오카시는 약 20%가 사회적으로 증가한 반면, 그밖 지방권에서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최대 80%까지 사회적 감소를 보였다. 문제는 인구 조밀 지역일수록 생활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로 인해 출산율이 더욱 낮아진다는 점. 도쿄의 2013년 출산율은 전국 단위보다 현저히 낮은 1.13명에 그치고 있다. 지방은 쇠락하고 대도시권의 고밀도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회에서는 고령화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엔화 강세에 따른 제조업의 타격, 공공사업 감소 등으로 지방의 경제와 고용 상황이 극도로 악화됐다. 젊은 층은 지방을 떠나 도쿄권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대도시라고 매력적인 고용 환경이 조성된 건 아니지만, 고령자를 포함한 인구 감소로 지방에선 소비 침체까지 진행됐다. 일자리를 찾아 인구가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방의 소멸은 진행 중이다. 지방에서 대도시권으로의 인구이동은 1954년부터 2009년까지 약 1147만명에 이른다. 이 인구는 대부분 젊은 층이었고, 지방의 인구 감소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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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이동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2040년 20~39세 여성인구가 50% 이하로 감소하는 일본의 행정구역은 896개 자치단체, 즉 전체의 49.8%에 이른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홋카이도와 도호쿠의 80%, 시코쿠의 65%가 소멸 가능성 도시가 된다. 도쿄권조차도 28%에 달한다. 심지어 인구가 1만명 이하로 떨어질 도시도 523개로 전체의 29.1%에 달한다.

저자는 자연적 감소에 사회적 감소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이 모습을 마치 일본 전체 인구가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로 빨려들어가 지방이 소멸할 것만 같다고 묘사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일관되고 강력한 지원을 해야 하며, 대도시권 인구 유입을 억제하는 인구 재배치가 필요하다. 또 외국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방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대학과 기업을 유치하고, 젊은이들의 유출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에 따르면 인구 감소는 병에 비유하면 만성질환 같은 것이다. 쉽게 치유할 수는 없지만 초기에 체질을 개선할수록 효과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2030년 출산율을 기적적으로 2.1로 회복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일본 인구가 9900만명으로 안정되는 시기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 이후 60년 뒤인 2090년에야 찾아온다. 출산율 회복이 5년이 늦어지면, 인구는 300만명이 적은 9600만명에 머물게 된다.

육아 환경 문제뿐 아니라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현상과 젊은 층의 소득 감소도 일본의 출산율을 저하시키는 큰 원인이다. 저자는 이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대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일본을 다민족 국가로 전환시킬 만큼 많은 숫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출산율 저하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 유일한 방법은 출산율 개선뿐이라는 것. 그는 프랑스나 스웨덴이 성공한 것처럼 정책을 통해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농림수산업과 관광업 등을 정교하게 육성해 청년층을 불러들이는 지방 도시를 만들자는 게 이 책의 묘안인 셈인데, 현실에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가 인구절벽을 부를 것이라는 공포심은 '다가올 미래'인 일본을 통해 한국에서도 널리 퍼지고 있다. 선행학습을 위해서라도 국내 정책 입안자들은 참고할 만한 저서다. 20년 불황을 이겨낸 일본의 저력을 이미 우리는 목격하지 않았는가.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