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18. 00:00ㆍ지구촌 소식
'오바마의 유산' 3개 전쟁 현황… 미국 고민도 깊어져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임기 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끝내겠다는 공약으로 지난 2012년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시리아까지 확대된 3개의 전쟁을 후임자에게 넘겨주게 됐다.
반군 탈레반과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워가는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등 무장 단체들의 발호에 따른 치안 불안으로 내년까지 철수하기로 했던 9천800여 명 규모의 아프간 주둔 병력을 내년까지 잔류시키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전쟁 종식에 부심해오던 지도자로서 이미지도 빛이 바래게 됐다.
다음은 '오바마의 유산'이 된 3개의 전쟁 상황을 간추린 것.
◇ 아프가니스탄: 아프간전에 투입된 미군 병력 규모는 지난 2010∼2011년 기간에 10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지난해부터 현재 규모로 줄어들었다. 이는 미군의 임무가 탈레반 등 반군과의 직접적인 지상 교전에서 벗어나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군사 자문과 훈련 및 공중 지원 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프간전에 대한 관심도 식어 드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탈레반이 최근 북부 요충지 쿤두즈를 일시나마 점령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탈레반의 쿤두즈 점령은 지난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축출된 이후 탈레반에게 가장 큰 승리로 기록됐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대로 미군의 철수를 밀어붙이면 종파분쟁의 혼돈을 틈타 IS가 발호한 계기를 마련한 이라크 사태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비판을 의식해 오바마는 내년 이후에도 5천500명 규모의 미군을 잔류시키기로 급선회했다.
22명의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를 낸 쿤두즈의 '국경 없는 의사회'(MSF) 운영 병원에 대한 미군의 공습 사건은 현지 주둔 미군이 여전히 활발하게 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실제로 미군기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 현재 모두 3천300여 차례 출격해 629차례나 반군을 공습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4년 동안 미국이 아프간에 쏟아부은 돈은 전쟁비용과 복구비용 등을 합쳐 모두 8천172억 달러(922조 6천억 원)로 추산됐다고 ABC 방송이 보도했다. 또 아프간전을 수행하다 목숨을 잃은 미군 수도 2천356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들 가운데 39%가량인 917명이 급조폭탄(IED)에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 이라크: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작전 이후 9년 동안 미군 주둔군 규모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일부 테러 사건을 빼놓고는 전세를 뒤집을 만한 큰 군사적 충돌이 없었고,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이라크 정치 지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1년 말까지 사실상 모든 미군 전투병력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이후 IS가 이라크 서부와 북부 지역을 파죽지세로 석권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이라크 주둔 미군은 3천여 명으로 지상전투는 엄격히 금지됐다. 대신 공습 같은 항공지원과 정부군과 친정부 무장세력 등에 대한 군사 자문과 훈련 등을 담당한다.
IS 격퇴전에서 미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다 이라크 정부군의 고질적인 지휘력 부재와 미숙한 작전 역량 등으로 전세는 역전되기는커녕 잘해야 답보 상태라는 게 일반의 견해다. 브라운대학 부설 �슨 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라크전에 투입된 미국의 비용은 직접 비용 1조 7천억 달러와 참전군인 보상 등에 4천900억 달러 등 2조 1천900억 달러(2천476조 원)로 추산됐다. 전쟁 이후 지난해까지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 수는 4천491명으로 나타났다.
◇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부 타도에 목소리를 높이는 미국은 이라크에서처럼 지상군 투입 대신 공습과 중도성향의 반군 세력 및 쿠르드족 등에 대한 지원(훈련과 무기 공급 등)을 통한 대리전에 주력해왔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세력 가운데 시리아 동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뛰어나지만, 자신들의 지역을 벗어난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는 편이다.
반면 중도성향의 다른 반군 세력은 전력과 전투 기량에서 IS의 상대가 되지 못해 수시로 교전에서 패배, 근거지를 뺏기는 실정이다. 육군 특전단(그린베레) 등 특수부대를 통한 반군 육성 계획이 5억 달러가 넘는 돈을 들이고서도 성과가 없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 와중에 지난달부터 러시아가 붕괴 위기에 내몰린 알아사드 정권 보호 명문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30여 대의 전투기를 앞세운 2천여 명의 병력을 투입한 러시아는 반군에 대해 활발하게 공습작전을 폄으로써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오바마의 대 시리아 군사 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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