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8. 18:20ㆍ지구촌 소식
시리아 다자회의에 이란 초청한 미국..승부수 먹힐까
세계일보 송민섭 입력 2015.10.28. 16:
미국이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다자 협의체에 이란을 초청했다. 시아파 신정국가인 이란은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신의 ‘텃밭’이었던 시리아·이라크에서 세를 넓히는 것을 경계해왔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왕정국가들은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계속해 종전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해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이 이란을 국제회의에 끌어들이는 것은 중동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란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현실론’과 함께 답보상태인 시리아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 도중 ‘시리아 관련 국제회의에 이란이 참여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미국 정부는 (다자회의에) 이란을 초청했다”고 답했다. 시리아 다자회의는 29일 미국과 러시아, 영국, 독일, 터키, 사우디 등 12개국 대표들이 참석해 (당면과제인) IS 격퇴 및 향후 시리아 내전 종식 및 과도정부 구성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후 수차례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를 주도했지만 자국의 대중동 정책과 사우디 및 시리아 온건반군의 반발을 고려해 이란의 참석을 불허해왔다. 이란은 시리아 내 시아파 소수 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왔다.
미국이 방침을 바꿔 시리아 협의체에 이란을 부른 것은 지난 1년여 새 국내외적 정세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분석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과 함께 지난 7월 이란과의 핵협상을 매듭지었고, 러시아는 지난달 말부터 시리아에서 직접 공습 등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또 이란은 IS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던 지난 여름부터 이라크에 시아파 민병대 및 군수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대척점에 서 있는 사우디의 양해도 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시리아 협의체 참석을 단독보도한 AP통신은 “살만 사우디 국왕은 지난 주말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동에서 이란의 참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결국 미국의 입장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여전히 이란의 참여에 완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시리아 온건반군 측에는 “내전 종식이 다자간 정치적 합의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란의 참여를 반대해선 안된다”는 논리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립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가디언은 이란이 미국의 초청을 받아들일지 아직 불확실한데다 논의 과정에서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 여부를 놓고 미·유럽·사우디·반군 측과 이란·러 간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동을 둘러싼 여러 정치·외교 관계를 감안해 ‘이란의 참여’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자국민 25만명을 숨지게 하고 1100만명을 난민으로 만든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적개심은 미국의 계산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지구촌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中 두 자녀 허용 정책 효과 미지수(WSJ) (0) | 2015.10.31 |
---|---|
쿠르디 이후에도 지중해서 꼬마난민 77명 세상 떠나 (0) | 2015.10.31 |
현금 퇴출 시대…세계는 지금 비현금화 도입 전쟁 중 (0) | 2015.10.27 |
미 'IS 격퇴전'에 미군 개입 확대 검토 (0) | 2015.10.27 |
美 IS 정유시설 공습에 ‘총력’…“자금줄 끊겠다” (0) | 2015.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