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금수저 한국’ 틀린말 아니다… 대부분 부자들 기업 대물림

2016. 1. 5. 22:32C.E.O 경영 자료

[이슈분석] ‘금수저 한국’ 틀린말 아니다… 대부분 부자들 기업 대물림

블룸버그 전세계 400대 부호 분석

입력 2016-01-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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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자라 풍족함을 누리는 사람을 ‘금수저’,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해 출세에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을 ‘흙수저’라고 부른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수저계급론’이다. 그런데 이를 통계로 확인해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다른 나라 부자들보다 ‘상속형 재벌’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Bloomberg Billionaire Index)에 따르면 지난 12월 31일 기준 세계 부호 400위 안에 든 한국 부호 5명은 모두 재벌 2∼3세로 ‘상속(inherited)’형 부자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83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154위,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1위에 올랐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도 400위권에 들었다. 스스로 창업해 부를 쌓은 ‘자수성가형(self-made)’ 부호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400대 부호 중 자수성가한 부자가 125명 가운데 89명으로 71%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 400위권 부호가 가장 많은 중국의 경우 29명 중 28명으로 97%나 됐다. 세계 400대 부호 전체를 보더라도 65%인 259명이 자수성가형이고, 나머지 35%인 141명이 상속형으로 나타났다.

400위권 가운데 가장 많은 억만장자를 가진 미국의 자수성가형 부호 비율은 세계 평균보다 높았다. 세계 최고 부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스페인 인디텍스 그룹 창업주인 아만시오 오르테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상위 10명은 모두 자수성가형 부자다.  

중국의 경우 대표적 창업가인 최고 부자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이 13위, 마윈(잭 마) 알리바바 회장이 22위,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의 리옌훙(로빈 리) 회장이 62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서는 80명의 부호가 400위권에 들었고 그중 63명(70%)이 자수성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털을 통해 창업과 투자가 선순환되는 ‘창업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어 창업 분위기가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자본은 대기업집단에 편중돼 있고, 기존 재벌 중심의 경제 구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창업을 통해 부호가 된 성공적인 사례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일부 업계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모험을 수반하는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분위기는 창업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 중 창업을 희망한 사람은 6%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데다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창업 활기가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