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중고명품, 대기업도 뛰어들다

2016. 3. 7. 18:51이슈 뉴스스크랩

불황 모르는 중고명품, 대기업도 뛰어들다

불경기 탓에 굴지의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들도 가로수길, 명동 등에서 잇달아 매장을 철수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는 거리가 있다. 바로 중고 명품 판매업체들이 즐비한 서울 압구정동이다. 이곳에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부근을 시작으로 로데오거리 좁은 골목 안까지 중고 명품 가방, 시계 등을 거래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7일 압구정동 중고 명품 거리 근처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이 부근 중고 명품 판매업체 4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내가 아는 곳만 4곳인데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면서 "압구정 로데오거리 안에 있는 패션 브랜드 '코데즈컴바인' 매장이 곧 철수하고 2층 규모의 대형 중고 명품 거래업체가 이달 중 또 문을 연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청담동에서 8년 동안 중고 명품 판매업체를 운영 중인 한 매장 관계자는 "중고 명품을 찾는 고객들은 단골이 대부분이라 고객 유지는 꾸준히 되는 편"이라면서 "불황이라도 중고 명품 거래는 여전히 활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 매장에는 보통 손님이 드문 주중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2년째 중고 명품 판매가게를 운영 중인 이씨는 "최근에도 꾸준히 이 주변에 새로운 중고 명품 업체가 생기는 것을 보니 시장 상황이 괜찮은 것 같다"면서 "요즘은 가방보다는 시계 판매가 잘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명품은 시즌이 지나면 신상품의 약 40% 이상 감가돼 고가 상품일수록 중고를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득이다. 특히 명품 시계는 가방과 달리 디자인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출시된 지 오래될수록 중고 시장에 나오는 제품이 많아져 가격이 떨어진다. 실가가 800만원대인 프랑스 시계·보석 브랜드 까르띠에의 '탱크 앙글레즈'는 중고 시장에선 200만원대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 중고 명품 업체는 설명했다. 샤넬의 경우 매장에서 700만원대에 판매되는 '클래식 플랩백' 등은 중고 명품 매장에서는 500만원대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소량 제작돼 구하기 힘든 에르메스 '버킨백'이나 '켈리백'은 실가보다 비싸게 팔기도 한다. 버킨백 미디움 사이즈 실가는 보통 1200만원대인데, 국내 최대 중고명품 거래 업체인 '구구스' 압구정점에서는 1700만원대로 42%가량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장기 불황에 이처럼 명품도 효율을 따져 쇼핑하는 이들이 늘자 굴지의 대기업까지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이 운영하는 CJ몰이 지난해 9월부터 구구스를 단독 입점시켜 홈쇼핑 및 백화점 종합 온라인몰 중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중고 명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옥션 등과 같은 오픈마켓이 아닌 대기업 종합몰이 중고 명품을 거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중고 샤넬 가방을 판매하는 종합몰은 CJ몰이 유일하다.

CJ몰은 현재 샤넬, 루이비통 등 유명 명품 브랜드의 다양한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제품 등급에 따라 '샤넬 퍼포 클래식백 점보' 특B급이 181만원대, '샤넬 빈티지 2.55 숄더백 미디움' A급 186만원대, '샤넬 어라운드 체인 숄더백' A급 282만원대 등 새 제품의 3분의 1 가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구구스가 CJ몰에 입점한 뒤 현재까지 3억원가량 매출을 올렸다"면서 "패션 분야 강화 및 차별화 차원에서 중고 명품 판매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내 중고 명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옥션에 따르면 올해 1~2월 두 달간 중고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성장했다.

[박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