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4만명 선거 공보도 안 받고 ‘깜깜이’ 투표…첫 총선 사전투표 허점

2016. 4. 5. 21:46이슈 뉴스스크랩

[단독]군 4만명 선거 공보도 안 받고 ‘깜깜이’ 투표…첫 총선 사전투표 허점

 

[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약 4만여 명에 달하는 군인들이 투표용지에 찍힌 정당ㆍ번호ㆍ이름만 보고 ‘깜깜이’ 사전 투표를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헤럴드경제가 5일 입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군인ㆍ경찰 선거공보발송 신청현황’에 따르면, 전국 63만 여명(2014년 국방백서) 중 공보물을 받게 될 인원은 39만4933명에 불과했다. 범위를 좁혀 근무시간 외 자유롭게 영외 출입이 가능한 장교ㆍ부사관 등 간부를 제외해도 병사는 43만여 명에 달한다. 약 4만여 명에 달하는 병사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할 국회의원 후보자의 정보가 담긴 선거공보를 받아볼 수 없게 됐다.

선관위는 군인과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사전투표를 시행하고 있지만, 개별 신청자에 한해서만 선거공보를 발송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개별적으로 신청하지 않아도 선거공보가 자택으로 배송된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사전투표가 오히려 역차별의 요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대다수는 병사는 근무지와 자택 주소가 다르고 미디어를 접할 기회가 없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사실상 선거공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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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선거 공보가 신청자에 한해서만 배달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서 군 의 가족 또는 지인에게 대리로 신청해달라는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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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병사는 사실상 투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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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지난 2월 국방부 등이 참여한 선거 유관기관협의회에서 “전 부대에 선거공보 신청을 적극 독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도적으로 사전 투표가 마련됐고 각 부대에 소속 부대원들은 모두 신청하도록 권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모든 군인들이 다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사 수와 공보 신청자 간 차이가 4만여 명에 달해 사전투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선관위가 각 부대로 선거 공보를 보냈다 하더라도 병사가 선거 공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지휘관들의 의식 부재가 결국 ‘묻지마 투표’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6월 전역한 한 장교는 “병사들이 사전 투표할 당시 부대로 공보물이 배달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시 선거(2014 지방선거)에서 선거공보를 전달받은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사실 병사들은 공보물 볼 시간도 없이 단체로 버스 타고 가서 줄 서서 찍고 나올 뿐이다.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선관위가 지난 1일 신청자를 대상으로 선거 공보를 발송했지만, 아직 배달되지 않은 부대도 있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 현역 장교로 복무하고 있는 한 공보장교는 “공보물을 신청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20대 총선은 전국 단위의 국회의원 선거로는 처음으로 사전투표제가 실시된다. 하지만,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투표가 군과 선관위의 허술한 관리 탓에 ‘깜깜이’ 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ssentia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