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벤처스 대표 구속, 스타트업 업계 반응은?

2016. 4. 6. 18:03C.E.O 경영 자료

더벤처스 대표 구속, 스타트업 업계 반응은?

"스타트업계 이해 부족" vs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머니투데이 | 방윤영 기자 | 입력 2016.04.06. 16: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스타트업계 이해 부족" vs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

 

'벤처 1세대'로 꼽히는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수십억원의 스타트업 지분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것과 관련, 업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업계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다"와 "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등의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양인철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중소기업청의 팁스(민간주도형 창업지원사업) 보조금을 받아준다는 명목으로 스타트업 5곳의 지분을 무상으로 받아 챙긴 혐의로 호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은 호 대표가 편취한 지분 규모를 3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호 대표는 지분을 양도받은 사실을 숨기고 허위 투자계약서를 꾸며 받은 보조금 2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사진=더벤처스 제공
/사진=더벤처스 제공

더벤처스는 지난해 소속 파트너인 김모씨가 정부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한 차례 내홍을 겪었다. 이번 호 대표의 구속은 지난 김모 파트너 사태와는 다르다. 김모 파트너의 경우 개인의 부정행위가 수사 도마에 올랐다면 이번에는 더벤처스 전체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는 그동안 팁스 운영사(벤처투자사)인 더벤처스에 제기돼 온 '과도한 지분 확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팁스는 벤처투자사(운영사)가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출연금과 민간부담금 등을 합쳐 최대 9억원을 투자하는 중기청 창업지원사업이다. 운영사가 1억원 투자만으로 최대 40%까지 스타트업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업계의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호 대표의 구속을 놓고 관련 업계는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더벤처스가 투자 외에도 UX, UI 디자인까지 전폭적으로 도와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벤처스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팁스 지분 설정에 대한 지적이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증가에 따른 지분 가치 상승을 편취로 보는 것은 이 업계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가뜩이나 모태펀드 예산이 줄어들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이번 검찰 수사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더벤처스 관계자도 이와 관련 "단순 재무적 투자 외에도 스타트업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개발·디자인·마케팅·법무 분야의 전문가 그룹을 보유,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스타트업의 성장을 함께 돕는 역할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도 지분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과도한 지분 확보 관행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팁스 운영사의) 과도한 지분 확보에 대한 사례는 그동안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회자된 만큼 이번 기회에 재정비할 필요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 팁스 운영사의 지분 확보 문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운영사가 1억원을 투자하면서 정부 지원금인 팁스 자금 9억원까지 포함해 30%대의 지분을 요구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벤처 투자자는 "투자금에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지분을 요구하는 건 문제"라며 "쉽게 말해 정부 돈으로 자신의 투자 위험을 레버리지하는 것"이라고 운영사의 횡포를 꼬집었다.

하지만 더벤처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기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40% 이내에서, 스타트업과 합의 하에 지분을 선정하기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더벤처스의 제안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횡령 부분도 팁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팁스 지원금 9억원이 운영사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에 직접 지원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기청은 일종의 '포인트'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팁스 자금 전용 계좌를 만들면 포인트 형식으로 지급한다. 스타트업이 R&D(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먼저 지불하고 이를 입증되면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운영사가 공적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원천 봉쇄하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더벤처스 관계자는 "지난달 21일부터 검찰 수사를 받았다. 내부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호 대표가 구속돼 당황스럽다"며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고 싶다"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