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은 왜 해서.." 브렉시트 혼란에 캐머런 비난 집중

2016. 6. 16. 19:45지구촌 소식

"공약은 왜 해서.." 브렉시트 혼란에 캐머런 비난 집중

뉴스1 | 최종일 기자 | 입력 2016.06.16.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앞으로 크게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들어 탈퇴 여론이 다소 우세한 흐름을 보이는데다 당은 사실상 내전을 치르고 있다. 또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가 투표 이후에도 쉽게 아물지 않는 큰 상흔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초, 캐머런 총리가 영국의 EU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를 치르겠다고 밝혔을 때 집권 보수당은 반(反)EU 정당인 영국독립당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사우스 웨일스 카디프에 있는 브리티쉬가스 본사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 AFP=뉴스1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사우스 웨일스 카디프에 있는 브리티쉬가스 본사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 AFP=뉴스1

국민투표 공약은 애초 일거양득의 전략으로 여겨졌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독립당을 측면에서 공격하고 동시에 유럽회의론자와 통합론자 간 당내의 오랜 불화를 봉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캐머런 총리의 구상은 처음에는 먹혀들었다. 총선 승리시 국민투표를 치르겠다는 주장은 유효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당은 예상밖에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한창 기세를 높이고 있던 영국독립당은 소수정당에 머물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에섹스대 정치학 교수 토마스 퀸은 워싱턴포스트(WP)에 "이것(국민투표)은 당내 분열을 각오하고 시작한 것이다"며 "그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일련의 일들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정치학 교수 로저 모티모어는 "캐머런 총리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상황이 악화됐다"며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캐머런 총리가 이렇게 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향후 보수당 리더로 손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토론회에 참석했다. © AFP=뉴스1
향후 보수당 리더로 손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토론회에 참석했다. © AFP=뉴스1

가장 큰 오산은 캐머런 총리와 함께 보수당 내 상층부를 형성하고 있는 소수 옥스포드 출신 파벌을 신뢰했다는 것이라고 모티모어는 진단했다. 이들은 캐머런 총리를 버렸다. 특히 향후 보수당 리더로 손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총리를 목표로 한다는 자신의 뜻을 사실상 선언했다.

캐머런 총리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오는 23일 탈퇴를 선택하는 국민들이 많다면 캐머런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퀸 교수는 "그날(투표일)이 아니더라도 며칠 내에 사의를 표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잔류 의견이 많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상황에 놓여질 수 있다. 당 내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을 수 있다. 보수당 내 탈퇴 지지 의원들은 캐머런 총리가 어떻게 든 살아남기 위해 영국이 EU를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당 의원 앤드류 브릿젠은 잔류 쪽이 크게 이기지 못한다면 캐머런 총리는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내 평생동안 직면할 가장 중요한 질문에 관해 총리는 무척 솔직하지 못한 유세를 벌여왔다"며 "그는 유권자에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최근 수주 동안 여론 조사 결과는 박빙 양상을 보여왔다. 이렇다 보니 양 측은 영국 집권당의 최상층부 내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던 인신공격마저 주저하지 않고 있다.

향후 보수당 리더로 손꼽히는 존슨 전 런던 시장은영국이 EU에 남아야 한다는 총리의 주장은 "프로파간다(선전)" "날조"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캐머런 총리의 최측근 앰버 러드 보수당 의원은 "보리스가 관심을 갖고 있는 유일한 것은 숫자 10이다"고 말했다. 총리의 공식 관저 다우닝가 10번지를 뜻한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수당 내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캐머런 총리의 국민투표 도박은 헛됐음이 증명됐다"며 "사실보다 감정이 앞서고 있다. 찬반 유세는 나라를 양분시켰다. 다시 태어난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가 기성 정치권을 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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