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美대선 트럼프 탄력받나…反이민·고립주의 일맥상통

2016. 6. 24. 20:27지구촌 소식

<브렉시트> 美대선 트럼프 탄력받나…反이민·고립주의 일맥상통

트럼프·브렉시트 지지자 '분노' '불만' 정서 공유

브렉시트 승리는 생각보다 거센 反세계화 정서 방증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라는 초유의 사건은 불과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전례없는 일인 데다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았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에 미칠 영향을 당장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영국 유권자들이 브렉시트를 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미국 유권자 표심을 예측하는 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와 브렉시트 지지자의 공통점은 '분노'와 '불만'이라고 표현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성 정치에 대해, 그리고 이민자 등에 '기득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데 대해 공통적으로 분노와 불만의 정서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투표 이전부터 트럼프 열풍과 브렉시트 찬성이라는 올해 국제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두 '사건'을 연결 짓는 시각은 많았다.

영국 BBC도 최근 두 현상의 공통 키워드로 유권자의 분노, 세계화, 이민, 잃어버린 자부심,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등 5가지를 꼽은 바 있다.

영국에서는 EU 관료주의자들에 대해, 미국에서는 선출직 정치인들에 대해 불만이 팽배해 있는 데다 세계화로 인한 이민자 증가와 자유무역이 자신들의 일자리 등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이 유권자를 지배한 것이다.

트럼프나 브렉시트 찬성파들도 이러한 분노와 불만 정서를 자극하면서 반 이민과 고립주의를 부추겼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구호나 '우리 나라를 되찾자'(Take back our country)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외침도 비슷한 울림을 갖는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는 CBS에 "브렉시트 지지자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인구 통계 특성은 놀랍도록 비슷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가장 강력한 지지층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의 백인이며, 이번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주민들의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탈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레츠키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지배적인 정서는 '우리는 이른바 엘리트, 전문가, 정치인들이 나라를 이끄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고, 무엇보다 우리 조국에 다른 나라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만이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프랭크 룬츠도 미국 NPR방송에 "브렉시트 찬성파인 나이절 패라지나 트럼프는 세계 금융 위기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기득권에 소외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국 국민투표에서 EU 탈퇴파의 예상밖 승리는 세계화나 이민에 대한 반감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대선에서도 이러한 표심이 반영된 '숨은 표'가 훨씬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브렉시트가 실현될 경우의 손익도 후보별로 엇갈릴 수 있다.

그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영국은 EU 안에 있을 때 더 강력하다"며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밝혀왔고, 트럼프는 "영국은 EU를 탈퇴하면 더 잘 지낼 수 있다"고 찬성 의사를 표명해왔다.

브렉시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전력 약화로 이어지면 보호무역을 주창하고 나토 탈퇴까지 언급하는 트럼프의 말이 더 호소력을 갖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