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9. 20:50ㆍ건축 정보 자료실
[취재파일] 두려운 속도의 주택건설 신장…GDP의 절반 넘었다
"1990년대 일본 재연 우려"…정부는 외면했나 몰랐나
경기진작을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 것인가‘, ‘금융통화 정책을 펼 것인가‘를 놓고 논란을 벌이던 정부와 금융당국이 돌연 부동산 투기 바람을 잠재우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조이고,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등 투기를 막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로또’가 된 아파트 청약시장을 진정시켜야 하지만, 2008년9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까지 경험했듯이 한 번 달아오른 주택청약 열기를 식히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금리를 올리는 극약처방을 하기에는 부풀어 오른 가계부채와 건설업에 대한 우리경제의 의존도가 너무 커져 진퇴양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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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기진작을 명분으로 매년 추가 예산까지 편성해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유례없이 연 1.25%까지 낮췄지만, 그렇게 풀려나간 돈이 건전한 투자보다는 주택투기로 유입돼 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 건설투자 증가율 한은 전망치의 3배로 급증
문제는 이렇게 주택건설 분야에 거품이 형성되는데도 제대로 된 경고신호가 없었다는 것이다. 입으로는 금융안정과 가계부채 문제를 얘기하고 있었지만, 행동은 주택분야에 계속 돈을 풀며 “경기야 빨리 회복돼”라고 주문을 외고 있었던 셈이다.
이같은 모습은 한국은행의 경제전망보고서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지난 1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하고, 건설투자는 3.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도에 이어 주택분야를 중심으로 건설 투자가 늘어나겠지만, 공급과잉 우려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따른 주택 투자심리 위축으로 전년도 2015년 보다 0.5% 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첫 번째 수정 경제전망보고서에서 건설투자 증가율을 4.4%로 올렸고, 지난 7월에는 다시 6.7%로 상향 조정했다. 그리고 이달 13일 3차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1월보다 0.3% 포인트 낮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건설 분야 투자는 이전보다 배 가까운 10.5% 증가할 것이라고 수정했다.
올해 한은의 건설투자 규모 증가율 예측치가 1월 3.5% -> 4월 4.4% -> 7월 6.7% -> 10월 10.5%로 세 차례 수정되면서 무려 3배나 불어난 것이다. 한은 관계자들은 부동산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밝혔지만, 틀려도 너무 많이 틀려 부동산 과열을 일부러 외면한 것인지 정말 몰랐던 것인지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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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문 성장 기여율 60% 넘나…사상 최고 수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의 전국 주택허가 물량은 47만1천 가구(전년 동기 대비 +4.3%), 착공 40만 가구(-2.7%), 준공은 32만6천 가구(+19%)로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이 같은 주택건설의 호조에 따라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3.3% 가운데 건설투자가 기여한 것은 1.7%p로 경제성장률에서 건설투자가 기여한 비중이 51.5%에 달했다. 올 상반기 전체로는 우리경제가 3% 성장하는 사이, 건설업 투자는 10.3%가 늘어 경제성장률의 절반 가까운 1.4%p를 담당했다.
올 하반기에는 건설투자가 10.7%가 늘어 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 2.5% 가운데 1.5%p 이상이 건설투자 증가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5.3%에 불과하던 건설 분야의 GDP에 대한 성장 기여율이 지난 1년 동안 40.1%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4분기 이래 23년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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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늘어나고 있는 건설투자는 특히 주거용 건물에 집중돼 있다. 지난 2분기 전체 건설투자가 10.8% 늘어나는 동안 주거용 건물투자는 24.3%가 증가한 반면, 비주거용 건물 투자는 8.3%, 토목건설은 1.4%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 저성장과 저출산 상황 주택건설 급증…“1990년대 일본 연상시킨다“
산업연구원 강두용 선임연구위원과 민성환 연구위원은 지난 9월19일 발표한 ‘최근 실물경기의 건설투자 의존 구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주택건설의 빠른 증가는 저성장과 저출산 구조 하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1990년대 일본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주택부문의 투자증가는 금융위기 이후 투자 부진에 따라 반등하는 측면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인구증가율이나 경제성장률이 훨씬 낮아진 상황에서 높은 투자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 투자 및 공급과잉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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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투자는 경기변동에 강한 선행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주택투자를 제외한 다른 지표가 대부분 부진한 상황이고, 인구변화 추이나 주택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택투자 급증은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와 더불어 나타나고 있다면서, 건설투자 의존형 경제성장은 부채 추동형 성장(Debt fueled growth)이어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1990년대 장기침체기에 접어들자 건설투자에 의존하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한 결과 실제 경기회복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공공부채의 증가를 초래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택투자 급증이 공급과잉 및 주택가격 급락을 유발하거나, 향후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건설투자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올 상반기 이전에도 우리나라의 건설투자 비중은 이미 OECD국가의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국가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산업연구원은 수출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민간소비 주도형 성장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민간소비 확대는 서비스산업 활성화에도 핵심적이라면서 고령층 및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 확대와 더불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임금소득 상승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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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 간의 긴밀한 소통과 정부의 일관된 경제정책은 어느 때 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물가 목표치를 6개월 연속 달성하지 못한 데 따른 두 번째 대국민 설명회에서 앞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소통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판단, 그리고 공유에서 출발해야 가능할 것이다.
[김용철 기자 yc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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