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1. 20:40ㆍ건축 정보 자료실
리모델링 준비중 '날벼락' 발표 하루 만에 매물 쌓여
'내력벽 철거 불허' 악재에.. 수도권 1기 신도시 정비 비상동아일보 입력 2016.08.11. 03:06 수정 2016.08.11. 11:09
[동아일보]
“이제 하루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네요.”
정부가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때 주택 간 내력벽(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벽) 철거를 허용하는 방침을 철회한 지 하루 뒤인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S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한동안은 (매물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정부 발표 후 팔겠다는 사람들이 나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내력벽 철거를 전제로 진행되던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올스톱되면서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 1기 신도시 도심 정비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미 낡은 도시가 된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워 리모델링에 기대를 걸었지만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1기 신도시의 주거환경 개선이 불투명해지면서 집값 하락, 매몰비용(조합 운영에 들어간 비용)을 둘러싼 갈등 등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성남시 분당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분당구에서는 현재 안전진단 단계인 매화마을 1단지, 한솔주공5단지, 느티마을 3, 4단지 등 4000채가 넘는 아파트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었다. 1990년대 초반 지어진 이 지역 아파트들은 대부분 15층 이상의 중고층에 용적률도 180∼210% 정도로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 수직증축을 통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전환한 사례가 많다. 김명수 느티마을 3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장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 주택 중엔 재건축 연한(30년)이 다 된 단지도 있지만 소형 평형은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도 쉽지 않다”며 “3년을 더 기다리면서 발생하게 될 수십억 원의 매몰비용은 누가 지불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경우 이번 정부 조치가 당장 매매 시세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은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내력벽 철거를 일부 허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분당 지역 소형 평형 아파트 3.3m²당 매매가가 6개월 새 100만 원가량 올랐을 만큼 리모델링 호재가 적지 않았다”며 “최근 위례 하남 평촌 등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면서 분당을 포함한 1기 신도시가 더 경쟁력을 잃게 돼 매매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리모델링을 준비 중인 일부 수도권 단지에서는 더 늦기 전에 내력벽 철거를 포기한 채 리모델링을 진행하거나 재건축으로 돌리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 지역 리모델링 추진 조합의 한 관계자는 “정부만 믿고 기다린다고 해서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진다는 보장도 없고 이미 안전 때문에 수직증축은 위험하다는 여론도 많다”며 “이럴 바에는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빨리 재건축 등 다른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게 낫다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낙후된 1기 신도시 아파트가 모두 재건축을 하기도 어렵거니와 재건축이 진행되더라도 발생할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5개 신도시가 주거 개선을 모두 재건축으로 진행하면 전세난을 비롯한 엄청난 후유증이 생길 것”이라며 “리모델링은 순차적으로 도심을 재생할 수 있는 방안이었는데 이번에 정책 시작점부터 꼬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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