똬리 튼 뱀에 대형 이구아나까지..파충류 유기 어디까지?

2016. 10. 31. 19:52이슈 뉴스스크랩

똬리 튼 뱀에 대형 이구아나까지..파충류 유기 어디까지?

KBS | 김방홍 | 입력 2016.10.31. 15:17 | 수정 2016.10.31. 19:42

지난 14일 대전시 둔산동에 있는 도로변에서 길을 지나던 한 시민은 악어 같이 생긴 이상한 파충류가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고 기겁을 했다.

1m 가까운 대형 도마뱀 도로에서 돌아다녀

길이가 1미터에 가깝고 생김새가 도마뱀 같으면서도 얼핏 보면 악어와 비슷해 떨리는 마음으로 신고를 했는데 119 구조대원이 포획하고 보니 애완용으로 사육하는 도마뱀의 일종인 '사바나 모니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파충류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zum_move]버려지는 애완동물…파충류까지 유기
[zum_move]버려지는 애완동물…파충류까지 유기
지난 6월 제주시 도련동 한아파트 지하실 입구에서 발견된 똬리를 튼 애완 뱀 ‘볼파이튼’. 이를 발견한 주민이 119에 신고해 포획했지만 아직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제주시 도련동 한아파트 지하실 입구에서 발견된 똬리를 튼 애완 뱀 ‘볼파이튼’. 이를 발견한 주민이 119에 신고해 포획했지만 아직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주에서는 아파트에서 똬리 튼 1.2m 뱀 발견

지난 6월 말 제주시 도련동 소재 아파트 주민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파트 지하실 입구에서 길이 1.2m, 둘레 직경 6~7cm의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센터 관계자들이 이 뱀을 잡고보니 아프리카의 열대성 우림에서 서식하는 뱀인 '볼파이톤(Python regius)'이었다.

'볼파이톤'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파충류로 우리나라에서 일부 애완동물 애호가들이 애완뱀으로 사육하고 있는 야생동물이다.

당시에는 끝내 뱀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제주대학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에 인계했다.

중·남부 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초식성 도마뱀으로 최근 애완용으로 인기를 끄는 ‘그린 이구아나’(사진 왼쪽). 도마뱀의 일종이지만 몸집이 커지면 주인을 위협하기도 하는 ‘사바나 모니터’(사진 오른쪽).
중·남부 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초식성 도마뱀으로 최근 애완용으로 인기를 끄는 ‘그린 이구아나’(사진 왼쪽). 도마뱀의 일종이지만 몸집이 커지면 주인을 위협하기도 하는 ‘사바나 모니터’(사진 오른쪽).


지난해 8월에는 몸길이 80㎝ 크기의 사바나 모니터 도마뱀이 집에서 탈출했다가 열흘 만에 포획돼 주인 품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사바나 모니터는 도마뱀의 일종이지만 크기가 커지면 얼핏 보기에도 악어와 비슷해 처음 보는 사람은 기겁하기 쉬운 애완 동물이다.

그린 이구아나 역시 애완동물로 중·남부 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초식성 도마뱀인데 그 모양이 범상치 않아 마니아들이 아니면 쉽게 기르기 힘든 파충류다.

애완동물로 키우던 파충류 유기 사례 빈발

이처럼 애완동물의 유기행위가 이제는 개나 고양이에 그치지 않고 파충류에까지 이르고 있다.

파충류는 희소성 등의 매력 때문에 몇 년 전 애완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먹이 공급 등 관리가 쉽지 않아 덩치가 커지면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사바나 모니터나 그린 이구아나 같은 도마뱀 애완동물은 성장 속도가 빨라 어릴 때 입양했다 갑자기 커지면 주인이 감당할 수 없게 돼 할 수 없이 유기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이 유기하지 않더라도 베란다 방충망 등을 통해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더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는 애완동물이 바로 파충류다.

집을 나간 애완용 도마뱀을 찾는 내용의 페이스북 화면. 2년 전 국민 신문고 게시판에 ‘4년째 키우고 있는 애완동물이 집을 나간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민원이 올라왔다.(화면은 서울경찰 페이스북)
집을 나간 애완용 도마뱀을 찾는 내용의 페이스북 화면. 2년 전 국민 신문고 게시판에 ‘4년째 키우고 있는 애완동물이 집을 나간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민원이 올라왔다.(화면은 서울경찰 페이스북)


애완 파충류는 대부분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어서 환경부에 신고 없이 기를 경우 처벌받을 수 있고, 사바나 모니터의 경우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파충류를 기를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람 공격 가능성 있고 생태계 교란 우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자연환경에 적응할 경우 고유종 피해와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모든 동물종을 가리지 않고 신고절차 없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불법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인천공항에서는 48살 A씨가 인도네시아에서 희귀 동물 3백여 마리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입국하다 세관에 적발됐다.

인천세관 직원들이 A씨의 가방 안을 살펴본 결과 놀랍게도 독을 지닌 지네와 전갈 등이 가득했다.



집에서 키우기를 원하는 희귀 애완동물 애호가들에게 팔기 위해서 였다고 하는데, 전갈과 타란튤라는 마리 당 5만원 정도, 지네는 한 마리에 10만원 까지도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애완동물(Pet)과 가족(Family)이 합쳐진 '펫팸족'이란 신조어도 생겨났을 정도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1.8%인 457만 가구가 펫팸족이다.

이는 5년 전인 2010년(17.4%)에 비해선 4.4% 늘어난 수치다.

5년 동안 애완동물 45만 마리 버려져

해를 더할수록 펫팸족이 늘고 있지만 그 이면엔 주인으로부터 버림받는 반려동물들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 유기된 반려동물은 45만여 마리로 개가 30여만 마리(65%), 고양이가 15만 마리(34%)였다. 하루 평균 250마리, 1년으로 치면 1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애완동물 사육인구가 급증하면서 고슴도치·프레리독·이구아나·도마뱀 등 다양한 생물종이 무단 유기되거나 우리를 탈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방홍기자 (kbh0428@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