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 20:47ㆍC.E.O 경영 자료
기업들, 글로벌 오픈 플랫폼 생태계에 조기 참여해야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이사2017년 01월호
기업간네트으ㅓ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비약적인 3차원적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선 각종 IT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은 물론이고, 협업적 생태계를 쉽게 연결하는 기업 간 네트워크 플랫폼과 4차 산업혁명형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재 플랫폼이 필요하다.
언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CPS) 등의 새로운 요소기술에 주목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변화 중에서도 어떤 요인들이 기존 기업들을 해체시키고 신생기업들을 성공시키는지, 즉 산업 생태계 구조를 급격하게 변화시킬 파괴적 경쟁우위 요인이 무엇인지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별 대량 맞춤화 시대, 변화대응 속도와 제품의 다양성이 핵심
1차 산업혁명에서는 증기기관이 발명돼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고 2차 산업혁명에서는 이를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도요타가 십여 가지 디자인과 색상의 자동차를 생산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재고량 문제를 증가시키지 않고도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는 린 생산방식(Lean Production; 작업공정 혁신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생산성은 높이는 것)을 창조했다. 월마트는 유통업에서, 삼성전자는 전자 부문에서, 델은 컴퓨터업종에서, 자라와 유니클로는 의류업종에서 린 생산방식을 도입해 산업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PDCA(Plan-Do-Check-Act; 계획-실행-분석-조치)의 운영주기, 즉 수요변화 감지에서 대응까지 경쟁사들이 1개월, 1주일의 시간이 걸렸다면 이들 기업들은 1주일, 하루로 단축해 민첩성 부문에서 우위를 점했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변화대응 속도(agility)와 제품의 다양성(variety), 두 가지 성장 축 방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했다.
4차 산업혁명의 애플과 구글은 노키아, 모토롤라가 십여 가지의 휴대폰을 생산할 때 모바일 앱 플랫폼을 만들어, 소비자가 수십만 가지의 앱 중에서 취사선택한 앱을 다운로드받아 자신만의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해 개인별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 시대를 열었다. 다른 제조산업 영역에선 개인화 수준이 더욱 강화돼 ‘Omni-Personalization’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Omni-Personalization은 옴니채널상 개인의 위치정보, 취향, 구매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이를 생산공장 및 매장의 모든 기기·사물이 IoT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연결된 생산 및 판매시스템을 통해 적시에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토바이업체 할리 데이비슨은 소비자가 웹사이트에서 자신만의 맞춤형 바이크를 설계하고 주문하면 6시간 만에 출하 및 발송하는 생산시스템을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아디다스가 독일에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라 명명한 자동화공장을 설립해 개인 맞춤형 신발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스마트공장들은 무인공장에 가깝도록 설계돼 각종 센서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속도 측면에선 실시간으로 상황변화에 대처하고 다양성 측면에선 소비자 개인별 욕구를 만족시키는 1:1 맞춤형 이해와 개성충족 능력이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4차 산업혁명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3번째 성장 축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다. 사회가 2차 산업혁명의 기업에는 재무적 투명성을 요구했다면 3차 산업혁명의 기업에 사회적 책임(CSR)을 묻기 시작했다. 이에 기업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 돈과 시간을 기부하는 사회공헌 전담 부서를 운영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기업들은 공유가치창출(CSV)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더 이상 일방적 기부가 아닌 진실성 있게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추구하고 관리해야 소비자들로부터 존경받고 성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쉽게 불러 사용하고 이합집산 할 수 있는 개방적 IT 플랫폼 필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비약적인 3차원적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선 각종 IT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은 물론이고, 협업적 생태계를 쉽게 연결하는 기업 간 네트워크 플랫폼과 4차 산업혁명형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재 플랫폼이 필요하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새로운 사업모델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진화시키려면 기존의 소프트웨어 컴포넌트들을 쉽게 조립해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는 IT 플랫폼이 필요하다. 특히 IoT·빅데이터·인공지능·인메모리 등 기술을 글로벌 클라우드 라이브러리 환경에서 쉽게 불러 사용하고 이합집산 할 수 있는 개방적인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기업 간 네트워크 플랫폼은 미국 농기구 제조 회사인 존 디어처럼 파종부터 수확까지 농민들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의 협업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모든 산업 영역에서 산업별 기업 네트워크 플랫폼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B2C 네트워크보다도 그 영향력과 규모가 훨씬 크다. 예를 들어 글로벌 B2B 구매 네트워크 SAP 아리바(Ariba)에서 일어나는 거래금액의 총합은 아마존, 알리바바, 이베이를 합한 것보다 더 크다고 한다. 한국 기업들도 이 같은 글로벌 오픈 플랫폼의 생태계에 조기에 참여하고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재벌 그룹별로 배타적 납품 협력사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은 계열사 간에만 통화가 가능한 전화기망을 만드는 것같이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4차 산업혁명에서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은 인재 플랫폼이다.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한국의 예능 PD들은 뛰어난 가수와 연예인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트렌드의 성공요인에는 공정한 평가체제와 오디션(채용) 프로그램, 온라인 인재개발 프로그램, 인재를 찾는 인적 네트워크와 검색 인프라의 역할 등이 있다. 선진 대기업들도 이미 채용된 사내 인재를 위해서 기업별로만 사용하는 인재관리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인재와 일자리를 상세하게 이해하고 추천해 주며 인재개발 과정을 가이드해 주는 인재-일자리 매치메이킹 플랫폼을 국가 수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한다면 취업준비생, 경력단절 여성, 조기 은퇴인력들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필요한 적재적소에 Just-In-Time으로 배치할 수 있게 된다.
문제를 찾기보다는 풀기만을 가르쳤던 각급 학교와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만 구사해온 기업들이 창의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선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창의적 방법론인 디자인 씽킹을 훈련시켜야 한다. 디자인 씽킹은 협업을 통해 싸게 빨리 망하는 것을 훈련시킨다. 비싸고 크게 망하는 경험을 한 기업과 창업가들은 망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싸게 빨리 망하는 것을 배운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창업 실패 또한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과감히 도전한다. 세계 혁신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이미 검증된 방법론인 만큼 한국의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가급적 신속하고 제대로 배워야 하며, 한국의 장점을 살려서 더욱 강력한 사업모델 혁신 방법론(BMI)으로 발전시켜 새마을 운동처럼 널리 보급해야 한다. 새마을 운동이 과거 1960~1970년대의 ‘잘살아보자 운동’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한국적 디자인 씽킹 보급은 ‘창의적으로 행복하게 일하기 운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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