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답이다] ‘재무제표’ 안 보는 실리콘밸리 투자자 싸이월드가 왜 망했을까요

2017. 2. 19. 19:53C.E.O 경영 자료

[사람이 답이다] ‘재무제표’ 안 보는 실리콘밸리 투자자 싸이월드가 왜 망했을까요

 

500스타트업’ 팀 채 파트너 단독 인터뷰

이윤희 기자  |  stels.lee@econovill.com  |  승인 2016.02.15  10:19:07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신생기업이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나 한국 기업가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물을 수 없듯 세계 시장을 알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활약하는 전문가와 협력하는 것이 맞다. 그러니까 대해에서 온 바다거북에게 바다가 얼마나 깊고 푸른지, 어떤 위험과 기회가 도사리는지를 물어야 하는 법이다.

 
 
▲ 팀 채 ‘500스타트업’ 파트너.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ad

실리콘밸리 출신의 세계적인 엑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의 팀 채(채종인) 파트너를 서울 구글캠퍼스에서 만났다. 500스타트업은 지난해 5월 한국 지역기반 투자펀드 ‘김치펀드’를 조성하고 한국의 스타트업을 보육하고 이들에 투자하고 있다. 김치펀드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 그는 서울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절반씩 머물고 있다.

 

채 대표는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민 1.5세대로 2014년 거의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당시 한국에서 ‘카카오톡’, ‘쿠팡’, ‘배달의 민족’ 등 신생기업이 선전하고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은 아직 요원했다. 500스타트업의 역할이 분명 있다고 믿고 진출을 결심했다.

 

창업자를 위한 학교

유독 팔고 사는 것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13살에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티셔츠를 팔았다. 이커머스(e-Commerse) 사업을 시작한 셈이었다. 뱁슨 칼리지(Babson College)에 들어가 2년을 다니다 자퇴했다. 뱁슨은 18년째 창업자 교육 부문 대학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창업 중심의 대학이다. 그는 뱁슨대학을 작고 독특한 비즈니스 학교로 기억한다. “모든 신입생이 필수로 듣는 수업 중에 60명씩 함께 하나의 회사를 창업하도록 하는 게 있어요. 첫 학기에는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피칭을 진행하고 두 번째 학기에는 학교로부터 3000 달러가량의 투자금을 받아요. 그리고나서 또 다른 회사를 창업하게 하죠.”

3학년에 벤처캐피럴리스트로서 직업을 잡았다. 십대에 창업을 시작했고 여전히 십대였던 그는 과연 투자자들이 어떻게 투자 결정을 하는지가 항상 궁금했었다. 학업을 마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혀 아니죠”라는 즉답을 내놨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학 졸업은 해야한다는 분위기지만 제가 대학을 졸업했다고 다른 일을 할 것도 아니고요. 전 이미 창업자였으니까요.”

해외 진출에 성공한 한국 스타트업이 거의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매번 듣는 질문이라고 웃는다. 지금까지 한국 스타트업을 지켜본 결과, 이유는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근로 문화다. 한국의 근로 환경이나 직장 문화가 실리콘밸리 인재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그가 꼽은 다른 하나의 장애는 언어의 장벽이다. 창업자가 국제 무대에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면 ‘그가 스마트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려운 일이 된다. 마지막으로 500스타트업이 한국에 진출하기 전에도 그랬듯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에게 한국 스타트업이 실제로 세계 시장에 나가 성장할 수 있다고 증명하기가 아직은 어렵다.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한 구체적 기획을 했던 것 같지 않습니다. ‘싸이월드’나 ‘카카오톡’처럼 기술적으로 우수한 서비스도 한국 내수 시장에 너무 많이 집중했죠. 그들이 동남아나 일본으로 눈을 돌렸을 때는 이미 다른 경쟁업체들이 시장을 점유한 후였어요.” ‘그렇지만 이들이 초기 단계부터 제대로 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면?’하고 가정을 해봤다. 그는 5년 안에 세계 시장에 나간 한국 기업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풀스택’ 개발자가 만든 실리콘밸리

한국의 업무 문화 외에 한국 창업자가 가진 문제가 따로 있을까. “저희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출시한 직후에 초기 투자를 하는 편입니다. 이 단계에 해당하는 미국 업체들의 경우, 직원이 2~3명 있는 게 보통이에요. 그런데 여기 서울 구글캠퍼스에 있는 업체들만 봐도 최소 6~8명, 가끔은 10명이 넘어가요.”

한국 스타트업에 딸린 식구가 서너 배 많은 이유는 ‘멀티 플레이어’가 없어서다. 미국 엔지니어의 대부분이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등 영역을 국한하지 않는 ‘풀스택(Full-Stack)’ 엔지니어인데 한국에서는 이들을 보기가 힘들다. “한국에선 분업이 일상화돼 ‘나는 웹 개발만 해’, ‘난 ios 개발자야 안드로이드 못 해’ 하거든요.”

또 하나, 한국 창업자들은 너무 착하다. “물론 미국에도 성격이 ‘착한’ 창업자도 있지만 협상에 나섰을 때는 달라져야죠. 착하고 소극적인 한국 창업자들의 성향이 경쟁적인 환경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어요.” 그는 창업자가 투자자인 자신에게 ‘을’로 구는 것도 싫단다.

  
 팀 채 ‘500스타트업’ 파트너.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그런 그가 창업자를 만날 때 가장 중점을 두고 보는 것이 있다. 잠깐의 대화라 해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창업자인가 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황은 채 대표가 창업자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을 때 쉽게 대답하고 더 어려운 질문이 돌아오는 것. ‘이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재무제표는 진짜 안 보나” 하고 물었다. 채 대표는 “회계자료 거의 안 봐요. 대신 1달 기준 지출을 확인하죠. 임원들의 월급, 마케팅 비용 같은 데 얼마를 쓰는가를 보는 거예요. 아직 성과도 별로 없는데 너무 많이 가져가거나 쓰거나 하는 건 싫고, 창업자 개인이 회사를 위해 아끼고 희생하는 업체가 좋아요” 한다.

그는 김치펀드 출시 당시 “어떤 나라도 한국만큼 개별 창업지원을 많이 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한국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창업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말로 필요해서일 거라고 본다. 창업을 고무하지 않으면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한국 정부가 가진 위기의식을 엿봤단다. “한국 정부 아니었으면 우리도 안 왔어요. 재작년 2월 그들이 우리가 한국에 진출하면 펀드에 일부 출자하겠다고 해서 한국에 와 창업자들을 만났고 가능성을 본 거죠. 효율성이요? 한국 정부는 1000원 쓰고 300원 효과가 나도 하고 있는 거예요.” 한국 정부도 참여한 김치펀드는 150억원 규모로 한국 업체 50여곳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창업자가 투자자”

신흥국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도 골칫거리다. “동남아, 러시아, 이스라엘 등 다른 신흥국들도 그렇지만 한국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마련된 것은 4년 남짓인데 ‘사이클(cycle)’은 아직 정립되지 못했어요. 미국에서는 창업부터 M&A까지 사이클이 2~3년이에요. 창업하고 팔고 다음 세대의 기업에 투자하고 다시 창업하죠. 그래서 모든 창업자는 투자자예요. 그런데 한국 창업 인프라 내에 이런 ‘연쇄 창업자(Serial Entrepreneur)’가 드물어요.”

그간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 동기나 전문성이 기존 벤처캐피털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등장했다. 스타트업들은 비싸졌고 거품론은 매일 제기됐다. 그럼에도 2014년과 2015년은 벤처캐피털들에게는 기록적일 만큼 많은 펀드가 조성된 해였다. 그는 지난 4분기와 1분기는 관망세지만 오는 2, 3분기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그는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도 배운 것이 있겠죠” 하며 기대감을 표했다.

현재 그가 가장 관심 있는 업종은 ‘핀테크’다. 한국의 핀테크 업체들의 잠재력을 높이 사 500스타트업이 한국에 투자한 12개 업체 중 핀테크 업체만 2개다. “한국에는 핀테크 잠재력이 커요. 다른 산업 부문들은 상당히 발전해 있는 반면, 규제 때문인지 한국이 핀테크만큼은 미국에 거의 10년 뒤지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서 개발돼 성공한 모델들에 그대로 투자하면 되죠. 혁신적일 필요가 크게 없으면서도 한국은 자산이 풍부하고 부유한 나라이니 안정적인 투자가 돼요.” 그는 미국 ‘렌딩클럽’처럼 잘할 것 같아 한국 스타트업 ‘피플펀드’에 투자했고 미국 ‘크레딧 카르마’와 유사한 ‘핀다’를 돕기로 했다.

그는 “5년 후일지 10년 후일지 모르지만, 샌프란시스코 집 근처를 산책하다 만난 사람들이 한국인이 개발한 앱을 사용하고 또 얘기하는 걸 보고 싶어요. 그게 꿈이에요”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 한 가지 당부가 있다. 매일 성장하라는 것. 한국인들은 학교나 학원 시스템에 익숙해 혼자 배우는 것에는 약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창업한 회사는 테크 회사였는데 그때 나이가 19살이었다. 매일 아침 창업 정신과 창업자에 대한 3개의 기사는 읽고서야 이불 밖을 나왔다. 매일 배우고 성장해야 했다.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자의 성장만큼 회사가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