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너무 많다'… 영유아 정부보조금 '줄줄'

2017. 2. 23. 16:56이슈 뉴스스크랩

[이슈탐색] '도둑이 너무 많다'… 영유아 정부보조금 '줄줄'

        

부패척결추진단, 사립유치원·어린이집 점검해보니…

정부 보조금과 학부모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의 시설 운영비가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비로 명품 가방을 사거나 자녀 학비를 내는가 하면 심지어 자동차 보험료와 과태료까지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은 9개 시·도에 있는 규모가 큰 어린이집과 유치원 95곳을 점검한 결과 91곳에서 609건의 위반 사례와 부당사용 금액 205억원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추진단은 54개 유치원에서 위반사항 398건에 부당사용액 182억원을, 37개 어린이집에서 위반사항 211건에 부당사용액 23억원을 적발했다. 추진단은 이 가운데 8곳에 대해 수사의뢰 및 고발조치하고 이들과 거래한 업체 19곳에 대해서는 세금 탈루 의심업체로 세무서에 통보했다.


◆유치원 운영비는 ‘쌈짓돈’

방과후 수업은 유치원 내에서만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A유치원 설립자는 이를 무시했다. 그는 원장 몰래 유치원 시설에 어학원을 등록한 뒤 영어교육비로 유치원 계좌에서 10억원을 뜯어갔다. 이 어학원에서 도예·요리교육, 수영강습 등을 한다며 교육비와 시설보수비로 10억6000만원을 추가로 이체했다. 본인이 타는 외제차 3대를 유치원 운영에 쓴다며 차량 보험료 1400만원을 냈다. 교직원에게 선물을 준다면서 유치원 운영비로 250만원 상당의 루이뷔통 가방 등을 사기도 했다. 이 설립자는 증빙자료 없이 3개 유치원 회계로 53억원을 중복해 집행했고 이에 대한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B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자금으로 두 아들의 등록금과 연기 아카데미 수업료 3900만원을 지출하는 것도 모자라 모텔비를 내거나 성인용품을 구입하는 데 3000만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교직원의 선물을 사겠다고 기록해 놓고 실제로는 본인의 명품 가방·지갑을 5000만원어치 사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 조사 결과 방과후 활동 교사의 인건비 1억5000만원과 각종 물품 구입비 5억4000만원이 모두 원장 본인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족벌기업’ 키우기에 열중

어린이집 4개를 운영하는 C씨는 부인 명의로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 회사를 통해 다른 업체와 어린이집의 교구나 식자재 납품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이 유령회사는 2억원 상당의 교구를 납품받으면서 6억5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총 8억6000만원을 부당거래했다. 또 부인을 어린이집의 취사부로 채용한 뒤 인건비로 5400만원, 컨설팅 비용으로 7900만원을 지급했다.

D유치원 설립자는 서울·경기 지역에 10개의 유치원을 운영하며 가족 회사와 5억1000여만원을 불법적으로 거래한 것이 드러났다. 그는 첫째아들 회사에 보수공사 계약 명목으로 1500만원을, 둘째아들 회사에는 구체적인 명세서 없이 1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아울러 서울시 소재 사립유치원 679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49.2에 달하는 334개 유치원이 운영 자금으로 설립자 등 개인명의 보험료 123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유치원·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세입·세출규모를 세분화하는 내용으로 재무회계 규칙을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 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 재정 지원을 하지 않고 지원금 환수 등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유치원 정원감축·원아모집정지 등의 제재 규정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