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X 미사일 한발에 12만명 사상…화학탄체 용접돼 해체 어려워

2017. 2. 26. 20:31이슈 뉴스스크랩

VX 미사일 한발에 12만명 사상…화학탄체 용접돼 해체 어려워

        

기사입력 2017-02-26 15:56 | 최종수정 2017-02-26 16:02

북한 신경작용제 VX, 미사일 탄두 탑재 위협 (PG)[제작 반종빈]

한미, 올해 생물방어연습 실전처럼 진행…신형방독면·화생방장갑차 개발

김정남 VX독살 말레이 공항 뒤늦은 제독작업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사용된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책 마련에 주력해왔으나, 김정남 독살 사건을 계기로 생화학무기 위협 대응체계도 보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북한이 인파가 붐비는 국제공항에서 대담하게도 맹독성 VX를 암살에 이용한 것은 다양한 신경작용제와 수포작용제 등으로 생화학무기를 제조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VX와 같은 맹독성 신경작용제는 미사일 탄두와 다른 무기에 장착돼 대량살상무기(WMD)로 만들어진다"면서 "미국은 북한이 이런 화학무기를 생산하고, 보유하고 있던 역사를 잘 인지하고 있다"고 밝혀 북한 생화학무기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생화학전에 대비해 6년 전부터 매년 생물방어연습(Able Response)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주로 진행해온 연습에는 양국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40여개 기관 200여명의 생물학 작용제 분야 관계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비공개로 실시하다가 2015년에는 생물학 공격과 생물 테러 상황을 가정해 환자를 수송하고 제독하는 절차 등을 각종 장비를 동원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보여줬다.

군의 한 관계자는 26일 "생물방어연습은 매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 실시되는데 올해에는 미군의 첨단 탐지·제독장비를 동원해 실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신경작용제인 VXGB(사린), GD(소만), 수포작용제인 루이사이트를 이용한 화학탄을 제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구소련의 사례를 보면 신경작용제가 극미량으로도 치명적인 살상력이 있기 때문에 야전에서는 탄에 충전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포탄에 충전된 상태로 보관했다"면서 "북한도 신경작용제가 충전된 화학탄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보유한 화학무기 투발 수단은 포병부대의 박격포 등 야포와 각종 방사포, 전략군의 스커드 등 미사일, 항공 및 반항공군의 AN-2와 같은 항공기 등으로 다양하다.

군내에서는 스커드-B/C 미사일의 30~40%가 화학 탄두라는 평가도 있다. 발사 후 4~5분이면 수도권 상공에 도달하는 사거리 300㎞ 스커드 1발에 VX를 넣어 투하할 경우 최대 12만여명의 인명 피해가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들어가는 300㎜ 방사포에 VX를 넣어 쏜다면 후방지역에서도 대량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화학탄의 탄체는 용접이 되어 있어 유사시 이를 수거해도 해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탄체에 화학작용제를 먼저 주입한 다음 탄을 만드는 방식인데 구소련이나 북한은 탄체를 만든 다음 독가스를 탄체에 주입하고 용접을 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방식은 조립 순서를 거꾸로 해서 해체할 수 있지만 용접된 탄은 해체가 어렵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제독 임무 장면[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면 우리 군은 북한의 생화학전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에서 북한의 방사능 및 생화학전에 대응한 교리 연구와 제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화생방 물질 신고가 접수되면 화생방신속대응팀이나 24특임대대가 즉각 출동한다. 화생방정찰차와 K-10 제독차, 소석회 살포기, 특수보호의, 양압식 공기호흡기, 화학탐지기(K-CAM2)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울(HANURI-T-MIL)', '아센드로', '한울(MR300)', '탈론(TALON 2D)' 등 4종류의 화생방 정찰로봇을 전력화했다.

국내에서 제작된 1세대 한울 로봇은 방사능 측정장치가 있어 고준위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영상 전송 기능도 있다. 독일에서 제작된 2세대 아센드로 로봇은 화학·방사능 탐지 임무에 투입된다. 3세대 한울(MR300) 로봇은 크기가 작아졌고 탐지범위는 더욱 정밀해졌다.

미국에서 개발한 탈론 로봇은 화학, 폭발물, 방사선까지 모두 탐지할 수 있고 로봇 스스로 전파를 송·수신하는 기능이 있다.

또 지난 2014년에는 캐나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생물독소감시기 1호를 출시했다. 국가·군사 중요시설에 고정 배치해 생물학 공격 여부를 실시간 감시하는 장비이다.

군 소식통은 "우리 군이 현재 보유 중인 장비는 특수임무 또는 고난도 임무 수행에 제한되는 장비여서 성능 보강이나 신형장비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화생방전에 대응한 백신도 일부 미군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군은 사업비 670억원을 투입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신형방독면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방독면은 현재 보급된 K1 방독면을 대체하게 된다.

화생방전과 유독가스 누출 사고 등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장갑형 화생방정찰차-Ⅱ도 연말쯤 전력화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 및 WMD 위협 대비 전력인 화생방정찰차-Ⅱ는 수 ㎞ 밖에서도 화학작용제를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hreek@yna.co.kr

화생방 물질 탐지 로봇[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