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6. 20:48ㆍC.E.O 경영 자료
[리셋 차이니즘]"새 판 짜여지는 중국, '소비'에 답 있다"
[비즈니스워치 2017 차이나워치 포럼]
소비구조 다변화·新유통채널 부상 주목
약점 파고 들어야…법인 세우고 현지화
"홍콩을 통한 중국 우회 투자를 고려하라"
"브랜딩·디자인, 중국의 약점을 공략하라"
"그냥 팔면 안된다. 중국 현지법인 세워라"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 2분기엔 사라진다"
23일 비즈니스워치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호텔에서 열린 '차이나워치'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美中)관계 악화와 사드 이후 고조된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파악하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전략 새 판을 짜라'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대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특히 하나같이 중국의 달라진 소비 문화를 주목하고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일침했다.
이날 행사에는 홍창표 코트라(KOTRA) 홍콩무역관장과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전 베이징지부장),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정영록 서울대학교 교수 등 내로라하는 중국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기업과 금융사의 기획·전략·투자 담당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일반 투자자, 대학생 등 300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 23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비즈니스워치 주최로 열린 '차이나워치 포럼'에 참석한 청중들이 중국경제분야 전문가들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달라진 소비 방식에 주목
중국인의 소비 방식이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로 변하고 있다. 브랜드·개성을 따지는 소비 문화가 부상하고 있다. 파워블로거·해외직구 등 전에 없던 유통 채널도 생기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의 변화를 눈 여겨 보라는 조언이 나왔다.
홍창표 코트라(KOTRA) 홍콩무역관장은 중국 내수 시장의 주요 이슈로 소비 구조 다변화와 새로운 유통채널 확대를 꼽았다.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붐, 산업구조 고도화와 대형 인프라 투자확대도 소개했다.
▲ 홍창표 코트라(KOTRA) 홍콩무역관장이 23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2017 차이나워치 포럼'에서 중국 내수시장의 변화와 전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홍 관장은 "최근 새로운 소비문화로 녹색, 품질, 브랜드,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온라인 소매판매가 지속되면서 소비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이라며 "정보, 의료, 양로, 사물인터넷(loT),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성장분야가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서부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홍(파워블로거)과 웨이샹(微商) 등 새로운 유통채널은 올해도 영향력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홍 관장은 "왕홍과 웨이샹은 이미 인터넷과 SNS에서 소비트렌드 리더이자 비즈니스 모델로 위상을 구축했다"며 "최근 왕홍의 기업화 추세를 활용한 상담회와 기업홍보, 브랜드 마케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에는 홍콩을 통한 투자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중국 서비스 시장 발전과 한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콘텐츠와 유통, 물류, 영화관, 엔터테인먼트 여행 등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금융과 회계, 법률 등 서비스 분야를 개방한 중국과 홍콩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좋은 우회 통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부족한 점을 공략하라
중국이 급격하게 경제 덩치를 불렸으나 부족한 점이 있다. 시장 창출 능력이나 브랜딩, 디자인 등에선 아직 갈길이 멀다. 국내 기업이 최우선으로 공략할 지점이기도 하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국내 기업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아니라, 중국이 아직 못 하거나 미래에 부족할 것 같은 능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23일 비즈니스워치가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개최한 '차이나워치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
지 연구위원은 "시장 창조, 브랜딩, 연구개발, 디자인, 프리미엄 제조 등 중국 시장에서 병목이 발생하는 지점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중국 기업에서 부품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을 때를 대비해 독자적인 영업기반을 배양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에 진출한 이유가 단지 싼 노동력이라면 중국 시장에 재진입할 발판 정도만 남기고 철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은 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구축한 세계의 공장 역할에 자국의 거대 시장을 결합하면서 기술 혁신 없이도 글로벌 규모의 기업이 탄생하는 구조를 갖췄다"며 "무엇보다 최근 2~3년 중국 기업은 다양한 선진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중간재 기술력과 브랜드도 흡수, 글로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미국 구글·이베이·페이팔·아마존이 이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한 뒤 중국 정부의 보호로 성장하고 실리콘밸리 기업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며 "또 중국은 세계 2위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국이고, 세계 특허의 40%를 장악하는 등 기술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 유통 대부분은 B2B
중국 내수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산과 유통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생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단순히 우리가 만든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소비를 유도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 소비시장이 빠르게 변화했다는 지적이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중국에 팔던 시대는 지났다"며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은 B2C에 꽂혀 중국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팔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데, 사실 중국내 유통은 대부분 B2B"라며 "문제는 B2B는 중국내 법인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데, 현지 생산법인만 있는 기업이라면 유통법인을 추가하는 방법으로라도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이 23일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차이나워치 포럼'에서 중국내 한국기업의 위상과 생존방안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이어 "우리 기업들은 너무 잘 만드는데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며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것은 별개로 현지 유통법인이 없다면 중국 내 시장을 갖고 있는 기업과 윈윈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마케팅 인력을 파견해서 어떻게 팔지를 고민하고, 시장을 키우고 관리하는 차원의 밸류체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조업에 편중된 시각을 서비스업으로 전환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 실장은 "최근 중국에서의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많이 둔화되는 대신 외국인 투자의 64%는 서비스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기업들이 요즘 어디에 투자를 하는지를 봤더니 시내의 건물을 구입해서 임대업을 하고 있고, 월세만 우리돈으로 500만원이 넘는 곳들"이라며 "하나 팔아서 얼마 남기느냐에 투자하고 있는 우리와 비교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미-중 무역 갈등 가능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경제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가져갔다며 중국을 겨냥한 경제 제재조치를 주장하고 있다"며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재량으로 실시할 수 있는 조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통상법 122조에 따르면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이 최장 150일간 관세를 15% 인상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23일 비즈니스워치가 개최한 '2017 차이나워치 포럼'에서 중국 자본시장 투자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
하지만 실제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는 조치를 실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조 센터장의 관측이다. 중국의 대(對) 미국 수출품은 대부분 소비재이고, 미국 역시 첨단제품과 자본재 등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서다.
조 센터장은 "중국과 미국의 수출입 구조는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미국의 제재에 반발한 중국이 대응에 나설 경우 미국도 경제성장 목표인 3.5~4% 달성이 어려워 트럼프가 쉽게 제재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부 불안요인도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봤다. 대표적인 게 중국의 부채수준이다. 중국의 총부채 규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5% 이상 급증했다.
조 센터장은 "중국의 부채는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대부분이 내부 부채고, 외채 비중은 매우 작다"며 "기업부채 규모가 크지만, 정국 정부가 상당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고, 가계와 정부로 기업부채를 이전하는 등 몇년전부터 해결책을 갖고 천천히 풀어가고 있어 심각한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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