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광화문, 왜 부모 세대는 태극기를 들었나

2017. 3. 1. 19:01이슈 뉴스스크랩

3·1절 광화문, 왜 부모 세대는 태극기를 들었나

        
 
기사입력 2017-03-01 17: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김평화 기자]

[탄핵반대 집회서 만난 6070 참가자, "나라 뺏길까 걱정"…전쟁·가난 겪은 세대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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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15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뉴스1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는 두려움이다. 자칫 나라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다. 자유민주주의의 붕괴, 시장경제의 파괴는 곧 '빨갱이'들의 득세로 연결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어떻게 세워온 나라인가. 목숨을 던져서라도 이 나라를 지키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며 3·1절 서울 도심을 뒤덮은 소위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읽히는 민심이다. 참가자들은 전쟁과 가난을 몸으로 체험한 60~70대 이상 세대들이 대부분이다.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대통령 탄핵은 민주주의를 세우는 과정이지만 이들에게는 민주주의를 부수는 일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믿기도 감당하기도 어려운 사실은 언론과 국회, 검찰이 합심해 '조작'한 걸로 받아들인다.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좌파세력의 조종으로 의심한다. 이들에게 대통령을 지키는 일이 곧 국가를 지키는 애국행위가 된 이유다.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겼다. "이러다가 정말 나라를 뺏길까봐 싶어 걱정스런 마음에 나왔어요."

1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탄핵반대 집회에 나온 권정임씨(67·여)는 "촛불집회에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불순 세력이 대다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씨는 또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이라면 세상을 혼란하게 만드는 촛불집회에 쓴소리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집회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집회 참가자 상당수는 본인을 '애국보수'라 자칭한다. 이들에게 태극기를 드는 건 애국운동이자 구국의 길이다. 반면 촛불을 드는 건 국가를 와해하려는 음해 행위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주로 60~70대 이상 부모 세대들이다. 살아온 길이 다르다. 어린 시절 끔찍한 전쟁을 겪었고 지독한 가난과 싸우며 일하고 자식을 키웠다.

때문에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중에는 자식뻘이 상당수 모이는 촛불집회를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 대구에서 올라온 황기철씨(73)는 "국제정세로 보나 국가경쟁력으로 보나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속 강국"이라며 "이렇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업 역군들이 공을 들였는지 저쪽(촛불집회 측)은 모른다. 그러니까 이쪽(태극기 집회 측) 심정을 이해 못하고 싸우려 드는 거다"고 말했다.

매주 태극기 집회에 나왔다는 고형득씨(61)는 "촛불집회에 반감보다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20대 아들 2명을 둔 고씨는 "한번은 두 아들이 촛불집회에 나가려는 걸 극구 말렸다"며 "우리 아들만은 빨갱이가 안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마음은 현장에서 배포하는 보수성향 인쇄물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애국일보'라는 이름의 무간지는 이날 발행한 신문 사설에서 "촛불에 현혹된 시민들을 구출해내야 대한민국 체제를 지켜낼 수 있다"며 "태극기 바람이 대한민국 내부의 분열을 극복하고 자유통일을 완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태극기 집회 참석자의 주류를 이루는 60대, 70대들이 대한민국의 제1세대이자 자유통일 대한민국의 제1세대"라며 "자손들에게 보다 건강하고 강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고자 기꺼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적었다.

170여개 보수단체가 모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광화문 사거리를 중심으로 서울역과 동대문 방향 약 4.8㎞ 구간 도로에서 집회를 열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500만~700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참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집회는 저녁 8시쯤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