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4. 08:59ㆍC.E.O 경영 자료
4차 산업혁명, '비닐 하우스'에서 쑥쑥 자란다
'똑똑한 농장' 스마트팜(smart farm)이 농촌 풍경을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입력 : 2017.03.08 08:01
스마트팜은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한 자동화 농장이다. 재배 시설의 온도와 습도를 센서로 측정하고, 결과에 따라 환풍기·냉난방기 같은 기기를 가동해 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과거엔 사람이 직접 농장에 나가 작물 상태를 본 뒤 물을 뿌리거나 비료를 줘야 했지만, 스마트팜에서는 대부분의 농사일은 사람 손을 떠나 기계가 자동으로 조절하고 있다. 스마트팜에는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빅데이터(Big data·대용량 정보 분석) 기술들이 총망라돼 4차 산업혁명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온도·습도·햇빛양 분석해
프로그램 따라 알아서 조절
◇스마트폰 사진으로 출하 시기 알아내
스마트팜은 주로 온실이나 비닐하우스 같은 실내 재배시설에 적용된다. 온실 지붕에는 작물이 심긴 줄을 따라 고성능 카메라가 2대씩 설치된다. 이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와 달리 3D(입체) 카메라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작물의 크기뿐 아니라 두께까지 감지한다. 적외선을 작물에 쏘고 카메라에 돌아오는 반사파의 패턴을 인식해 물체의 입체 모양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물이 어느 정도 자랐는지, 제대로 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열매 없는 가벼운 가지만 골라
로봇팔로 잘라내는 기술도 등장…
잡초 구분해 뽑는 로봇까지 나와
하지만 넓은 온실에는 카메라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 1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토마토를 촬영하면 컴퓨터가 사진을 분석해 토마토의 발육 상태와 출하시기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농부가 스마트폰으로 어느 각도에서 찍더라도 사진에 나타나는 작물의 두께와 크기를 컴퓨터가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KIST 연구팀은 인공지능에 쓰이는 딥러닝(deep learning·심층학습)을 활용했다. 여러 각도에서 찍은 토마토의 사진을 각각 300장 이상씩 입력해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을 통해 어느 각도에서 찍은 토마토라도 크기를 알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마트팜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농산물 수확 시기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일본 전자업체 후지쓰는 최근 10년간 일일 평균기온과 태양 복사열 데이터를 모아 매주 상추의 생산량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오랜 기간 반복된 특정 지역의 기온 패턴에 따라 상추의 생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예상한 것인데 정확도는 80~90%에 이른다.
◇로봇이 잡초 뽑고 가지치기도 척척
스마트팜은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직접 작물을 관리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온실 기자재 기업인 프리바는 지난해 작물의 불필요한 가지를 자동으로 없애는 로봇 '콤파노'를 내놓았다. 잔가지가 많으면 영양소가 분산돼 과육의 맛이 떨어지는데 그동안은 사람이 직접 잘라줘야 했다. 콤파노는 작물이 심긴 곳 옆으로 깔린 레일 위를 이동하며 열매가 맺히지 않은 가지들만 골라 잘라낸다. 미리 입력된 작물 간격에 맞춰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가 가위가 달린 팔을 길게 뻗어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낸다. 로봇팔 끝에 부착된 센서가 가지의 무게를 재서 열매가 없는 가벼운 가지만 골라낸다.
독일 공구 제조업체 보쉬가 개발한 로봇 보니롭은 4개의 바퀴가 달려 있어 사람이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밭을 돌아다니며 잡초를 제거한다. 보니롭 하단에 달린 카메라는 미리 입력된 작물의 모양을 바탕으로 10분의 1초 만에 땅에 있는 식물이 잡초인지 작물인지 구분한다. 잡초로 확인되면 집게가 달린 로봇팔을 지면으로 뻗어 초당 1.75개씩 빠른 속도로 뽑아낸다. 작물과 불과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잡초까지 뽑아낼 정도로 정확도가 뛰어나다.
스마트팜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생산비와 노동력을 줄일 수 있어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팜 시장은 지난해 22조원 규모였는데 2020년에는 34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최근 이동통신 3사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마트팜 시스템을 내놓으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 연구기관들도 새로운 농업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 2015년 9월 출범한 스마트팜 융합연구단에는 KIST·전자통신연구원·식품연구원 등 5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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