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6. 17:36ㆍ건축 정보 자료실
“고객이 원하는 친환경 빌딩, 여기에 수익성 있다
“혹자는 정부도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데 왜 우리가 신경 쓰냐고 묻는다. 해답은 시장에 있다. 정부가 어느 방향으로 가든, 고객이 친환경을 원한다. 여기에 수익성이 있다.”
세계적인 부동산 컨설팅 회사 CBRE의 한국법인장 대런 크라코비악 대표가 지난 3월14일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개최한 ‘라이프 이즈 온 이노베이션 서밋‘에 참석해 한 말입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효율적 빌딩’ 세션의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여기서 대런 대표가 말한 ‘정부’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입니다. 최근 미국의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었죠. 이 발언이 대변하듯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책을 내팽개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친환경을 원한다. 여기에 수익성이 있다’라는 말은 이같은 미국 정부의 방향에 대해 친환경 빌딩을 고민하는 민간 영역이 할 수 있는 가장 군더더기 없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 친환경 빌딩인가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5년 낸 ‘지속가능한 건물과 건축‘에 따르면 건축물은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40%, 온실가스 배출의 30%를 차지합니다. 더군다나 빌딩 숲 ‘도시’의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예요. 3월14일 세션에 참가한 또 다른 패널 스티브 덕워스 ERM코리아 지사장은 “전 세계 50%가 도시에 살고 있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전 세계 인구의 80%가 도시에서 거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건물이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죠. 친환경 빌딩을 고민하지 않으면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수 없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 뒷받침돼야 가능한 친환경 빌딩 ‘시장’
시장원리로 작동하는 친환경 빌딩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진 벱티스테 하자드 슈나이더 일렉트릭 부사장(이하 JB 부사장)도 “기술이 소비자 행동에 변화를 가져온다”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가 친환경 빌딩의 주요한 기술 트렌드로 짚은 것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 트렌드는 사물인터넷(IoT)입니다. JB 부사장은 “IoT로 연결된 디바이스 숫자가 4, 5년 이내에 13억대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 기술을 (친환경 빌딩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곧 도래한다는 이야기가 많으니 이게 중요한지는 알겠는데, 사물인터넷 기술이 친환경 빌딩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화문 D타워를 보면 됩니다. 광화문 D타워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친환경 빌딩 솔루션인 ‘스마트스트럭처(SmartStruxure)’ 빌딩 운영 소프트웨어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스마트스트럭처는 빌딩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건축물 설치 및 건물 내 서비스를 통합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합니다. 또 냉·난방 공조 시스템, 조명 제어 등 빌딩 관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에너지 소비를 약 20% 절감하고 있다네요.
두 번째 트렌드는 ‘신재생에너지’입니다. 건축물이 소요하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축물이 필요로하는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JB 부사장은 “태양 에너지가 현재 전 세계 에너지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인데, 25년 이내에 50%까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은 빌딩 설계 방식입니다. 건물 건축 단계에서부터 빌딩의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들어가는 유지·보수 비용까지 고려한 설계 방식이 필요합니다.
정책적 지원도 중요
기술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의 친환경 빌딩 정책은 2009년 녹색건축 종합 보고서 ‘녹색도시·건축물 활성화 방안‘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012년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이 제정되며 정책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은 ▲녹색건축물의 ‘건축’ ▲녹색건축물의 ‘성능 유지’ ▲녹색건축물로 ‘전환’ 등 3가지를 지원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을 바탕으로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 제로에너지빌딩 사업과 그린리모델링 사업입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일반적으로 빌딩이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자급자족하는 건축물을 말합니다. 그런데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은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한 녹색건축물’로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정의했습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완벽한 제로에너지빌딩을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서울시는 2023년까지 신축 건물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의무화할 계획입니다.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이미 건설된 건축물의 에너지 낭비 예방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녹색건축물로 ‘전환’에 해당하죠. 국내에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는 약 10년 정도 돼, 그 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에너지 효율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경우 전체 건축물의 85%가 에너지 효율화가 되지 않은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이런 기존 건물을 친환경 건물로 리모델링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크게 공공 건축물에 대한 재정 지원과 민간 건축물 대상 이자 지원이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 부문에서 그린리모델링을 활성화해 그 성과를 바탕으로 민간 부문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공공 부문에서는 경기도청 제2별관과 서울세관 2동청사, 민간 부문에서는 배재대학교 하워드관과 KCC 기숙사 등이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성공 사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인식 변화
기술도, 정부의 정책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축 업계, 학계, 소비자 등 민간 부문의 인식 변화입니다. 한국의 기후변화 폭은 세계 평균보다 커요.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 온도는 섭씨 1.5도 상승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발표한 동기간 지구 평균온도 상승 0.85°C의 2배 수준입니다. 서울은 세계 여러 대도시 중에서도 특히 밀도가 높은 도시입니다. 때문에 녹색건축인증의 평가 요소인 건축물 부지의 위치, 방향 등을 친환경적으로 구성하기 어렵죠. 서울시청 건축기획과에서 근무하는 공근배 주무관은 3월14일 세션에 패널로 참가해 “친환경 건축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특히 친환경 빌딩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런 크라코비악 대표가 짚었듯, 시장(고객)이 원하면 정부 정책의 방향과 무관하게 업계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움직입니다. 친환경 빌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참고문헌
- ‘녹색건축 깊이읽기’ (박기범 저, 기문당)
- ‘지구에서 제일 멋진 집 에코 하우스’ (임태훈 저, 스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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