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8. 22:19ㆍ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커피 한잔 시킨 진상손님? 할리스 성장의 비밀
입력 : 2017.05.27 08:00
토종 커피 부동의 1위… 레드오션 뚫은 비결
지난해 할리스커피는 2015년보다 19% 성장해 12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4% 늘어 127억원이었다. 2014년과 2015년에도 전년보다 매출이 17%, 35% 늘었다. 할리스커피의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은 '커피 전문점 성공 신화'를 썼던 카페베네가 3년째 자본 잠식(적자로 자본금이 까지는 것)에 빠지는 등 국내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특히 돋보인다.
- ▲ (윗쪽 사진) 서울 신사동 ‘세로수길’에 위치한 할리스커피 플래그십 매장. 건물 외관에 할리스커피의 브랜드 로고인 빨간 왕관이 그려져 있다. (아랫쪽 사진)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할리스커피 매장. 학생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1인, 분리형 좌석을 설치했고 24시간 운영한다. / 할리스커피
소상공인 상권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커피숍은 약 9만1529곳에 달한다. 올 들어서만 1만곳이 새로 생겼다. 커피숍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커피 음료를 판매하는 베이커리, 디저트 전문점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10만곳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전국 5만4000여곳)의 두 배나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이 매년 10%가량 증가하고 있지만, 커피 전문점 수는 그보다 더 빨리 늘어났다. 커피 전문점 시장은 완벽한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이유다.
할리스커피는 19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에스프레소 커피 프랜차이즈로 시작했고, 2013년 PEF(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 에쿼티(PE)가 820억원을 투자해 지분 93%를 보유 중이다. IMM PE의 인수 이후 할리스커피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국내 토종 커피 브랜드로선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할리스커피가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라는 레드오션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이유는 뭘까. 크게 세 가지이다.
1. '빨간 왕관'의 힘
할리스커피는 빨간색과 왕관을 보면 바로 할리스커피를 연상될 수 있도록 했다. 매장 외부와 내부 인테리어, 컵과 케이크 박스뿐 아니라 음료를 휘젓는 막대까지도 이 같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적용해 나갔다. 이런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 플래그십(flagship) 매장을 적극 활용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가운데서는 직영점을 달랑 한 곳만 운영하거나 직영점 없이 가맹 사업만 하는 곳도 있지만, 할리스커피는 '플래그십 매장=직영점'의 등식을 만들었다. 플래그십 매장은 핵심 상권에서 경쟁사와 경쟁할 때 브랜드를 확실하게 노출시킴으로써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데, 이런 일이야말로 직영점이 맡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할리스커피는 서울 종로에 연면적 176평짜리 건물 전체를 직영점으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대전에 3층, 250개 좌석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차를 탄 채로 주문할 수 있는 매장)을 열기도 했다. 부산 광안리점, 강릉항 마리나점, 인천 한옥마을점 등 해당 지역 관광지의 랜드마크로 인식될 만한 매장을 차례로 만들어 나갔다. 이지은 할리스커피 마케팅 담당 이사는 "지역 플래그십 매장 덕분에 더 많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해당 지역 가맹 희망자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후 다른 업군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힘을 더 키워나갔다. 타깃 고객인 20·30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서울패션위크 공식 협찬,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나 교보문고와의 제휴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고객이 커피와 문화를 함께 소비하면서 자연스럽게 할리스커피 브랜드를 마음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김영찬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할리스커피가 처음부터 무작정 협업을 한 것이 아니라 플래그십 매장 등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강화한 이후에 차근차근 협업에 나선 것이 스마트한 전략이었다"면서 "파트너사끼리의 협업은 각각의 브랜드 파워가 확실해 서로 윈·윈이 가능할 때 시너지가 크다"고 말했다.
2.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 경험 극대화
김유진(37) 할리스커피 신임 대표는 주말마다 매장을 찾는다. 매장에서는 여느 직원처럼 에스프레소를 뽑고, 음료를 만들고, 고객을 응대하며 현장의 다양한 문제점을 파악한다. 해결 방법과 아이디어도 현장에서 직원·고객들과 부딪히며 구한다. 외식 서비스 사업의 특성상 현장 경험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 생각이다. 이 때문에 본사 임원진 대부분은 입사와 동시에 OJT(On the Job Training·현장 실습 교육)를 거쳐야만 한다.
IMM PE의 유일한 여성 투자운용전문역이었던 김 대표는 지난 1월 할리스커피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3년 전 IMM PE의 할리스커피 인수 건을 주도했으며 인수 후에도 8개월간 경영 효율화 작업을 맡았다.
할리스커피는 매장 직원도 본사로 많이 끌어올린다. 현장에서 제대로 경험을 쌓은 직원이 본사에 많아야 업무에 탁상공론이 사라진다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다. 특히 운영팀과 교육팀 직원은 대부분 매장에서 발탁했다. 몇 년씩 매장에서 경력을 쌓은 바리스타들이 많다. 이 덕분에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소통도 쉬워졌다. 김 대표는 "본사 직원들이 매장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가맹점주의 불편한 점을 찾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는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13년 말 할리스커피 임직원 수는 198명이었지만 3년이 흐른 2016년 말에는 그 수가 655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PEF가 기업을 인수한 뒤 단기 기업 가치 향상에만 치중해 인력 축소 등을 너무 쉽게 단행한다는 우려와 정반대 행보였다. 김 대표는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이 '스타벅스와 기타 토종 브랜드' 구조로 고착화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 전문점 하면 할리스커피가 떠오르도록 시장 판도를 바꿔 보겠다"고 말했다.
3. '골칫거리'를 '충성 고객'으로
커피 전문점들은 한자리에 앉아 오래 공부하는 학생들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 매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매장 와이파이까지 없애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한다. 노트북 들고 오는 학생들이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 쫓아내겠다는 취지다.
할리스커피는 생각을 달리했다. 이런 고객이 한번 매장을 찾아 쓰는 돈은 적을지 몰라도 이들의 방문 빈도를 높인다면 결국 매출이 늘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할리스커피는 아예 상권별 고객 유형에 맞춘 매장을 만들었다. 학원가 상권 등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개인)'이 많이 찾는 지역의 매장에는 아예 1인 좌석, 분리형 좌석을 대폭 늘려 혼자 공부할 때 독립성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배려했다. 반대로 사무실 밀집 지역에 있는 매장에는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을 많이 만들었다. 고객을 대하는 관점을 바꾸자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1인석 좌석을 갖추거나 늘린 매장의 경우 이전보다 매출이 평균 30%, 최대 140% 증가했다. 혼자 와서 오래 머무는 고객들일수록 커피뿐 아니라 커피보다 가격대가 높은 빵·샌드위치·디저트 등도 함께 구매하기 때문이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6/2017052602090.html#csidx5327baf63febc1aa1c0af2c4726a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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